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상산고 자율형사립고 취소결정 부동의를 바라보며
6월 20일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발표 이후 전북지역에서는 6월 22일 전북지역 31개단체가 ‘상산고 자사고 폐지-일반고 전환 전북도민대책위’를 구성하고, 집회, 지역별 단체 및 학부모 간담회, 1인시위, 기자회견 등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을 전개했다. 많은 지역의 시민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상산고 자사고 취소의 정당성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7월 26일, 문재인정부는 지역의 민의를 져버린 채, 끝내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취소결정’에 대해 부동의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문재인정부의 특권학교, 귀족학교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폐기하는 동시에 교육철학의 부재를 스스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심각한 반헌법적 작태이며,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Populism)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정책 공약집에는 “일반고, 특목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등으로 복잡화되어있는 고교체계 단순화”,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기술되어있으며, 고교체계 개편을 위한 3단계 로드맵을 통해 2020년까지 고교체계개편을 완료한다는 계획까지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이러한 공약을 스스로 걷어차버렸다.
우리는 초등학교때부터 국민의 5대 권리에 대해 학습하였다. 5대 권리는 평등권, 자유권, 참정권, 사회권, 청구권적 기본권이다. 그 중 평등권의 정의는 ‘다른 기본권 보장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으로서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며,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과 권위에 의하여 차별받지 않을 권리이다.’라고 기술되어있다. 교육권은 헌법에 보장되어있는 기본적 권리로서 사회권에 해당된다. 즉, 문재인 대통령이 한 나라의 수장이자 법률가로서 평등교육을 지향하는 헌법적 가치를 무시했다고 볼 수 있다.
한일경제분쟁을 2020년 총선승리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배타적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문재인정부의 대응을 보더라도 문재인정부가 인기영합주의에 사로잡혀 친재벌, 반노동 정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며 제대로 된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게 되었다.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상산고 일반고전환 투쟁을 복기하며 전북대책위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감사와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1. 자율형 사립고의 탄생- 학교 서열화의 끝판왕의 등장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의 종류는 크게 4종류로 분류된다. 흔히 인문계라 불리는 일반고, 실업계라 통칭하는 특성화고, 과학고, 외고, 예술고, 체육고 등의 특수목적고(일명 ‘특목고’), 그리고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등의 자율고로 나누어져 있다. 고등학교는 중학교의 교육 토대위에 중등교육 및 기초적인 전문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실제 고등학교는 대학을 가기 위한 중간다리의 역할로 변질된 지 오래다. 따라서 현재 우리 고등학교는 소위 SKY를 비롯한 수도권의 우수대학에 얼마나 진학시키느냐가 학교 서열로 굳어져 있는데, 맨 위에 특목고, 그 아래에 자사고, 그 밑에 일반고, 그리고 가장 아래에 특성화고로 일컫고 있다. 즉, 특목고-자사고-일반고-특성화고 순으로 고등학교가 서열화 되어 있다.
이중 자사고는 수월성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위해 자사고에 부여한 권리와 의무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정의 자율성 부여, 둘째, 학생우선 선발권 부여, 셋째, 학교 운영비 자체해결이다. 하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서열교육, 차별교육, 귀족교육의 강화의 결과로 나타난다. 자사고의 현실은 국영수 중심의 입시위주의 교육, 우수학생 싹쓸이, 등록금 폭등(일반고보다 3배까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배 수준임)의 결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자사고가 처음 만들어진 때는 2002년 김대중 정부이다. 학생들에게 개성있는 다양성 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명분으로 시범 도입하였는데, 2002년에는 민족사관고(강원), 광양제철고(전남), 포항제철고(경북) 등 3개교를 일반고에서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하였으며, 이듬해인 2003년 해운대고(부산), 현대청운고(울산) 및 전주상산고를 추가로 지정하였다. 이중 상산고는 당시 전북교육청의 심사에서 전교조 전북지부 등의 투쟁의 성과로 탈락하였으나 이후 전북교육청은 교육부, 감사원 등의 압력에 굴복하여 다시 지정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다양성, 수월성 교육과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는 취지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1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 기숙형 공립고 1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마이스터고 50개를 만들어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고 하였으나 오히려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라는 정책을 실시하였고, 그동안 시범학교로 운영되던 자립형 사립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고 추가로 자율형 사립고를 1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자율형 사립고는 오히려 사교육비의 증가 요인 및 고교서열화를 정착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며 40여개까지 증가한 이후 더 이상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2. 자사고의 문제?- 드라마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의 현실화
