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했다더니, 지자체 비정규직 도리어 늘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전국제공항공사를 방문(2017년 5월 10일)하여 ‘비정규직 제로 정책’ 추진을 밝힘. 이후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책 추진 배경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비용절감과 탄력적 인력운용을 위해 비정규직을 적극 활용하였고, 늘어난 비정규직은 저임금과 고용의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사회양극화의 핵심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제시했다.
기세등등하게 추진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은 용두사미의 전형이다. 오히려 정책 시행전보다 전라북도 지방자치단체 기간제 비정규직 규모는 증가했다.
아래는 민주노총전북본부 이슈페이퍼2019-03 중 기간제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내용 요약과 시사점이다.
민주노총전북본부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전라북도 15개 도, 시, 군 지방자치단체에 기간제 인력 운용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수합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간제 총 인원은 9,619명으로 2017년에 정부가 집계한 총인원 4,584명의 210%에 이른다.(이는 고용위기지역 예산으로 운용하는 군산시 임시직 일자리 5,049명을 제외하고 산출한 것임)
이 중 수개월 미만의 단기업무가 상당량 포함되어 있음을 고려하여 총 근로기간을 산출한 결과 48,303개월이었다. 1인당 평균 근로기간은 5.0개월로, 1인이 12개월을 근무한다고 가정할 경우 총 4,025명의 인원이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적 업무 판단 기준으로 ①연중 계속되는 업무로서 ②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로 제시했다. 상시지속 업무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을 참고해 9개월 이상 근무자를 산출한 결과 2,448명으로 집계되었다 2017년 기간제 인원 중 상시지속 업무로 분류했던 2,420명과 근사한 수치이다. 심지어 연중 상시고용인 12개월 근무자 숫자가 1,521명에 달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라북도 전체 1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전환하기로 결정한 기간제 노동자 숫자는 1,663명인데, 2019년에도 그보다 더 많은 숫자의 기간제 노동자가 남아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 9개월 이상 근무자가 담당하는 업무를 분석하니, 시설 관리, 시설 운영, 사무보조, 복지 업무(노인, 장애인 등), 청사 관리, 청소, 식당 운영 등 2년 이상 지속되는 상시지속 업무에 해당하는 사무가 대다수 였다.
이 외 업무를 세분화시킨 뒤 각 업무 별로 인원을 채용하거나,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소속 부서를 달리해 채용한 사례, 연중 상시 지속되는 행정 · 사무보조 업무를 기간제로 채용하는 사례 등이 발견된다.
올해 지방자치단체 기간제 인력 운용현황은 1단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누락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정규직 전환 이후 신규 업무에서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운영방안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현장에서는 형식적 운영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문재인 정부 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시키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 정책은 비정규직의 유입을 억제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같은 입구 규제를 포함한 보다 거시적 노동정책이 즉시 필요한 이유이다.
이번 조사는 제한된 자료를 토대로 진행되면서 현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선 왜 기간제 비정규직 규모가 오히려 증가했는지 그 이유를 확인하지 못했다. 몇가지 가설로는, 2017년 당시 고용노동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파악했을 가능성,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 예산이 단기 일자리 확대에 사용됐을 가능성, 정규직 전환 기준인 9개월 미만으로 쪼개기 고용하고 있을 가능성 등이 있다. 이는 각 사업별 심층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각 기관별로 공무원,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재직자 인원 전체 규모를 조사하여 연도별 비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