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리싸이클링타운 집단해고‧폭발참사를 통해 본 폐기물 시설의 공공성과 노동권
강문식(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사무처장, 리싸이클링타운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 이 글은 9월 2일 리싸이클링타운 사태 국회토론회 발제문을 축약한 것입니다.
1. 들어가며
전주시종합리싸이클링타운(이하 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폐기물‧재활용품 폐기물‧하수슬러지 등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로서 2016년에 준공되어 운영 중이다.
생활폐기물 처리 시설은 시설에서 배출되는 소음‧먼지‧악취‧유해물질 등으로 인해 기피‧혐오시설로 취급되어 왔고 대부분의 시설은 도시 주민들의 시선에서 가려진 장소에 위치한다. 소비활동과 그 소비의 결과물인 생활폐기물 처리를 분리하는 것은 대량생산‧소비 경제체제와 불가결한 관계를 맺는다. 대량생산‧소비 경제체제는 소비자를 생산자와 분리하여 생산과정을 소비자의 시야에서 가리는 것을 본령으로 삼는다. 이 사회에서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 역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생활폐기물 자원화’ 등으로 이름붙여진 일종의 상품으로 취급하므로, 폐기물을 발생시킨 소비자는 생활폐기물 처리 서비스를 구입(수수료 지불)하는 데에서 폐기물에 대한 관여를 마친다. 그러므로 누군가 의식적으로 폐기물의 이동, 처리 과정을 좇지 않는 이상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인적 피해의 실상을 인지하기란 어렵다. 시야의 은폐는 ‘폐기물 처리’ 상품의 생산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 공고해진다. 폐기물 처리 시설의 소음‧먼지‧악취‧유해물질까지는 더러 사회적 관심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폐기물 처리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우리 사회에서 거론조차 되어오지 않았던 무지의 영역이다. 리싸이클링타운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악취, 유해물질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왔다.
이에 더해 시민의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환경기초시설의 운영을 민간기업에게 맡기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이 확산되고 있다. 그간 BTO 사업은 민간기업이 공공부문에서 수익을 얻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공공성을 훼손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폐기물 시설에서는 노동자들의 고용도 불안정하다. 리싸이클링타운도 예외는 아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운영 중인 리싸이클링타운도 수익추구적 운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아 왔다. 이를 내부고발한 노동자들에 대한 보복해고도 벌어졌다. 5월 2일에 리싸이클링타운에서 발생한 폭발참사는 폐기물처리시설의 은폐된 노동환경과 민간사업자의 수익추구적 운영이 결합된 결과다.
2. 리싸이클링타운의 공공성 훼손
1) 리싸이클링타운 운영 구조
BTO 방식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은 BTO 방식은 한국에서 빈번히 활용하는 대표적인 수익형 민간투자사업 추진방식으로, 시설의 준공(신설‧증설‧개량)과 동시에 해당 시설의 소유권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Transfer)되며, 사업시행자에게 일정기간의 시설관리운영권을 인정(Operate)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BTO 사업은 건설기간의 민간사업비 및 운영기간의 운영비를 운영수입으로 회수하는 구조로 총사업비, 총민간사업비, 운영비, 사업수익률 및 운영수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BTO 방식의 사용료는 운영수입과 추정수요를 바탕으로 산정하여 실시협약에서 사전 확정하며, 실시협약에 합의된 추정수요와 실제 수요간 차이는 사업시행자인 민간사업자가 부담한다. 즉, 수요에 따라 운영수입이 변동하기 때문에 수요에 따른 임대료/운영비의 변동이 없는 BTL 방식보다 사업자가 높은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로 BTL 대비 높은 수익률을 가진다. 통상적으로 도로, 철도, 항만, 환경 관련 시설 건설‧운영을 위한 사업유형에 BTO 방식이 적용된다.
전주시 종합리싸이클링타운 조성사업(BTO) 실시협약은 2013년 12월에 전주시와 전주리싸이클링에너지㈜ 사이에 체결되었다.
협약은 사업시행자는 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평가단계에서 출자자 또는 전문운영회사와 사업시설의 유지관리 및 운영을 위한 위임 또는 위탁계약을 체결하도록 정한다. 만약 사업시행자가 위임 또는 위탁계약을 체결한 자를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주무관청의 승인을 얻은 이후에 변경할 수 있다(제42조).
전주리싸이클링에너지(주)는 태영건설, 한백종합건설, 성우건설, 티에스케이워터로 구성된 공동수급체(이하 태영컨소시엄)과 관리운영계약을 체결했고 실시협약 제42조에 따라 전주시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관리운영계약 상 태영컨소시엄의 대표수탁자는 태영건설이고, 제반 책임과 의무는 대표수탁자 명의로 이행되어야 한다.
