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에서 음악이 사라진다면?
오정심(회원, 공공운수노조 전북문화예술지부 조직국장)
군산시립예술단투쟁이 3년이 지났습니다.
군산시립예술단은 군산시에 소속되어 군산시 문화예술창달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공연을 볼 수 있도록 공공성과 예술성을 갖춘 공연문화를 제공하며 군산시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공연장을 찾는 군산시민들의 발걸음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 지차제 인구대비 평균 관객수가 2배를 훌쩍 넘습니다. 한결같이 품격있는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한 예술이 만든 결과이자 시민들이 공연을 보고 함께 울고 웃으며 환호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군산시의회에서 2023년 정기공연비와 직책수당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삭감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의회에서 해고강화, 근무시간확대, 임금삭감 등의 단체협약 개악(안)을 냈습니다. 군산시립예술단지회는 이에 맞서 단결된 힘으로 투쟁에 돌입했고, 정기공연비와 직책수당은 복원하였습니다. 하지만 시의회의 예술단 탄압은 계속되었고, 예술단은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환원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의회 개악안을 일부 수용했습니다. 그럼에도 시의회에서 2024년 공연예산을 전액 삭감하였고, 예술단 폐지를 위한 공청회를 실시하겠다고 겁박하고 있습니다.
군산시에서 음악이 사라진다면 군산시는 어떤 도시가 될까요. 군산시의회에게 묻고 싶습니다. 군산시 경제의 두 축이 무너진 상황에서, 장기불황과 고물가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군산시민들에게 음악마저 빼앗는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군산시립예술단 투쟁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공연도 계속 해야 합니다. 군산시립예술단 조합원들은 예술단 운영이 안정되어, 보다 빛나는, 보다 다양한 공연을 힘차게 할 때까지 시의회 탄압에 맞서 힘껏 싸울 것입니다.
위기를 기회 삼아 군산시립예술단조합원들은 노동조합으로 더 단단해지고, 하나가 되어 예술단 안정화를 위해 싸우는 중입니다. 많은 응원과 연대 부탁 드립니다. 조합원이 투쟁기를 남겨 소개합니다.
군산시립예술단 투쟁기
군산시립예술단지회 조합원 이철
몇 년 전 1월 첫 출근 날로 기억합니다.
출근하고 처음 들은 말이 임금이 30퍼센트 삭감되었으니 단원들은 30퍼센트 삭감된 임금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9월까지만 임금을 받을 것인지 결정하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동안 시와 시의회와의 작은 마찰들은 있었지만 잘 해결되어 왔고 이런 건 처음이라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도 노동자”라는 어색한 말을 듣고 노조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린 노동자였습니다.
다행히도 임금체불은 일어나지 않았고 운 좋게도 큰 잡음 없이 우리의 처우도 조금씩 조금씩 개선되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초 어느 날 출근하니 직책수당이 삭감되었다는 말과 함께 말도 안되는 이상한 요구들을 해왔습니다. 멀쩡한 수당이 없어진 것도 억울한데 매년 단원들을 해고하겠다고 합니다. 정말 화가 났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반박하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더 화가 났습니다.
연주 수당도 삭감이 되었습니다. 쪽팔렸습니다. 시립예술단이 돈이 없어서 정기연주 프로그램북을 얇디얇은 A4용지에다가 사무실에서 직접 인쇄해서 쭈글쭈글해진 프로그램을 관객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연주수당은 석 달 뒤에나 다시 복원했으나 체불 된 임금에 대해서는 주네마네 밀당을 합니다.
자존심 상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우릴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렇게 행동하나? 라는 생각이 들자 더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열 달 뒤 이젠 투쟁에 나서야 된다는 또 다른 어색한 이야기를 듣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모든 게 낯설었습니다.
직장 앞 차가운 대리석 계단에 앉아 어색한 구호를 외쳤고 시청 앞 위험한 도로에 앉아 우리의 억울함의 외쳤고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동지들의 부당함을 듣고 같이 투쟁했습니다.
군산의 곳곳을 걸으며 시가행진도 했습니다. 많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따가운 눈총과 난폭운전, 아주 가끔은 공감의 시선과 화이팅..
미안했습니다. 이해도 했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저조차도 따가운 시선을 보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알려야 했습니다.
할 줄 아는 게 노래뿐이라 집회에서 공연 부탁을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잘 차려 입고 갔습니다. 지나가던 시민 한 분이라도 저 양반이 왜 저기서 저러고 있나 궁금하게 만들고 부당함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회와 시청에선 우리를 세금이나 축내는 기생충처럼 대하고, 차가운 도로 위 수 많은 따가운 눈총을 애써 외면하고 담담한 척 씩씩한 척하려 했지만 점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시청 도착 후 이창석 본부장님이 마지막 발언을 하셨습니다. 사실 제 맘 한 켠에 공공운수전북본부조차 우리의 억울함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본부장님은 누구보다 정확하게 우리의 억울함을 이해하시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상세히 설명하시고, 우리를 대표해 거세게 항의하여 주셨습니다. 마치 저에게는 “괜찮아요 고개들어요, 당신은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 해주시는 거 같았습니다. 가슴이,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몇 년 전 처음 30퍼센트 임금삭감이 가시화된 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알지도 못하는 시의원 몇 다리 건너건너 사정해서 찾아갔습니다. 가서 다 내려놓고 부탁했습니다. 제발 도와달라고. 가보고 알았습니다. 아 여기는 올 필요가 없구나. 이 사람이 내 말을 들어 줄 만큼 난 힘이 없구나. 그 눈빛, 그 태도 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알았습니다. 어릴 땐 부모님이 날 지켜주시고 젊을 땐 친한 친구들이 날 지켜주고 직장에 다닐 땐 민주노총 수많은 동지들이 날 지켜주고 있구나. 드디어 우리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힘이 생긴 거구나.
이 글을 통해 본부장님 실장님들 간부님들 모두에게 너무 수고 많으셨다 감사하다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또 어떤 시련이 또 다가올지 모릅니다. 끝까지 하나 되어 이겨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첫 시청집회 때 네 명의 합창단 동지들과 불렀던 Nessun dorma 의 마지막 구절과 함께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Dilegua o notte!
어둠아 사라져라!
Tramontate stelle!
별들아 지거라!
All’alba vincero!
새벽이 오면 승리하리라!
vincero!
승리하리라!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