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안전한 학교를 만들자

학교는 언제까지 안전의 사각지대?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를 만들자

손종명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전북지부 조직부장)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 증진,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하지만 2017년 이전까지 학교는 산안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교육서비스업을 산안법 적용 예외 업종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안전·보건교육 의무화 등 산안법의 주요 조항들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학교 내에는 위험정도가 다른 수많은 업종이 존재한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종사원, 시설관리, 청소, 야간 당직, 과학실무사 등 산업재해율과 유병률이 높은 직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종이 교육서비스업으로 묶여 산안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학교비정규직들의 투쟁과 외침의 결과, 2017년 고용노동부에서 학교급식실을 ‘기관구내식당업’으로 판단함에 따라 학교도 산안법 적용의 물꼬가 트였다.

하지만 2017년부터 급식실에 법적으로 산안법이 적용됐을지 몰라도 지금까지 전라북도에서 산안법은 교문을 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산안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 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보위는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위험 또는 건강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사항을 노사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한 기구이다. 산보위 설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현장 노동자의 의견과 참여가 보장되기 때문에 산안법의 핵심적인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산보위 설치를 비롯해서 산안법을 준수하지 않아 올해 1월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올해 학비연대회의와 도교육청은 산보위 구성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의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현장 노동자의 다양하고 종합적인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기 위해서는 산안법에서 허용하는 최대 위원 수인 10인으로 산보위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도교육청은 산보위 위원 수를 어떻게든 줄이려고만 할 뿐이다. 위원 수에서부터 제대로 된 산보위 구성을 위한 의지를 교육청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의 의지 부족은 안전담당 부서를 설치하는 것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현재 타시도교육청은 이후 산안법이 급식실 뿐 아니라 학교 내 다른 직종에도 적용될 것을 예상하여 산업안전보건과나 안전총괄과를 만들어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도교육청은 인성건강과 산하 급식팀을 설치하는 것으로 이를 갈음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에 발표된 산안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교원 및 행정사무 종사자’를 제외한 학교 내 직종이 산안법의 적용 대상으로 되어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이후의 상황을 내다보지 못하는 졸속적인 행정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전북도교육청이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동안에 학교 현장의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사고를 당하고 있다. 지난 4~5월 동안 지부 사무실로 들어온 안전사고 사례만 해도 그렇다. 한 학교에서는 급식실 후드 청소를 하던 노동자가 낙상으로 갈비뼈 3개가 금 갔다. 다른 노동자는 트렌치에 손이 끼여 손가락 신경 손상을 입을 뻔 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파채 기계에 손이 들어가 손가락을 크게 다쳤다.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 사건들 모두 충분히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사고들은 어쩔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사고였는가? 아니다. 안전한 노동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들이었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흔히 현장에서 ‘골병’이라고 하는 크고 작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학기 중에 일하고, 방학에는 병원을 다닌다는 말이 당연하게 통용되는 곳이 바로 학교 급식실이다. 오늘도 화상, 넘어짐, 낙상, 절단, 자상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는 학교 급식실에서 노동자들이 땀을 쏟아내며 일하고 있다.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일하자는 당연한 바람이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요원한 바람이다.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정년까지 일하자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원을 당연한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학교를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 안전을 학습할 수 있는 학교로 바꿔야만 한다.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산보위의 설치, 학교 내 모든 직종에 산안법 적용 등으로 학교의 교문을 열어젖히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