실시협약 제42조에 따르면 대표수탁자가 변경될 경우 관리운영계약을 변경체결하고 주무관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태영컨소시엄은 주무관청 승인 없이 ‘공동수급운영협약’이라는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8월 1일부터 ‘주관운영사’를 TSK(현 에코비트워터)로 변경하여 시설의 실운영을 TSK로 넘겼다. 제반 책임과 의무를 대표수탁자(태영건설) 명의로 이행해야 한다는 관리운영계약과 TSK가 주관운영을 맡는다는 공동수급운영협약의 상충은 사용자를 불분명하게 하고 따라서 각종 노동관계 의무의 회피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씨앗이 되었다.
2) 민간사업자의 수익 추구적 운영과 음폐수 반입
리싸이클링타운에서 음식물폐기물 처리는 혐기성 소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리싸이클링타운에 음식물폐기물이 반입되면 파쇄‧파봉, 탈수 등의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음폐수가 소화조에 투입된다. 설계기준 상 음폐수는 소화조에서 35일 이상 머물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음폐수 내 유기물은 박테리아에 의한 혐기성 소화 과정을 통해 메탄(CH4) 함량 60% 이상의 바이오가스로 전환된다. 소화조에서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저장조에 저장되었다가 발전기, 음식물 건조설비, 소각로 등에서 사용되고, 생산된 전기는 판매된다. 유기물이 감소 된 슬러지는 소화슬러지저류조로 방출되고 탈수 과정을 거친 뒤 하수처리장으로 연계된다. 탈수 후 남은 슬러지케이크는 소각로에서 소각된다. 이렇듯 리싸이클링타운은 음식물폐기물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열원으로 이용한다는 자원순환의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에 의한 리싸이클링타운의 운영은 자원순환이라는 취지를 무색케 했다. 자원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핵심 원인은 외부 음폐수 반입이다.
(1) 외부 음폐수 반입의 절차적 하자
태영컨소시엄은 수익 확대를 위해 전주시 생활폐기물 처분시설인 리싸이클링타운에서 전주시 관외 사업장폐기물 음폐수까지 처리하고자 했고 전주시는 이 과정을 전적으로 지원했다.
전주시는 2014년 5월 8일에 처분 폐기물 종류를 “전주시 관내 음식물류폐기물”로 하여 리싸이클링타운의 폐기물처분시설 설치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태영컨소시엄은 전주시 관외 음폐수 반입을 위해 2018년 4월부터 공정 변경 공사를 추진한다.
자료 : 리싸이클링 제2019-134-01호(2019.8.19.) |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전주시는 처분 폐기물 종류에 “음식물류폐기물처리잔재물”을 추가한다는 취지의 폐기물처분시설 설치변경을 신고했다(2018년 5월 11일). 신고 내용대로라면 리싸이클링타운의 처분 폐기물 종류는 “전주시 관내 음식물류폐기물, 음식물류폐기물처리잔재물”이어야 하지만, 전주시는 “전주시 관내” 문구를 삭제하여 신고서를 작성했고 전라북도는 이를 승인했다.
자료 : 전라북도 환경보전과-9587, 2018. |
이러한 경과를 거쳐 리싸이클링타운에 타 권역 사업장폐기물 음폐수 반입이 공식화되었다. 사업장폐기물을 배출부터 운반, 처리까지 관리하는 환경부 올바로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리싸이클링타운에는 2018년 9월부터 대전, 충남, 경기 등 타 권역 사업장폐기물 음폐수가 반입되기 시작했다(자료 출처 :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
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시 소유의 폐기물처리시설이며 BTO 실시협약 상 외부 음폐수 반입 처리를 통한 수익 활동을 시행 위해서는 사업시행자가 사전에 주무관청으로부터 경미한 사업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승인 절차는 2019년 8월 22일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2019년 8월 22일 이전에 전주시 승인 없이 외부 음폐수를 반입한 행위는 BTO 실시협약 위반이다.
그러나 전주시는 1년 간 무단 음폐수 반입을 묵인했고, 절차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뒤늦게 졸속 승인 절차를 밟았다. 전주시는 느닷없이 2019년 7월 31일에 태영컨소시엄에 공문을 보내 음식물처리시설 고장‧비상상황에 따른 운영대책 제출을 요구했고(전주시 자원순환과-14531), 태영컨소시엄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상시 음식물폐기물을 외주 처리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음폐수를 반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전주시에 제출(리싸이클링 제2019-132-01호, 2019.8.12.)했다. 전주시는 「리싸이클링 음식물류폐기물 비상 시 외주처리대책」(전주시 자원순환과-15562, 2019.8.14.)이란 제목의 내부 보고 문서를 만들었고, 곧이어 태영컨소시엄은 음폐수 반입 사업의 승인을 요청(리싸이클링 제2019-134-01호, 2019.8.19.)했다, 전주시는 그 직후 리싸이클링타운 음폐수 반입 사업을 정식 승인해줬다(전주시 자원순환과-15936, 2019.8.22.). 문서간 수발신 간격은 고작 수 일에 불과해 각 문서를 세밀하게 검토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음페수 반입 사업 승인 절차가 사전 공모되었음을 의미한다.
