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1일은 제134주년 세계노동절이다
주년 표기는 무엇을 계승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
전태일 정신 훼손한 인사가 제기한 주년 논쟁
올해 5월 1일은 134주년 세계노동절이다. 대부분의 언론도 올해 세계노동절을 제134주년으로 칭하지만, 민주노총이 개최하는 세계노동절 대회명은 ‘2024 세계노동절대회’으로 정해졌다. 수년 전에 세계노동절 대회 주년 표기가 잘못되었다는 논쟁이 제기되어 그 뒤로 주년 표기를 삭제한 결과이다. 이 주장을 제기한 대표적 인사가 최근 전태일 열사를 앞세우며 불안정ㆍ비정형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의 책임이 노동계급에게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한석호이다.
올해를 134주년 세계노동절로 계산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쪽은 세계노동절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싸웠던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날이므로 1886년을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렇게 셈하면 올해는 138주년 세계노동절이 된다. 이들은 혼란이 있으니 아예 주년 표기를 삭제하고 연도로만 표기하자고 요구해 그 결과로 현재 민주노총의 세계노동절대회명이 나오게 되었다.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
주년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는 무엇을 계승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다.
노동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노동계급 운동(세계노동절)은 1890년에 시작했기 때문에 100주년은 1990년에 기념해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많은 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에 1890년 5월 1일을 첫 세계노동절로, 1891년 5월 1일을 세계노동절 1주년으로 삼는 것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주년 표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세계노동절의 기원인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거리감이 놓여 있다. 한석호의 주장과 민주노총의 혼란도 이 연장선상에서 이해된다.
이 쟁점은 이미 130년 전에도 제기되었다. 제2인터내셔널이 1890년 5월 1일을 동시 국제 시위의 날로 정한 것은 미국노동연맹이 그 날 파업하기로 정한 결정을 고려한 것이지만, 정작 이들은 이 해에도 성조기를 들고 미국 국가를 불렀다고 전한다. 이후 미국노동연맹은 자신들이 ‘1890년 5월 1일’과 연결되는 일을 피하고자 9월 첫 째주 월요일을 노동절(Labor day)로 정하자고 청원했다. 미국노동연맹이 자신의 보수적 색채를 더욱 강화하여 반공주의를 표방하기에 이른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민주노총이 ‘1890년 5월 1일’의 계승을 명시하지 않게 된 것이 세계노동절을 노동절로 축소하고자 했던 시도와 상통하는 일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아예 주년을 빼고 연도만 표기하자는 주장은 세계노동절의 역사를 현재와 분리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세계노동절은 민족과 국경을 넘어 전세계 노동자의 단결을 추구했던 130여 년 전 노동운동의 이상을 되새기며 연대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올해 5월 1일은 2024년 세계노동절이 아닌 제134주년 세계노동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