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 전라북도교육청의 단체협약 훼손
여전히 요원한 노동3권
지난 5월 21일 전북도의회는 본회의에서 노-사(전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라북도교육청)가 합의한 ‘임금단체협약을 훼손’할 것을 단서조항으로 2019년 1차 추경예산을 통과시켰다. 또한,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부터 노동조합 할 권리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들도 난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도의회가 노-사 관계에 직접 개입하며 노동권을 공격한 것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에 무지한 부끄러운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2018년 단체협상에서 영양사와 조리종사원이 무료봉사를 강요당하던 식자재 검수시간에 대한 임금지급, 또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고강도노동을 하는 업무특성상 제때 식사 할 수 없는 급식종사자들의 급식비를 별도 징수하지 않을 것을 요구해왔다. 또 이들의 식사는 업무 특성상 본인이 조리한 음식에 대한 시음, 평가의 성격도 갖고 있어 매일 식단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이기도 했다. 노조는 결국 이를 포함한 임금협약을 전북교육청과 체결했다.
그런데, 전북도의회와 예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는 이런 노-사 협약에 대해 ‘조리종사원 급식비 미징수 항목을 재협상하라’는 ‘조건부’로 검수수당을 포함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전라북도의회의 이번 결정은 노-사의 단체협약을 트집 잡으며 시정명령을 시도했던 박근혜 정부의 태도와 한 치도 다를 바 없다. 도의회가 노-사가 정당한 합의를 이렇게 훼손할 것이라면, 앞으로 노-사교섭은 도의회와 해야하는 것 아니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예결위는 심의과정에서 노조에 대한 심각한 무지와 부정적 관점도 드러냈다. “교육청에 노조가 7-8개씩 되가지고, 비품 사줘야지, 관리비 줘야지 (..) 이게 말이 되는가?”라는 둥 노동조합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단체가 아닌 축소해야하는 단체, 비용으로만 여기는 망언을 일삼았다. 심지어 “(노동조합들을) 통합해서 정리할 수 있으면 하고..”라는 둥,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지배개입 하라며 불법을 사주하는 발언까지 도의회의 공식 회의석상에서 버젓이 등장했다.
예결위 위원장을 비롯해 이런 문제발언을 쏟아낸 의원들 모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더민주당은 박근혜 정권 시절 이루어진 단협시정명령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같은 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박근혜 정권이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위법적 단협 수정을 강요한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전북본부는 23일 긴급기자회견과 의장 항의면담, 24일 예결위원장 항의방문 등을 통해 적극적인 항의투쟁에 나섰다. 결국, 본회의 통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도의회는 의장과 예결위원장이 도의회 명의 공식사과문을 27일 언론에 발표하고 노동자들에게 사과했다.
이 일련의 사태는 일부 의원들의 돌출행동일까? 전라북도는 각종 노동지표가 전국에서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전북도정에는 기업지원정책은 있어도 변변한 노동정책 하나 없고, 노동을 전담하는 부서조차 없다. 도의회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모범적 사용자로서 책무를 요구하기는커녕 정당한 노사협약마저 훼손하라며 압박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노동존중과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더민주당이 지방의회와 지자체를 수십년간 장악하고 있는 전라북도의 현실이다.
노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이를 침해하는 일은 대단히 중대한 범죄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벌은 여전히 열악하다. 도민의 대표를 자임하는 도의원이 앞장서 단체협약 훼손을 강요하고 노동조합을 통합(?)하라는 부당노동행위를 주문하고도 노동자들이 항의하기 전까지 자체적으로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이런 마당에 도민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지역사회는 요원할 것이다. 노동권이 당당한 기본권이라는 분명한 인식, 침해에 대한 단호한 투쟁을 통해 지역에서부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