일자 | 생산자→수신자 | 문서 제목 | 주요 내용 |
2019.7.31. | 전주시→전주리싸이클링에너지(주) | (자원순환과-14531)「음식물처리시설 고장‧비상상황에 따른 비상계획 및 운영대책 제출」 | ‧음식물처리시설 고장‧비상상황에 따른 운영대책 제출을 주문 |
2019.8.12. | 전주리싸이클링에너지(주)→전주시 | (리싸이클링 제2019-132-01호)「음식물처리시설 고장‧비상상황에 따른 비상계획 및 운영대책 제출의 건」 | ‧비상시 음식물폐기물을 외주 처리하기 위해 평상시 음폐수를 반입 |
2019.8.14. | 전주시 | (자원순환과-15562)「리싸이클링 음식물류폐기물 비상 시 외주처리대책」 | ‧비상 시 민간업체 외주처리쳬계 구축 |
2019.8.19. | 전주리싸이클링에너지(주)→전주시 | (리싸이클링 제2019-134-01호)「음식물처리시설 비상시 외부위탁처리 및 음폐수반입(경미한사업) 추진의 건」 | ‧비상시 음식물폐기물을 외주 처리하기 위해 평상시 음폐수를 반입‧음폐수 처리 수익배분 4.07% |
2019.8.22. | 전주시→전주리싸이클링에너지(주) | (자원순환과-15936)「음식물처리시설 비상시 외부위탁처리 및 음폐수반입(경미한사업) 승인통보」 | ‧음폐수 반입(경미한사업) 승인 |
전주시는 태영컨소시엄의 음폐수 수익 사업을 정식 승인하면서 음폐수 처리 수입의 4.07%를 배분받기로 정했다. 이 배분율은 음폐수 운영 원가가 91.86%에 달한다는 태영컨소시엄이 제출한 원가보고서 상 계산에 근거했다. 그러나 음폐수 처리를 위한 추가 인력이 채용되지 않았고 대수선비는 전체 사용료 수입에서 이미 편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운영 원가는 크게 부풀려진 것이다. 게다가 전주시는 최근까지도 태영컨소시엄의 음폐수 수익을 정산 받지 않고 있었다. 태영컨소시엄이 2019년~2023년 외부 음폐수 반입을 통해 거둔 수익은 102억 원에 이른다.
이 문제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나 감사원은 전주시가 내부감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를 들어 감사를 각하했다. 내부감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 등을 진행하였으나 전주시는 현재까지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2) 외부 음폐수 반입의 법률적 하자 및 폐기물 처리 원칙 훼손
또한 현재 시점에서 리싸이클링타운에 사업장폐기물을 반입하는 것은 법위반이다.
우리나라 폐기물 처리 체계는 기본적으로 폐기물을 발생원을 기준으로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로 구분하고 그 처리 방법도 달리 한다. 폐기물 발생원, 성상에 따른 폐기물 별 처리의 기준과 방법은 「폐기물관리법」 제13조 1항과 동법 시행령 제7조, 시행규칙 제14조, [별표 5]에 세부적으로 정한다. 생활폐기물의 처리 책임은 지자체장에게 있고, 사업장폐기물은 자체처리하거나 위탁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업장비배출시설계 폐기물로서 생활폐기물과 성질과 상태가 비슷하여 생활폐기물의 기준 및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은 자치단체 조례에서 정라는 바에 따라 생활폐기물의 기준 및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전주시 폐기물 폐기물 관리 조례」에 사업장폐기물의 처리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과거 「전주시 폐기물 폐기물 관리 조례」에는 제14조에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업장생활계폐기물로서 생활폐기물과 성상이 유사하여 생활폐기물의 처리기준 및 방법으로 보관 또는 수집·운반·처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제10조에 따른 생활폐기물과 동일하게 보관 또는 수집·운반·처리할 수 있다’고 정하여 두었지만 2021년 8월 17일 개정 조례에서는 해당 조문 전체가 삭제되어 생활폐기물 처분 시설인 리싸이클링타운에서 사업장페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졌다. 따라서 전주시가 2021년 8월 17일 이후 리싸이클링타운에 타 권역 사업장폐기물 음페수를 반입한 헹위는 「폐기물관리법」 위반이다.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이 우리 사회에서 확대되어 온 배경도 고려해야 한다. 폐기물 생산과 처리의 이격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부정의를 유발한다. 지방 중소도시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에서 타 권역 사업장 폐기물 처리가 용인된다면 수도권·대도시가 경제 규모·인구 격차에 기초한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농촌 및 시골 지역으로 폐기물을 수출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는 폐기물을 발생지 처리한다는 원칙을 점차 정착시켜 왔고, 2024년 12월에 시행될 개정 「폐기물관리법」은 생활폐기물의 발생지 처리 원칙을 명문화하기까지 했다. 법률이 강제하고 있지는 않으나 사업장폐기물 역시 발생지 처리를 원칙으로 하는 편이 사회적 정의에 더욱 부합할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대다수 지자체는 자신이 운영하는 생활페기물 처분 시설로 타 권역 폐기물을 반입하는 것을 꺼려한다. 2023년 기준, 타권역 음폐수를 위탁처리 받는 지자체(공공) 시설은 리싸이클링타운 외에 영천바이오에너지(경북 영천), 강원바이오에너지(강원 원주) 두 곳이 전부다. 세 곳의 공통점은 모두 BTO 시설이라는 사실이고, 리싸이클링타운과 영천바이오에너지 두 곳은 사업시행자 대표사가 태영건설이다. 민간사업자의 수익추구적 운영, 그 과정에서 타 권역 사업장폐기물 음폐수 반입은 그간 우리 사회가 확립해 온 폐기물 처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며 사회적 갈등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
3) 리싸이클링타운 수익추구적 운영과 자원순환의 실종
(1) 유기물이 제거되지 않은 하수 방류
민간사업자에 의해 시설의 적정 운영보다 수익추구가 우선되면서 리싸이클링타운은 실시협약과 법률이 정한 각종 기준치 조차 충족하지 못했다.
