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정사로 가는 길 · 꿈길 – 고 윤종광 동지 떠난 뒤 1년에
겨울눈 소담하게
그대 동지가 먼저 간 길
가기도 쉽지 않은 그 길
세상사 곡절 다시 쓰고 쌓이는데
이 겨울도 지나면 봄꽃은 다시 필 것이나
그대 육신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지난 봄 여름 가을에 찾아
붉은 단풍 입에 적시고
청송 아래 그대 선연한 자취를 부르다
부르다가 부르다가 귀정사로 가는 길
금속노동자, 해방의 꿈길을 걸은 전사 윤종광 동지여
동학땅 관통로 팔달로 봉동공단 그 어디라도
해를 이고 땀과 땀에 절어 가르던 삼보일배 길을 어깨에 걸고 가뿐 숨으로 돌아가던 그대 귀가 길
그대와 함께 만들고 보았던
혁명의 촛불이 사위어 갈지라도
꿈길을 타는데
꿈길을 타는데
동학년 이래 해방절 이래
혁명, 그 미완의 광야에 다시 놓는 해방의 꿈길
저 골짜기에 산비둘기 구구 구구구구 토해내고
이 골짜기에 소쩍새 소쩍다 소쩍다 타들어가는
그대가 보러 오늘 오시오
살붙이게 다정하게 피붙이에게 부드럽게
그대의 그대에게 강건하게
해방의 꿈길 타고
오늘은 그대가 보러 오시오
버거운 술 한 잔도 동지와 함께 즐거웠던
그대 윤종광 동지를 위하여
한 잔 올리고 한 잔 먹고 또 한 잔 마실 것이니
그대의 심장을 품은 동지들의 가슴에서 한 잔, 단결투쟁!
터져나오라 어깨를 걸고 목구멍에서 한 잔, 연대를 위하여!
온몸 쩌릿하게 실핏줄까지 부활하는 한 잔, 노동해방!
살아서 혁명 죽어서 해방일지라도
논티에서 완산벌까지
그대 오늘 다 보러 오시오
저 골짜기에 산비둘기 구구 구구구구
이 골짜기에 소쩍새 소쩍다 소쩍다
애오라지 애오라지 신음 소리는
그대가 남긴 그대에게 맡기고
귀정사 깃든 만행산에 올라
지리 덕유 한껏 안아서
청솔가지에 걸린 해도 달도 별도 그대리니
그대는 오늘 해방의 꿈길 타고 와서
고운 해방의 꿈길 타고 가시오
그대인 우리는 살아서 혁명 살아서 해방의 길로
느릿느릿 동지가 놓은 해방의 꿈길 걸을 터이니
귀정사로 가는 길, 마음 놓으시오 그대
언제라도 보고 있을 것이니 마음 놓으시오 그대
윤종광 동지여-
20181207 김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