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은 민중의 미래가 아니다
새만금공항 건설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것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걸려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전북에 횡행한 개발논리에 힘입어 8,000억의 국가예산 투입이 결정된 것이다. 단지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와 합이 맞은 결과다. SOC에 민간 투자 허용,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문재인 정부는 대규모 토건 사업으로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다.
얼마전 <한겨레>에 주진형 씨의 칼럼이 실렸다. 한국의 투자 효율성이 낮은 것은 지디피의 15%가 생산성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은 건설투자에 투입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요지이다. GDP 중 건설투자 비중이 미국은 8%, 독일은 10%, 일본은 10%, 대만은 9% 정도라고 하니 한국의 건설투자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좀 더 구체적인 수치는 다음과 같다.
GDP(A) | 건설투자(B) | 건설업 부가가치액(C) | B/A | C/B | |
2013 | 1429조 4454억 | 213.1조(196.3조) | 64조 2505억 | 14.9% | 30.1% |
2014 | 1486조 793억 | 218.3조(198.5조) | 67조 2667억 | 14.7% | 30.8% |
2015 | 1564조 1239억 | 233.1조(211.5조) | 74조 5221억 | 14.9% | 32.0% |
2016 | 1641조 7860억 | 258.1조(233.4조) | 84조 3743억 | 15.7% | 32.7% |
2017(p) | 1730조 3985조 | 287.0조(251.1조) | 93조 2229억 | 16.6% | 32.5% |
자료:OECD / *()안은 한국은행 집계
GDP의 지출항목 중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2018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건설투자가 전년대비 4% 감소한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계가 OECD통계자료보다 건설투자액을 적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GDP는 각 경제 부문의 부가가치액(순소득)을 합한 것이고, 이는 민간 소비, 민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의 합과 동일하다. 한국은 최근 5년 간 건설투자액과 건설업 부가가치액 사이에는 150조 이상의 격차가 존재한다. 미국, 독일과 비교하면 건설투자 비중 뿐만 아니라 건설투자 대비 부가가치액의 비율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투자 대비 부가가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건설업의 생산성이 낮다는 의미이다. 한국은 생산성이 낮은 건설업에 과다한 투자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B/A | 미국C/B | 독일B/A | 독일C/B | |
2013 | 7.6% | 48.9% | 9.% | 40.8% |
2014 | 8.1% | 47.9% | 9.9% | 41.4% |
2015 | 8.2% | 49.6% | 9.5% | 43.3% |
2016 | 8.3% | 51.6% | 9.7% | 43.6% |
2017(p) | – | – | 10% | 44.2% |
한국 건설업의 생산성이 낮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지목되는 것은 다단계 하도급을 중심으로 하는 고용구조가 저숙련·낮은 노동생산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제조업 노동생산성(1인당 부가가치)이 2008년~2015년 기간 중 14.1% 높아졌을 때, 건설업 노동생산성은 같은 기간 18% 감소했다. 건설업에는 생산성과는 하등 관련 없는 인력공급 파견업체가 중간 이윤을 착취하는 구조가 확대되면서 임시·일용직, 저임금 노동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불로소득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GDP 성장률과 각 부문별 성장률을 비교해 봐도 건설업의 성장 기여도는 일관적이지 않다. 최근 20년 간 GDP 성장률과 광공업(제조업), 서비스업 성장률은 동조를 보이지만, 건설업·농업 성장률과는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다.
전라북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GRDP(지역내 총생산) 대비 건설투자액은 전국 평균에 비해 40%이상 과도했고, 건설투자 대비 부가가치는 전국 평균에 5% 이상 미달한다. 전라북도 GRDP 통계는 한국은행 집계 자료로, OECD 자료에 비해 건설투자액이 과소계상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이 격차가 더욱 확대된다. 그만큼 전라북도 건설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심각하고, 토건자본과 관계 맺고 있는 토호세력들의 불로소득이 막대함을 뜻한다. 역외 건설업체가 수주하는 공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역외유출되는 재화도 많을 것이다.