리싸이클링타운과 하수처리장은 음폐수 관로로 상호 연결된 시설들로서 두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폐기물 처리는 연속적인 공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음식물 폐기물 반입 이후 하천 방류까지의 폐기물 처리 전 과정 중 리싸이클링타운과 하수처리장은 각각 전단과 후단을 담당한다.
리싸이클링타운 설계 기준 상 음식물폐기물에서 발생한 음폐수는 소화조에 35일간 머무르며 유기물이 메탄 등 바이오가스로 전환된 후 하수처리장으로 연계처리 된다. 하지만 소화조에 음폐수를 과다 반입하면 소화조 용량에 한계(12,000㎥)가 있으므로 그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슬러지가 후단 공정으로 방출되어야 한다. 이렇게 방출된 슬러지는 소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결과 총고형물과 휘발성고형물 함량이 설계 기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후단 공정에 부하를 유발하고, 후술할 안전보건 위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리싸이클링타운으로 음페수 반입이 본격화된 2018년 하반기부터 수질 보증기준 초과회수가 급증하기 시작해, 2019년에는 52주 중 38주간 보증기준을 초과했다. 2020년 이후 보증기준 초과 회수가 감소하지만 이는 수질이 개선된 결과이기 보다 리싸이클링타운과 하수처리장 양쪽 모두 태영건설의 자회사인 에코비트워터가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질 검사가 엄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리싸이클링타운과 전주하수처리장의 사례는 폐기물 처리를 민간사업자에게 맡겨 수익추구적 운영을 허용하는 데에서 기본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만, 폐기물 처리의 전 과정을 한 기업이 배타적으로 독·과점할 경우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바이오가스 과생산과 발전기 가동 중단
태영컨소시엄과 전주시는 변경된 공정 상 음식물폐기물 처리만으로는 리싸이클링타운에서 사용해야 하는 바이오 가스양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유기물 공급을 위해 외부 음폐수 반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앞서 다룬 연계 처리수의 유기물 함량 기준 초과 문제에서 보듯 리싸이클링타운에는 소화조 미생물의 소화능력을 초과하는 양의 유기물이 공급되어 왔음은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음폐수 반입량의 적정 여부는 소화가스 생산량과 사용량을 통해서 더욱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전주시 종합리싸이클링타운 조성사업 종합시운전 결과 보고서」(2016)를 바탕으로 리싸이클링타운 물질수지도를 검토하면, 리싸이클링타운에 하루 300t의 음식물류폐기물이 반입되었을 때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소화조로 투입되는 음폐수 양은 319㎥/일이다. 이 때 음폐수의 총고형물(TS)은 46.9톤/일(14.7%)이고 이중 휘발성고형물(VS)은 43.6톤/일(TS 대비 93%)인 것으로 설계되었다. 소화가스는 26,157N㎥/일 전후로 생산되도록 계획되었고, 소화를 마친 뒤 혐기성소화조에서 저류조로 유출되는 소화슬러지 발생량은 반입량과 동일한 약 319㎥/일인데 여기에서 TS는 12.2톤/일, VS는 8.7톤/일로 소화조의 VS제거율은 80%이다.
태영컨소시엄이 전주시에 제출한 공정 설명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공정 변경 공사 이후 소화조의 가스 발생량은 최초 설계에 비해 크게 감소한다. 음페수 외부 반입이 없으면 유기물 부하율이 설계기준 대비 42%로 낮아지고 가스발생량도 14,288N㎥/일로 줄어든다. 하지만 리싸이클링타운에서 설비 가동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가스양은 고질 기준 23,651N㎥/일이기 때문에 음폐수를 100톤/일 외부 반입해야 한다는 것이 태영컨소시엄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리싸이클링타운 소화조에서 생산된 바이오가스의 양은 설계 기준을 크게 웃돌아 음폐수 반입량이 적정 수준을 초과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7월 이후 외부 음폐수 반입이 제한되었던 2023년 조차 연간 바이오가스 생산량이 설계 기준을 초과했다.