한국에서 인기있었던 드라마중에 귀족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중에 ‘꽃보다 남자’와 ‘상속자들’이 있다. 주 내용은 일률적으로 사회적 배려자로 귀족학교에 입학한 여학생이 차별과 집단따돌림의 고난을 이겨내고 전문직여성과 재벌 2세 남학생의 사랑을 쟁취하는 신데렐라식의 행복한 결말로 끚을 맺는다. 두 작품 다 주인공이 배우 ‘이민호’였던 것이 기억난다.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부자 부모를 둔 복으로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고, 서로간에 연애를 하며 혼맥을 형성한다. 또한 부모들은 서로 사교 모임을 형성한다. 그리고, 탈세, 횡령 등으로 인한 부모의 구속 및 부모와의 갈등으로 위기를 맞지만(불법 탈법적인 부모 또는 갈등 상대자의 범죄를 미화한다.), 이를 극복한다. 심지어 철저하게 계급적으로 무리를 형성하여 어울리며, 약하고 평범한 학우들을 괴롭히기도 한다.(물론, 나중에 개과천선한다). 또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이 꼭 등장하는 데 철저하게 패배자의 관점으로 그리며, 간혹 일반고에 진학한 중학교 동창이 나오기도 하는데 역시 마찬가지다. 이 아이들이 성장한 뒤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2009년과 2013년에 각각 제작된 이 드라마의 공간적 배경이 자사고임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첫째. 자사고는 헌법의 가치를 부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존치할 법률적 근거도 없다.
헌법 제31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자사고는 개인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돈에 대한 능력으로 헌법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설립과 폐지는 법(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하지만 자사고는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라는 미명하에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채, 하위 시행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자사고는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위법적이라 할 것이다.
둘째. 자사고는 대입 몰빵 입시학원으로 전락해 더 이상 존치할 명분을 잃었으며, ‘평등’이라는 가치를 무시하고, 학교를 서열화 특권화하고 있다.
자사고에 주어진 교육과정의 자율성은 다양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개성을 실현시키자는 취지이나 실제 자사고는 교육과정을 국영수 중심의 획일적인 대입전형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등학교 교육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말 그대로 대입 몰빵 교육의 입시학원이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학생들을 먼저 선발하는 구조로 성적 우수 학생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2입시제도 개선에 따라 2019학년도 신입생부터 일반고와 동시선발함. 다만 자사고를 불합격해도 평준화 학교를 입학할 수 있음. 실제 자사고의 중학교성적 상위 10%이상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학생의 88%로 일반고의 거의 10배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학교를 위계화하고 특권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반고 학생들의 상실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세째. 자사고는 부자들의, 부자들만을 위한 귀족학교로 전락하여 신분과 부를 세습시키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자사고의 학비는 연간 1천만 원이 훨씬 넘고, 심지어 2천 5백만 원이 넘는 학교도 있다. 사교육비까지 포함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들어간다. 더욱이 고교무상화가 2019년 하반기부터 추진되고 있는 지금에서는 일반학교와 자사고는 더욱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자사고 입학을 위해서는 늦어도 중학교 때, 대부분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즉, 자사고 입학 준비를 위한 사교육비 또한 서민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자사고는 상류층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상류층들은 자녀를 귀족학교인 자사고나 특목고에 입학시키고, 다시 우수대학에 진학시켜, 상류층의 자리를 대물림한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부와 신분을 세습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다.
3. 언론 및 정치권의 상산고 구하기 실체
언론 및 정치권(국회의원 151명의 연서명 등)은 이러한 문제투성이의 상산고의 자사고 유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심지어 문재인정부까지 나서서 자신의 공약까지 파기하며 상산고를 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철저하게 상류층의 이해를 대변하여 상류층의 지위를 독점하기 위해서이다.
