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의 외주화와 KT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2018년, KT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 노동자들은 KT하청업체에 소속돼 통신선을 개설하고 연결하는 업무를 한다. 이들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당으로 임금을 지급받는데 경력 20년이 넘어도 평균 월급은 155만원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KT가 각종 업무를 민영화 · 외주화하면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산되었다. 이런 외주화를 통해 KT는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겼고, 하청업체들은 인력과 임금을 줄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했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에서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시중노임단가는 통신외선공이 하루 28만원이다. 하지만 KT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일당으로 15만원만 받고 있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중간업체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KT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적정 인력에 못 미치는 인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봇대 추락, 맨홀 교통사고 같은 노동재해를 수시로 경험하고 있다. KT아현지사에 화재가 발생해 통신장애가 발생했지만, 정작 KT 정직원 중에는 이를 보수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김용균 님이 목숨을 잃었던 태안화력발전소 현장과 똑같은 모습이다. KT가 지난 20년간 추진해 온 민영화 · 외주화 결과다.
전북 KT상용직 노동자들은 매일 KT전북본부 앞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KT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사업주들이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런 최소의 요구마저 수용되지 않는 것은 KT라는 거대 통신재벌에게 그 원인이 있다. 작년 3월, 115명이 모여 KT상용직 전북지회를 설립했지만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조합원이 절반으로 줄었다. 협력업체들이 이들이 일당제로 일하는 노동자라는 점을 이용해 조합원에게는 일감을 주지 않고 교섭을 지연시키면서 노조파괴 책동을 벌인 것이다. 비단 전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졌고, 이는 원청인 KT가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이지만 노동부는 손 놓고 있을 뿐이다.
KT에는 한국사회 비정규직 문제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원청은 책임을 하청업체에게 떠넘긴 채 뒷짐지고, 협력업체들은 중간이윤 착취에만 골몰한다.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받고자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원·하청이 합심해 노조파괴 책동을 벌이기 십상이다. 노동3권을 지켜내고 쟁취하는 투쟁은 재벌개혁 투쟁을 우회할 수 없다. KT상용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재벌개혁에 한걸음 다가가는 투쟁이기도 하다. 매일 오후 4시, KT전북본부 앞 KT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삼보일배에 연대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