구분 | 2019 | 2020 | 2021 | 2022 | 2023 | 설계기준 |
바이오가스생산량(N㎥) | 14,376,219 | 12,003,825 | 13,599,725 | 12,199,558 | 9,183,672 | 8,680,430 |
일평균 바이오가스생산량(N㎥/day) | 39,387 | 32,887 | 37,260 | 33,423 | 25,161 | 23,782 |
이를 바이오가스의 사용량과 비교하면 리싸이클링타운 과다 음폐수 반입의 실상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생산된 바이오가스 중 설비운영에 사용된 바이오가스의 양은 최대 77.1%였고 2023년에는 53.7%에 불과했다. 잉여가스 연소기에서 태워지는 바이오가스의 양은 생산된 바이오가스의 1/3을 넘는 수준이다. 심지어 생산량과 사용량 사이에 지난 5년간 연평균 85만N㎥의 차이가 발생했다. 포집되었던 바이오가스의 공기 중 유출을 의미한다. 메탄 1분자가 일으키는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80배 이상 크다. 유기성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해 탄소배출을 저감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한 시설에서 수익 추구를 위해 필요량보다 과다한 메탄을 생산한 뒤 잉여가스로 태우거나 공기중으로 방출하여 온실효과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구분 | 2019 | 2020 | 2021 | 2022 | 2023 | |
바이오가스사용량(N㎥) | 설비운영 사용(생산량 대비 %) | 9,461,555 | 9,255,006 | 9,554,275 | 7,703,267 | 4,934,673 |
(65.8) | (77.1) | (70.3) | (63.1) | (53.7) | ||
잉여가스 | 3,282,098 | 1,809,122 | 3,971,230 | 4,031,754 | 3,119,476 | |
행방불명 | 1,632,566 | 939,697 | 74,220 | 464,537 | 1,129,523 | |
계 | 12,743,653 | 11,064,128 | 13,525,505 | 11,735,021 | 8,054,149 |
(3) 종합
리싸이클링타운의 사례를 종합하면,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수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를 보장하는 운영 구조 아래에서 자원순환이라는 공공적 성격이 왜 실패하는지를 보여준다. 민간사업자의 수익추구적 운영은 자원순환의 실패에 그치지 않고 자원훼손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는 리싸이클링타운에 국한된 사례가 아니다. BTO 방식으로 운영되는 전국의 환경기초시설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2013년 1월에 준공한 경주시 환경에너지센터는 ㈜서희건설을 대표사로 하여 4개 회사가 투자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경주 환경에너지센터는 하루 200톤의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 시설이지만 운영 초기부터 소각량이 설계용량에 미치지 못하면서 폐기물 일부가 다시 매립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소각 장비 노후화와 고장 등으로 인해 정상 가동이 이루어지지 못함에도 경주환경에너지㈜는 재무구조가 열악하여 대수선 비용을 지출하지 못했다. 결국 경주시는 2022년에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듬해 시설 운영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했다.
순천자원순환센터(BTO)는 대선건설㈜, ㈜효성 등 6개 회사가 투자하여 2014년 6월에 가동을 시작한 생활폐기물 처리 시설이다. 그러나 가동한 지 4년만에 사업시행자 측에서 폐기물 반입량이 줄어서 적자를 면할 수 없다며 2018년 8월부터 일방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순천시가 사업시행자 측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혼란을 거친 뒤 2019년부터 가동은 재개되었지만 시설 운영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2020년부터 매년 화재가 반복되었고, 15년 간 사용해야 할 매립장을 절반도 안되는 기간 동안 90%를 사용해 시설이 곧 사용불능 상태에 빠질 우려에 놓여 있다.
서울 송파구 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은 ㈜리클린이 시설을 건설하고 2012년부터 2032년까지 20년 간 운영권을 보장받아 운영하고 있다. ㈜리클린은 탄천 등으로 음폐수를 불법 방류한 혐의로 2019년에 압수수색을 받았고, 이 사건으로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리클린이 해당 시설에 2018년부터 타지역 음식물폐기물 19만톤을 허가받지 않고 반입하여 수익을 거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기초시설에서의 민간투자사업과 자원순환의 공공성이 양립할 수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사회적 해법을 구해야 한다.