자사고는 모집 단위에 따라 크게 전국형과 광역형으로 나눈다. 전국형은 학생을 전국단위로 모집하는 학교이고, 광역형은 시도 지역 내의 학생만을 모집하는 자사고이다. 2019년 6월 현재 전국형은 상산고를 비롯한 10개 학교가 있고, 광역형은 남성고와 군산중앙고를 포함하여 33개의 학교가 있다.
이중 전국형이 더 큰 문제인데 상산고는 여타 자사고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교육과정의 다양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그저 의대, 치의대 등을 위해 재수, 삼수도 마다하지 않는 철저한 의대 사관학교이며, 사회통합전형은 입학정원의 10% 이상(광역형 자사고는 20%이상) 선발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3%도 뽑지 않는 전형적인 귀족형 자사고이다. 또한 지역명문고라 칭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전북지역 학생은 20%도 안되는 실정이다. 즉, 실패한 자사고 정책의 최정점에 서있는 학교가 바로 상산고이다.
또한, 상산고는 제도를 악용하여 지역의 일반고 학생들의 권리를 빠앗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인재전형’이다. 지역인재전형이란 지역의 우수학생이 타시도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의대, 치대 등에 해당 지역의 학생을 의무적으로 일정비율 이상을 선발하는 제도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약칭: 지방대육성법)’에 적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인재전형이 처음에는 유형Ⅰ(고등학교 입학부터 졸업까지 3년 동안 해당지역에서 재학하고 부모와 거주한 자)와 유형Ⅱ(중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6년 동안 해당지역의 재학한 자) 이었으나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에는 ‘고등학교 입학부터 졸업까지 3년 동안 재학한 자’가 추가되었다. 따라서 상산고의 타시도학생은 주민등록 이전만 하면 유형Ⅰ이 가능하고 심지어 2020학년도 입학에는 상산고를 다녔다는 이유로 전북의 지역인재전형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대한민국의 권력이 총결집하여 상산고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4.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결정 부동의,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파산 선고!
자사고는 5년마다 시도교육청의 규칙에 따라 해당학교 운영성과 등을 평가하여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즉, 자사고의 지정도, 평가도, 취소도 모두 시도교육청의 권한이다. 그런데 교육감의 권한을 제어하기 위하여 이명박 정부는 2011년에 ‘취소시 교육부와 사전협의’로 관련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추가, 개정하였고, 한 발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2월 9일에 ‘협의를 동의’로 변경하였다.
따라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조항을 삭제하면 자사고 등 특권학교는 폐지되고 일반고로 전환이 가능하다. 제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문재인 후보 포함)가 특권학교, 귀족학교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하였고, 문재인 정부는 당선 이후 국정과제에도 포함하여 적폐를 청산하고 교육자치를 인정하겠다고 하였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애초의 약속과 달리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산고 자사고 취소라는 전북교육청의 결정을 ‘부동의’ 하여 상산고 자사고 지위를 유지시켰다.
문재인 교육부는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부동의 사유로 ‘사회통합전형의 평가 절차 하자’를 들었다. 즉, 전북교육청이 적용한 ‘2019년 입학정원의 10%이상을 사회통합자로 선발’에 대한 위반을 평가내용에 적용한 것에 대하여 잘못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통합전형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특수교육대상자 등 사회적 배려를 위한 것으로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이걸 핑계 삼아 상산고의 자사고 지위를 살려주었다. 심지어 전북교육청이 적용한 ‘사회통합전형 10% 적용’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사회적 배려자를 위해 평가에 반영하라고 하였던 부분이다. 박근혜는 사회적 배려를 요구한 반면 문재인은 사회적 배려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특권교육, 귀족학교를 바라보는 관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라 할 것이다.
일부는 “전북교육청의 치밀하지 못한 평가가 문제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사회통합전형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설령 그 부분이 아니더라도 다른 항목을 핑계 삼아 어떻게든 지정에 대해 부동의 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의 문제점은 비단 자사고 공약 파기 하나만이 아니다. 수차례 약속했던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는 국회, 법원 핑계로 거부하고 있고, 노동존중 한다고 하였으나 최저임금, 노동개악 등에서 보듯이 노동무시, 재벌존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도 없다.
이제 전 민중의 이름으로 판결을 내린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해 파산을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