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 제 36호를 발간하며

아래로부터 제 36호를 발간하며

김연탁(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사무처장)

 

2001년부터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하여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해왔고, 2019년 연말에는 올해의 사자성어로‘공명지조(共命之鳥)’를 정하였습니다. 총 1,046명이 참여하여 347명이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공명지조’ 는 불교경전에서 나오는 새인데,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글자 그대로‘목숨을 함께 하는 새’를 말합니다.‘불본행집경’과‘잡보잡경’에 의하면,‘한 머리가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먹는데 질투를 느껴, 다른 머리가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려 결국 모두 죽게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편, 2019년 12월, 한 취업전문회사가 직장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사자성어가“각자도생(各自圖生)”이었다고 합니다.‘제각기 살아나갈 방도를 꾀한다.’는 뜻입니다.

이 두 개의의 사자성어는 현시기 한국사회의 현실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한국사회는 상이한 이해관계와 주장이 서로 평등하게 토론되고 결정되는 민주주의가 결여되어 있음으로 인해 사회는 공동체로서 위기에 처해있으며, 구성원들은 공동체로 집결하여 위기 극복하는 대신 각자 뿔뿔이 흩어져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입입니다. 촛불정부를 참칭해온 문재인정부가 이제 집권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촛불의 요구에 등을 돌려 자본과 권력의 품으로 질주하고 있고, 사회의 양극화는 계급별ㆍ세대별 ㆍ직종별ㆍ고용형태별로 다양해지며 심화되고 있습니다.‘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촛불요구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대로 매도된 채, 더 이상 목소리조차 가로막혀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5월 11일 취임사에서‘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문재인정부 5년을 관통하는 정책기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조는 3년을 경과하며 철저하게 무너졌습니다.‘교육’과‘경제’두가지 측면에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부모세대의 부와 직위가 학력이라는 형태로 세습되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며, 불의한’시스템의 제기에 대해 문재인정부는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정유라’를 계기로 제기되었던 문제는‘조국사태’를 거치며 다시 재현되었고, 문재인정부는 부당성을 제시하는 20대 청년들의 공분을 무시했습니다.‘불공정’에 대한 요구는 검찰개혁에 대한 찬반으로 매도되며, 여러 문제들이 함께 결합하며 세대별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경제 활성화정책으로 이명박 박근혜정권의 낙수성장론 대신 소득주도성장론을 제기합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두 가지 방향은 재벌체제개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정규직화ㆍ최저임금현실화 정책입니다.

문재인정부는 처음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재벌체제 개혁이 아닌 단순히 중소 및 하청기업과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시정하는 선에서 끝마칩니다. 그리고, 한일무역분쟁을 경과하며 적폐주범이 아닌 한국경제성장의 주인공으로 사회적 위상을 강화시키며, 노동자를 포함한 사회적약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지원과 특혜를 강화합니다. 그리하여, 한국경제는 다시금 재벌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형태로 구축됩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정규직화 역시 중규직화 또는 자회사 고용 등 편법의 형태로 일관하다, 결국 간접고용 정규직화 관련해서는 해당기관에 떠넘기며 정부는 손을 털었습니다. 최저임금 역시 2019년 7월 결국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무효화를 선언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배타적 민족주의’와‘사회적 혐오’의 대중화ㆍ보편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포퓰리즘 통치에 기원합니다.‘배타적 민족주의’와‘사회적 혐오’의 피해는 모두 사회적 약자에 전가되고,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비록 문재인정부의 집권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이루기를 바랐습니다.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실패의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심경은 복잡합니다. 그들의 집권은 수많은 대중들의 투쟁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노하거나 절망할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총선 이후 닥칠 저들의 예고된 공격을 대비해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역사는 야만의 시대로 접어듭니다. 2020년 우리의 투쟁은 느슨해진 우리의 연대를 다시금 공고히 구축하고, 4년동안 지연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의 과제를 계승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야만을 막는 실천이 될 것입니다.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가 발간하는 ‘아래로부터’가 그 투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자리를 빌어 2020년을 힘차게 열어제끼는 『아래로부터 36호』를 빛나고 힘찬 글로 채워주신 모든 필진에게 감사드립니다.

2020년 2월 11일, 편집장 김연탁 배상 <끝>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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