3. 리싸이클링타운에서의 노동권 훼손
1) 내부고발과 보복해고
리싸이클링타운에 외부 음폐수가 부적절하게 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롯해 시설의 파행적 운영 실상은 노동조합의 내부고발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2023년 6월 28일에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기자회견을 통해 리싸이클링타운 운영 상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이어 7월 6일과 7월 18일에는 외부 음폐수 반입 사실을 공개했다. 연이은 문제제기 직후인 7월19일, 태영컨소시엄과 전주시는 음폐수 반입을 중단했다.
문제는 반입 중단 이후 발생했다. 10월 17일에 태영컨소시엄은 노동자들에게 2024년 1월부터 ㈜성우건설로 주관운영사가 변경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성우건설은 현장 내와 외부 구인사이트에 입사 지원 공고를 게시하면서 고용 및 노동조건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들도 회사에 신규채용 서류를 제출했지만 성우건설은 조합원에 대해서만 고용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에코비트워터로부터 원격지 발령을 받은 노동자 11명이 리싸이클링타운 현장에서 쫓겨난 뒤 1주일 여 지난 1월 9일, 전주시는 타 권역 음폐수 재반입을 승인했다.
부적절한 음폐수 반입을 내부고발한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곧이어 음폐수 반입이 재개된 것은 이 해고가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이자 노동조합을 파괴하려는 목적이었음을 의미한다.
2) 부당노동행위와 공동수급체
노동자들이 해고되기 전에도 태영컨소시엄은 노동조합과의 교섭에서 거부와 해태를 반복했다. 교섭의 난항은 태영컨소시엄의 노동조합에 대한 반감 뿐만 아니라, “주관운영사”로 내세워진 에코비트워터가 태영컨소시엄 내에서 의사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데서 비롯한 문제이기도 하다. 태영컨소시엄 소속사 간 이면계약 ‘공동수급운영협약’에 따르면 컨소시엄 내부에는 시설 운영과 관련된 안건을 협의하는 운영위원회를 두고 운영지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 에코비트워터의 운영지분율은 4개사 중 가장 적은 10%에 불과하고, 태영건설은 과반이 넘는 52.5%를 보유하고 있어 태영건설이 컨소시엄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실행하거나, 교섭 결과에 따라 임금을 인상하게 된다면 결국 운영비 부담이 증가할 것인데 이 부담은 4개사가 운영지분율에 비례해 분담한다. 결국 에코비트워터는 지분율이 가장 높은 태영건설의 동의 없이는 교섭을 체결할 수도, 안전보건 조치를 이행할 수도 없는 구조다.
결국 태영컨소시엄은 사용자로서의 이익만 누리고 고용에 따른 책임은 모두 회피하기 위해 공동수급운영협약이라는 이면계약을 내세운 것이다. 태영컨소시엄은 ‘공동수급운영협약’을 근거로 운영사 변경(?)이 정당하고 태영건설이 아닌 에코비트워터, 성우건설이 시설을 운영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태영컨소시엄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대기업이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뒤 공동수급계약과 별개의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대표자와 상이한 운영사를 두고, 그 운영사를 자유로이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페이퍼 기업과의 공동수급체 구성을 통해 고용, 교섭, 안전보건 등의 책임을 페이퍼 기업에게 떠넘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직접고용원칙을 명시한 노동관계법의 근간을 뒤흔들며 새로운 간접고용의 형태를 탄생시키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리싸이클링타운 노동자 해고 사건에서 유사한 법원 판례가 없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반적 상식에서 벗어나는 모든 사례에 판례가 존재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실시협약 및 관리운영계약에 따른 운영사는 태영컨소시엄으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변경된 사실이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전주시는 운영사가 변경되었다는 주장을 하며 성우건설에게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다고 거들었다. 전주시는 성우건설의 운영이 시작된 지 1달이 지나서 실시협약 제42조에 의거 운영사 변경을 승인한다는 공문을 발송한다(전주시 자원순환과-374, 2024.2.1.). 그러나 해당 문서에서 변경 전 운영사는 “태영건설, 한백종합건설, 성우건설, 에코비트워터”이고, 변경 후 운영사도 “태영건설, 한백종합건설, 성우건설, 에코비트워터”로 표기되어 있다. 관리운영계약서 상 대표수탁자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태영건설이다.
