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살 김용균 –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스물네 살 김용균 –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김정훈(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공동대표)

다시는 태안반도 타오르는 노을을
다시는 신두리 해안 사구 모래알들을
그냥 볼 수 없겠다
낡은 안전모 마스크 위 보안경 너머
그 맑은 눈동자가 밟혀 그냥 걸을 수 없겠다

겨울밤 외로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서 일하다가
겨울밤 외로이 머리와 몸이 떨어져버린
겨울밤 외로이 싸늘한 검은 석탄더미에 쓸려버린
스물네살 김용균
스물네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앞에서

검은 밤 검은 석탄더미
컨베이어 벨트는 참혹함을 덮겠다는 듯
돌고 돌고 잘만 돌았다
구의역 열아홉살 김군 스크린도어
끝내 끝끝내 열리질 않았으니

어디에 희망의 창문을 낼까
어디에 스물네살 꽃다운 영혼의 창문을 열까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그 손팻말을 허공에 떠돌게 할 수 없으니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

저기 길 가는 사람들
당신 자식이 모가지가 끊어졌소
당신 제자의 몸뚱이가 검댕이 범벅이 되었소
당신 친구가 나도 사람이라고 하오
그러니 제발 통곡이라도 크게 질러보시오

국가가 나서서 공기업을 팔고
그 비열한 자본이 위험과 죽음을 팔아서
그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갔으니
천칠백만 촛불이
대통령 얼굴만 바꾼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사람이라면
폭주하는 국가와 자본의 컨베이어 벨트를
끊어내고 멈추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가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대 잠든 밤에 흘러오는 전기에 죽음이 묻어난다면

긴긴 밤의 안온함을 떨쳐내고
불란서처럼 석탄에 불을 지르고
주먹 쥐고 일어나 청와대로 향한들 어떨 것인가
죽어서 더는 외롭지 않아야
제발 다시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

그 죽음 없게 하겠다
그 죽음 없게 하겠다
그 죽음 없게 하겠다
겨울밤 칠흑같은 바람에 맞서
외치시오 김용균을 살려내라

문재인 대통령 나와라
노동자의 말을 들으라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김용균 님의 죽음은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구조가 갖고 있던 모든 문제를 응축해서 드러냈습니다.

고 김용균 님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에게는 2인 1조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발생해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회사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방침을 외면한 채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비정규직 노동구조 문제의 핵심은 책임과 비용의 최소화입니다. 문제가 발생해도 원청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비정규직, 기업들이 금융적 수익을 추구하면서 확대될 수밖에 없던 고용형태입니다. ‘유연화’라는 말로 포장된 기간제, 간접고용 비정규직 확대는 노동자 삶과 생명의 유연화였습니다.

고 김용균 님의 죽음과 같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하철 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청년,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실적압박에 시달리다 숨진 청년, 삼성 납품 물량을 만들다 눈이 먼 청년, 철도 보수공사를 하다 신호를 전달받지 못해 숨진 노동자, 조선소 도크 · 건설현장에서 숨진 노동자 등 해마다 수 백, 수 천의 목숨이 안타깝게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청업체 비정규직 신분이기 때문에 위험한 업무를 도맡았고, 사고가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전북에서도 김용균님 추모집회, 선전전, 문화제가 매주 개최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늘 전북노동연대 회원들이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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