전북 GRDP(A) | 건설투자(B) | 부가가치(C) | B/A | C/B | |
2013 | 38,977,181 | 8,177,345 | 2,412,476 | 20.98% | 29.50% |
2014 | 40,096,726 | 8,122,863 | 2,374,908 | 20.26% | 29.24% |
2015 | 40,135,242 | 7,738,728 | 2,267,080 | 19.28% | 29.30% |
2016 | 40,356,235 | 6,989,592 | 2,138,231 | 17.32% | 30.59% |
2017(p) | 41,292,096 | 7,506,161 | 2,306,364 | 18.18% | 30.73% |
이런 문제가 최근에서야 제기된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건설투자 수준의 적정성 평가」(2016.10.)라는 이슈페이퍼에서 “SOC투자는 스톡수준이 성숙단계에 진입한 데다 일부 경제성이 낮은 토목사업이 추진되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하”, “건설투자는 양적 확대보다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 건설시장 고용구조 개선 등 질적향상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건설투자의 GDP에 대한 성장기여도와 그 시사점」(2017.7.)에서 ”건설투자는 경기 변동성이 매우 큰 항목임을 고려할 때 이에 크게 의존하는 최근의 경제성장은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향후 경제 성장 경로에 대한 모니터링과 안정적인 경제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GM군산공장 폐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등을 거치며 전라북도의 제조업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토건자본을 중심으로 한 전라북도 토호세력들은 이 위기를 핑계 삼아 자신들의 부를 확대시킬 수 있는 토건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30년 째 땅을 파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새만금 사업을 필두로 대한방직 부지 매각과 초고층 타워 건설, 새만금 공항, 재생에너지단지 조성 등 각종 신기루 토건 사업들이 이름만 바뀐 채 반복되고 있다.
부동산 · 금융 성장은 제조업과 같은 실물 생산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07`-09`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얻은 교훈이다. 이 때문에 각국에서는 노동·산업 정책을 정비하며 위기 타개에 나섰지만, 전라북도에는 유독 토건자본이 주도하는 부동산 신기루가 횡행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토건사업에서 찾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삽질’이 더해져 개발광풍은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에서 살폈듯이, 그동안 건설투자는 전라북도의 경제성장에 별다른 기여를 못했고 최근 전라북도 GRDP 성장률은 0%로 수렴하고 있다. 이런 뻔한 현실을 눈앞에 두고도 노동에 기초한 실물 성장을 도외시한 채 불로소득만 추구한다면 전라북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 어떻게 볼것인가
대한방직 부지 매각이후 개발계획이 도처에 회자되고 있다. 부지를 인수한 ㈜자광은 자본금 3억 원에 별다른 실적도 없어 여러모로 수상쩍은 기업이다. ㈜자광이 부지대금 1,980억 원을 완납했다지만 그 자금 출처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자광이 내놓은 사업계획의 허황함은 말할 것도 없다. 자광이 제시한 청사진대로 개발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부지 용도 변경을 비롯해 도시 계획과 관련한 여러 겹의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정상적인 개발 절차에 비춰보면 그 성사 가능성이 대단히 낮고 설사 개발이 이루어진다 해도 최소 수년이상이 걸릴 것임에도 자광은 2,000억 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여기에 뛰어든 것이다.
자광의 배후에 롯데건설이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롯데건설은 2017년 11월 이사회 경영위원회에서 ‘전주 신시가지 복합개발사업 토지대잔금지급 연대확약의 건’을 가결시켰다. 롯데건설이 자광의 부지대금 지급 보증을 했다고 알려진 결정이다. ‘잔금지급 연대확약’이라는 용례도 찾아보기 힘든 결정은 자광이 지불한 자금의 출처가 롯데건설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온갖 특혜가 뒷받침되어야만 추진할 수 있는 개발 사업에 롯데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상황은 2012년 체결되었다는 전주시와 롯데 사이의 협약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한다.
토건자본과 지역 기득권 세력 사이의 유착관계는 오랜 기간 전라북도의 발전을 가로막아온 구시대 적폐이다. 자광이 지역 일간지 지분을 인수한 사실은 그동안 지역사회에 존재하던 유착관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토건자본이 부동산 신기루로 배를 불리는 동안 지역 사회공공성은 심각하게 침해받았다. 대한방직 부지 매각 시세차익 또한 마땅히 전주시민에게 돌아왔어야 할 사회적 자본을 사기업이 갈취한 것이다. 2002년 전주 신시가지 개발 당시 대한방직은 공장을 계속 가동하겠다며 개발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었다. 대한방직이 이번 토지 거래로 얻은 이득은 시가총액(670억)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결국 대한방직은 그동안 전주시민을 상대로 부동산 투기 도박을 벌인 셈이다.
지자체가 우선 할일은 대한방직이 얻은 시세차익 환수다. 또한 더 이상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전주신시가지 개발의 주체는 민간이 아닌 공공이 되어야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광이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이상 부지 용도변경을 검토해서는 안 된다. 허울 좋은 개발이익 환수 정도로는 자광-롯데에게 면죄부를 줄 뿐이다. 전라북도 · 전주시는 부동산 신기루를 좇을 게 아니라 제조업 위기를 타개할 방안 마련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