태영컨소시엄의 주장대로 2024년 1월 1일자로 운영사가 “에코비트워터”에서 “태영건설, 한백종합건설, 성우건설, 에코비트워터”로 변경된 것이라면 그 이전에 운영사가 “태영건설, 한백종합건설, 성우건설, 에코비트워터”에서 “에코비트워터”로 변경 승인된 이력이 있어야 하지만 전주시가 생산한 문서 목록에는 이에 해당하는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3) 폐기물처리시설 노동자의 안전보건 위협
리싸이클링타운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민간사업자의 수익추구적 운영과 폐기물처리시설의 비가시화가 결부되어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태영컨소시엄은 리싸이클링타운을 수익추구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설의 환경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전주시 종합리싸이클링타운 환경상영향조사 결과보고서」(2023)에 따르면 약액세정탑 배출구에서 복합악취의 공기희석배수가 1,000~20,800 범위로 조사되어 「악취방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배출허용기준을 최대 69.3배 초과했다. 소각로 굴뚝에서도 복합악취 희석배수의 가장 높은 값은 1,000~6,694에 이르렀다. 희석배수 2,000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정한 환경분쟁사건의 배상액 산정 기준에서 최고 악취 세기이며, 시설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약액세정탑으로 처리되기 전의 악취에 노출되는 만큼 더욱 심각한 수준의 악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심각한 악취는 과다한 음폐수 반입 등 부적절한 시설 운영과 연관된다. 유기물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은 슬러지는 심한 악취와 각종 유해물질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리싸이클링타운의 대기배출시설 승인신청서류에 따르면, 음식물처리공정에서 파쇄시설, 바이오가스 제조시설(혐기성 소화조), 발전시설(바이오가스 사용시설), 보일러, 폐가스 소각시설, 건조시설, 분쇄시설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신고하였고 소화슬러지 저류조 등 소화조 후단 공정에는 대기오염물질 발생을 신고하지 않았으며, 방지시설도 설치되지 않았다. 즉, 과다한 음폐수 반입은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설계된 공정에서 악취와 유해물질을 발생시키게 되고 이는 시설 내 노동자의 건강과 시민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는 결과를 낳는다.
폐기물 처리시설의 비가시화라는 사회적인 차원의 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폐기물 처리시설을 지하화하거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며 도시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시야에서 은폐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왔다. 그러나 폐기물 처리시설을 비가시화한다 해서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설이 비가시화되는만큼 이 노동자들의 노동도 은폐되고, 동시에 노동자의 권리도 사라진다.
그나마 폐기물 처리시설의 주변 환경영향 문제는 종종 사회적 논란이 되며 법‧제도에서도 소음, 악취 등 유해인자에 대한 배출기준을 마련하고 주기적인 환경상 영향조사를 실시하도록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폐기물 처리시설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폐기물 처리시설 운영자는 환경 민원의 방지를 위해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시설을 운영하곤 한다.
그 대표적 방법이 폐기물처리 시설 지하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에 진행한 폐기물 처리시설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는 처리시설 지하화가 폐기물처리장 건설의 기본 방향으로 잡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의 접근이지만 이로 인해 처리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다양한 위험요인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게는 지상시설에 비해 지하시설이 분진 및 악취에 더욱 취약하고 사고 발생 시 대피도 힘들어진다. 실제 시설이 지하화된 평택에코센터는 가동 2년이 지나지 않아 지하 폭발사고가 발생하 노동자 1명이 숨졌고, 리싸이클링타운도 지난 5월 지하 폭발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상해를 입었다.
폐기물 처리시설의 비가시화는 시설 운영자가 환경 민원의 방지를 위해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유인이 된다. 2023년에 진행한 리싸이클링타운 노동조건 실태조사에서 노동자들은 회사가 주민들의 민원을 우려해 시설의 문을 닫아두고, 배기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선 악취나 먼지가 밖으로 유출되면 안 되니까 셔터를 다 내리라고 해요”, “민원이 생긴다고 셔터를 닫으라고 그래요. 그 셔터를 닫으면은 우리는 죽으라는 거예요. 막말로.”, “민원이 발생하니 셔터를 내려라. 문 다 닫아라. 직원들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얘기죠”, “배기 팬은 거의 다 안 쓴다고 보시면 쉽게 될 것 같아요. 그 배기 팬이 돌면 그 악취가 그대로 외부로 나가는 되는 거기 때문에” …
이와 같은 환경민원과 노동환경 사이의 교환은 폐기물 처리시설의 환경기준과 노동안전보건 기준 사이에 큰 편차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환경관련법이 정하는 지정악취물질 22종 중 「산업안전보건법」 및 그 시행령이 정한 노출기준설정물질에 해당하지 않는 물질이 8종, 작업환경측정 대상 유해인자에 포함되지 않는 물질이 11종이다. 노출기준설정물질의 작업장 노출기준은 8시간(TWA)을 기준으로 「악취방지법」이 정한 환경기준에 비해 10~150배까지 높았다. 여러 선행연구에서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지적하는 다이옥신, 벤조피렌 등의 발암물질도 측정 대상 인자에서 누락되어 있다.
실제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 작업환경측정에서 측정된 지정악취물질 암모니아, 황화수소, 아세트알데하이드 3종의 측정 결과는 작업장 노출 기준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환경 기준은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황화수소,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작업장 농도는 중앙환경분쟁위원회가 사용하는 기준에서 악취 세기 3.5도 이상에 해당한다. 악취 세기 3.5는 모든 지역에서의 악취 수인한도로 모든 사람에게 악취피해가 인정되는 수준이다.
