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본부 재건 추진을 바라보며

버스본부, 업종본부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버스본부 재건 추진을 바라보며

아래로부터 편집팀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는 지난 3월 민주버스본부 재건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었다. 총회의 결과는 민주버스본부 재건 찬성 233표 반대 291표(55.3%)로 부결되었다. 현재 지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지만, 버스본부 재건 논의가 갖는 의미가 조합원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는지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민주버스본부의 반성과 민주버스협의회체제 전환

전국 버스노동자들은 민주노조 운동을 통해서 어용노조를 깨고 민주버스본부를 조직하였다. 2010년 전북버스지부도 민주버스본부 소속으로 파업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민주버스본부는 개별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잘 해왔지만, 지역 전체 사업장을 투쟁하는 것은 경험이 부족하였다. 그 결과 전북버스지부 파업 투쟁은 지도부의 판단과 달리 장기 투쟁으로 변하였고, 이탈하는 조합원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 파업투쟁 중 본부장 선거가 있었고, 새로 당선된 본부장은 무능하다는 평가로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어갔다.
민주버스본부는 전북버스파업 투쟁을 통하여 민주버스본부 체제로는 지역별로 상이한 정세를 파악하여 대응하는 데 미흡함이 있고, 본부장이 모든 투쟁을 다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민주버스본부를 해산하고, 민주버스협의회로 전환하게 된 배경이다. 민주버스협의회 체제에서 각 지부는 자신들의 조합비로 상근자를 채용하고, 투쟁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부의 조직 확대와 간부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민주버스본부 재건 요구와 반대 입장

민주버스본부 재건을 요구는 각 지부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나타났다. 각 지부의 상황이 악화되는 요인은 지부장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서 발생한 조직갈등이 큰 원인이다. 선거 후유증으로 분열되고, 반토막 난 지부는 투쟁사업과 조직 확대, 간부 역량 강화 등 노조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지부장의 상근 인건비를 마련하지 못하니, 지부장이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투쟁을 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지부의 역할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본부장을 요구했다. 여력이 있는 지부에서 열악한 지부를 지원하는 것이 연대정신이라는 주장도 있다.

민주버스본부 재건을 비판하였던 서경지부와 전북지부, 인천지부는 각 지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합원 조직 확대하는 활동에 집중하고, 현재 조합원들에게 정해진 조합비를 제대로 공제하여 지부예산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였다. 각 지부에서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여력 있는 지부에서 지원한다 해도 제로섬(총합은 0이라는 의미)이라는 결과일 뿐이다. 또한 타 지역지부와의 연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업종/사업장을 넘어서는 지역 내 연대다.

이런 논의는 시간이 흐르면서 본질과 멀어지고 찬성과 반대로 나눠져 갈등하게 된다.

본질은 지부의 조직력 강화 방법

전북은 2010년 총파업을 통하여 지역을 휩쓸어 투쟁한 경험으로 조직력과 투쟁력을 유지하며, 매년 임단협을 승리해 왔고, 교대제를 이뤄냈다. 하지만 전국의 버스노동자 조직 상황을 보면 민주노조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각 지부가 조직력과 투쟁력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민주버스본부가 만들어진다고 하여도 전국적인 조직 확대를 할 수 없다. 그건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희망에 불과하다. 본부장을 투쟁력 있고 뛰어난 인물을 선출한다 하여도, 그 본부장이 평생 본부장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전북버스파업 투쟁을 통하여 경험하였듯이 아무리 뛰어난 본부장도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계가 명확하다. 본부를 세우면 문제가 산적한 문제가 해결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조직과 투쟁 대신에 대리주의로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각 지부의 투쟁력과 자생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이것이 민주버스노조가 무엇보다 시급하게 해야 할 논의이다. 전국적으로 조합원은 늘어나고 있지만 교섭권을 가진 사업장은 늘지 않는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악법이 일차적 문제이지만, 어쨋든 이러한 제약 조건 아래에서 우리는 교섭권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당장 교섭권을 확보하지는 못하더라도 막대한 보조금이 투입되는 노선버스의 특성상 지자체, 지방의회, 지역토호세력 사이의 결탁을 공격하고 문제를 사회화시키는 것이 발언력/교섭력을 확보하는 투쟁전략일 수도 있다. 이 투쟁 역시 지역단위의 연대가 강화되지 않고서는 파급력을 얻기 어렵다.

무너져 가는 지부 조직 재건을 우선 시 해야

그래서 지금 해야할 일은 오히려 간단하다. 각 지부들이 지역 노동조합 및 공공성 투쟁에 연대를 강화하고, 조합비를 규정에 맞게 공제하여 지부재정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선거 후유증으로 탈퇴한 조합원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함께 해야 한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그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각 지부의 투쟁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민주버스노조는 본부를 재건하느냐 마느냐의 논의가 아니라 각 지부의 재건이 우선이다.

전북버스지부는 총회를 통하여 본부 재건이 부결되었지만 타 지부는 본부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 결과로 인하여 또 다른 분열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공공운수노조 2019년 대의원대회 미래 조직발전방향 안건에 부쳐
공공운수노조는 2019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조의 각 업종본부를 강화하고 기존 업종협의회는 업종본부로 발전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미래 조직발전방향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런 내용은 전노협에서 민주노총으로 넘어오던 시기부터 노동운동 내 존재했던 조직형태와 관련된 논쟁을 상기하게 한다. 지역노조와 업종/기업 노조 사이의 쟁점과 긴장이 있었고,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지역산별, 대산별, 소산별 등 방향에 대한 논쟁이 숱하게 존재했다.
공공운수노조 내에서도 지역산별, 업종본부를 둘러싼 논쟁이 수년간 지속되어 왔지만, 대의원대회에서 업종본부 확대를 조직발전방향으로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공운수노조 산별로 전환할 당시(2006년) 공공연맹의 결정사항은 조직의 골간을 지역과 업종본부를 병렬로 하되 단계적으로 지역본부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번 공공운수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은 산별노조 추진 당시의 고민과는 방향을 큰 각도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의 의미와 향후 전망은 조직 내에서 충분히 토론되지 않았고, 대다수 조합원들은 그 의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렇게 업종본부(소산별) 체계로 전환했을 때 지역노조, 지역본부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진 바 없다. 당장 사회복지사,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도 업종조직으로 편재가 이루어지면 지역노조에서 조직사업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민주노총의 지역본부가 자신의 조합원이 없는 가맹조직의 연맹체로서 갖는 한계를 산별노조 지역본부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전노협 정신계승과 지역(산별)노조 운동을 추구했던 이들은 업종/기업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포괄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경계했다. 실제로 현재에도 산별노조를 표방하는 민주노총 가맹조직 내에는 업종노조, 기업노조가 혼재되어 있고 이들이 산별노조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종/기업 노조는 미조직/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가입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지역에 과도한 집착을 하고 있어 전국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산별단체교섭에 진척이 없다고 진단(산별노조운동 ‘지역’엔 답이 없다, 윤효원)하지만 산별교섭제도의 형식과 효력조차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책임을 연목구어 하는 관점이다.
이번 버스본부 재건 추진도 공공운수노조의 결의사항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현재진행형인 쟁점이다. 활동가들 사이의 보다 심화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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