[성명] ILO 협약 위반! 감독 기준 훼손 우려
노동감독 권한 지방 정부 이양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노동감독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정부가 발표한 감독행정 혁신방안에서 지자체 감독권한 위임 방안이 제시되었고, 지난달 21일에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절차로 국회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전날(12일) 전북도는 민주노총전북본부와 만난 자리에서 감독권한 이양 시범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실한 노동감독의 현실은 여러 사례와 통계로 익히 알려져 있다. “사업장 불시 감독”이라는 기본 원칙마저 지양하는 고용노동부와 근로감독관의 사업주 친화적 태도도 문제지만, 애초 실효성 있는 감독을 수행하기에는 근로감독관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오랜 기간 지적되어 왔다. 2024년 기준 감독관 1인이 관할하는 사업장 수는 950곳에 이르고 실제 감독을 한 사업장은 14.3곳에 불과한 지경이다. 이 때문에 노동운동은 감독관 증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감독행정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감독관 증원 그 자체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정부 소속 감독관을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문제를 뒤틀고 있다. ILO 협약 제81호, 권고 제20호는 노동감독기관은 국가기관의 직접적이고 배타적인 통제 하에 있어야 하고, 노동감독관 역시 중앙정부의 관리 하에 두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렇게 정한 이유가 있다. ILO라는 국제기구가 만들어지고 각국이 협약을 맺고 이를 위반하는 국가에 시정을 강제하는 것은 국가 간의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권 훼손의 한도를 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감독행정의 책임과 권한을 중앙정부에 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은 그 권한이 지방정부로 넘어가면 각 지자체마다 노동권의 기준을 저하시키는 경쟁이 발생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유치를 도정의 제1목표로 삼는 전북에서는 적극적인 노동감독 보다는 기업과의 타협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장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는 행정통합 특별법이 각종 노동권을 약화시키는 규제완화로 채워지는 현실을 봐야 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양대노총은 감독 권한 지방정부 이양은 감독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통일된 감독 기준의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반대했다. 그런데 한국노총은 지난달 국회 공청회에서 조건부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민주노총은 우려를 담은 논평을 내기는 했지만 민주노총전북본부는 전북도의 감독권한 이양을 지지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나 양대노총이 ILO 협약 위반을 용인한다면 정부가 앞으로 ILO 협약을 어떻게 대하겠는가. ILO 협약을 위반하고, 감독 기준 훼손의 길을 열어줄 노동감독 권한 지방정부 이양은 중단되어야 한다.
2026년 2월 13일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