유해인자 | CAS No. | 리싸이클링타운 작업환경측정 결과(최고) | 악취세기1) | ||
2.5도 | 3.0도 | 3.5도 | |||
암모니아 | 7664-41-7 | 1.9212 | 1 | 2 | 5 |
황화수소 | 7783-06-4 | 1.2844 | 0.02 | 0.06 | 0.2 |
아세트알데하이드 | 75-07-0 | 0.1028 | 0.05 | 0.1 | 0.5 |
이 문제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정의당 이은주 전 의원의 2023년 국정감사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폐기물처리시설 근로자 건강보호는 필요하나, 직업적 노출기준과 환경기준은 국제적으로 구분·관리하고 있고, 유해물질 측정과 관련해서는 노출기준 등 기술적 부분 및 제반인프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비췄다. 폐기물 처리시설의 대표적 유해인자로 알려진 다이옥신과 관련해서도 “다이옥신 측정‧분석을 위해서는 10억원 대의 고가 분석장비가 필요하나, 현행 작업 환경측정기관 지정기준에 해당 장비는 없고, 보유한 기관도 없”다며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비용 논리 앞에서 무력화시켰다.
이 대목에서 폐기물 처리시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감춘다고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유해인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주민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유해인자를 바깥과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운영하면 그 시설 내에서는 유해인자의 농도가 높아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과 노동자의 권리를 경합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전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시민과 노동자의 권리는 경합하지 않는다. 작업장 내에서 환경 기준이 충족된다면 인근 주민들의 악취, 소음 및 환경피해도 자연히 예방할 수 있게 된다.
4. 맺음말
BTO 사업으로 운영 중인 리싸이클링타운은 준공 이후부터 현재까지 잦은 설비 고장, 환경 기준 위반, 열악한 노동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켜왔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핵심적인 원인은 자원순환이라는 공공적 성격을 가진 시설을 수익추구적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구조에 있다.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사회적으로 자원순환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지만, 동시에 자원순환시설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기업은 이를 안정적 수익 창출의 창구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폐기물 배출을 줄이고 자원순환률이 높아지면 폐기물 처리시설 민간사업자들이 기대수익을 충족하지 못했으니 사용료를 높여달라는 요구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마주하기도 한다. 바로 리싸이클링타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태영컨소시엄은 전주시에서 발생하는 페기물이 감소해 수익이 줄었으니 전주시가 이를 보상해야 한다며 폐기물 반입을 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위를 벌였다. 수익추구적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민 환경피해와 노동환경 악화도 심각한 문제였다. 수익 확대를 위해 절차와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타 권역 사업장 음폐수를 반입해오던 태영컨소시엄의 탐욕은 결국 폭발참사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음폐수 반입 수입을 얻기 위해 이를 문제제기하고 내부고발한 노동자들을 집단 보복해고하기도 했다.
리싸이클링타운의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첫 단추는 시설이 적절하게 운영되기를 바라며 문제를 제기했던 노동자들이 조속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의 의미는 단지 생계의 곤란에 그치지 않는다. 내 노동의 사회적 역할을 뺏긴다는 것, 이 사회에 내가 속할 수 있는 자리가 지워진다는 것은 인격을 부정당하는 것과 같다. 우리 사회에서는 내부고발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작동하고 있다. 이 악순환을 두고 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리싸이클링타운 폭발참사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내부고발자에게 불이익이 가해질 경우 징벌적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등의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폐기물 처리시설의 공공적 성격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리싸이클링타운만의 문제가 아니며, 타 민간투자사업 시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민간사업자의 운영권을 배타적으로 보장하는 민간투자사업 제도 아래에서는 환경기초시설이 자원순환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무관청의 기업 봐주기가 결합되면 시설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데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 안을 수밖에 없다. 환경기초시설을 민간투자사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며, 현행 시설에 대해서는 실시협약 해지 요건을 구체화하고 지자체가 관리 책무를 회피할 경우 시민들이 협약 해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폐기물 처리시설의 가시화도 중요하다. 폐기물 처리시설의 은폐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부정하고 노동환경을 악화시킨다. “우리나라에 인도의 달리트가 있다면 아마도 환경기초시설 노동자는 아닐까”(전국환경노조 김태헌 위원장) 싶을 정도로 폐기물 처리시설 노동자의 노동은 사회적으로 감춰져 있다. 폐기물 처리 시설을 가시화해야 한다는 주문은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과 접점을 갖는다.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은 폐기물을 발생시킨 이들에게 그 처리의 책임까지를 묻자는 것으로 버리기만 한 뒤 모른 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노동권이 만나는 접점이다.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가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될 때 시민의 안전도 지켜진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동시에 폐기물처리시설에서의 노동안전보건 기준을 세밀하게 수립하고, 환경기준과 노동안전보건기준 사이의 격차를 축소하는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폐기물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각종 유해인자에 대한 측정제도 보완도 시급하다.
리싸이클링타운은 환경기초시설 민간투자사업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드러내 주었다. 리싸이클링타운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자원순환의 공공성과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