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운동의 당면 과제 : 총파업을 조직하고 7공화국을 열자

윤석열 퇴진운동의 당면 과제 : 총파업을 조직하고 7공화국을 열자

강문식(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사무처장)

*이 원고는 윤석열퇴진전북도민운동본부가 1월 3일에 진행한 “윤석열 퇴진투쟁 상황 진단과 이후 투쟁 방향 토론회”에 제출한 발제문에서 3~4일 상황을 반영하여 수정한 글입니다.

한국 극우세력의 성장과 윤석열 정권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이 기도한 군사쿠데타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윤석열을 공처가, 망상증 환자로 취급하는 일각의 평가와 달리 그에게는 자신의 쿠데타를 지지할 세력이 상당하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고, 우리는 그 믿음이 현실에 부합했음을 시시각각 확인 중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들은 2016-17년 촛불과 박근혜 탄핵을 계기 삼아 대외적 결집을 본격화하고 스스로를 세력화했다. 음모론적 세계관으로 무장한 이들은 극우 개신교계를 매개 삼아 매주 광화문에서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고, 2019년에는 김문수, 황교안 등의 주도로 국회 난입 사태까지 벌인다. 한국 극우세력의 성장은 전세계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미국, 브라질 등에서도 극우세력이 의회 난입사태를 벌인 바 있고, 미국 큐어넌은 음모론과 반지성주의를 토대로 삼았다. 행정권력 절대화와 의회 부정, 대중동원이 파시즘의 핵심 원리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세력화된 극우세력의 정치이념을 파시즘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다. 이는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를 통해 명징하게 입증되었다.

12.3 쿠데타 이후에도 윤석열 지지율은 두 자리수를 유지했고, 국민의힘 지지율 추이를 참고할 떄 연말 윤석열 지지세는 더욱 확대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극단적 소수 세력으로 치부하며 한국 정세에서 논외로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단순 숫자 상으로도 이들의 지지율은 진보정당 지지율을 초월(22대 총선 자유통일당 지지율 2.26%, 녹색정의당 지지율 2.15%) 했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12.3 내란 이후 윤석열이 내놓은 12.4, 12.7 12.12, 12.14 담화와 1.1 편지는 모두 일관되게 극우 세력을 청자로 삼고 이들에게 ‘물리적’ 결집을 하라는 선동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12.3 쿠데타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할 때 윤석열 개인의 문제로 좁혀 평가해서는 안되며, 극우 세력이 쿠데타 기도를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한국의 정치 지형을 직시해야 한다. 극우 세력이 성장한 배경이 무엇인지를 진단하지 못한다면 기존의 내란 세력에 더불어 또 다른 내란 세력의 출현도 막기 어렵다. 설사 윤석열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정권이 바뀐다 해도, 개인의 선의에 기대 우리 사회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는 없으며, 5년 뒤에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도 예상할 수 없다.

파시즘과 포퓰리즘

이 점에서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윤석열의 극우·파시즘적 행보에 제대로 비판이 제기되었는지, 제기될 수 있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보수 정권, 친일 정권, 검찰독재 등 그간 윤석열 정권을 향해 제기되어 왔던 비판은 ‘포퓰리즘’ 또는 ‘파시즘’이라는 쟁점을 비켜 있다. 최근에도, 김문수 장관 후보 지명 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그가 극우세력의 의회 난입을 주도했다는 사실보다 ‘친일’ 발언을 더 크게 문제 삼았다. 첫번째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말미에 12.3 내란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무속인, 이태원 참사, 가치외교, 야당 수사 등)를 열거했지만 오히려 ‘자유주의’적 쟁점인 채상병 수사외압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윤석열 임기 초부터 정권의 극우·파시즘적 색채에 우려를 제기했다. 이 우려의 배경에는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 극우 인사 인선, ‘힘에 의한 평화’론,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개입, 입틀막 사건 등 윤석열이 보인 파시즘적 행보 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는 여당이었고 현재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념적 위치가 자유주의가 아닌 포퓰리즘(대중주의·인민주의)에 근접하다는 사실이 함께 놓여 있다. 앞서 언급했듯 파시즘의 주요 원리 중 하나가 대중동원이다. 그런데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체제를 의미하는 포퓰리즘 역시 대중동원을 우선하는 정치이념이다. 현대의 우파 포퓰리즘은 프로토 파시즘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등, 파시즘과 포퓰리즘은 근연관계에 있다.

문재인 정부를 되돌아 보면 청와대가 여론조사 관리에 온 힘을 쏟는다는 내외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지율 추이에 따라 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여론조사 정치는 각종 개혁의 중도반단을 초래했다. 박근혜 정부 시기 문제가 됐던 시행령 정치(행정의 의회 우회) 역시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4년 2개월간 공포된 시행령은 3,667건이었고, 문재인 정부는 4,602건의 시행령을 공포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개악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도 시행령 개정으로 이뤄졌다. 정당 지지율보다 높았던 대통령 지지율은 행정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의회 우회를 쉽게 했기에, 여론조사 정치와 의회 우회는 연결된 쟁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와 같은 대통령 권력 행사에 비판적 목소리는 거의 없었고, 당 내부적으로도 대의원제 축소 또는 폐지가 ‘개혁’안으로 제기되는 등 팬덤 정치를 자제하기 보다 장려하는 행보를 취해왔다. 음모론을 매개로 팬덤 정치가 강화되어 왔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윤석열과 극우 세력이 빠져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원조는 제18대 대선 부정선거론이다. 제18대 대선 부정선거론을 제기했던 인사는 이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를 내놓은 적 없고, 민주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인사를 스피커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사정도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음모론을 중심으로 결집한 극성 지지층에게 당 의사결정권을 보다 많이 보장하기 위해 대의원제를 아예 폐지했다. 자발적으로 동원된 시민을 정치의 주체로 호명하며 이들의 지지율 확보에 몰입하는 정치는 각 진영 간 거리를 확대 시키며 논쟁과 토론보다는 ‘내로남불’ 싸움을 초래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 가족의 비리를 제기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이를 방어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보자. 윤석열이 검찰총장 후보가 될 수 있던 것 역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정치 덕분이었다.

거대 양당 모두가 포퓰리즘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을 향해 ‘우파 포퓰리즘’ 비판이 제기되기란 난망했다. 대신 문재인 정부 시기부터 현재까지 여야 간 각종 논쟁은 진영논리로 귀결되곤 했다. 당장 당대표 판결을 두고 열흘 사이에 사법부 비판과 칭찬을 오가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문에서 이 세상을 자신들의 유불리로 판단한다는 것 외에 어떤 정치적 지향을 확인할 수 있을까.

민주당과 분별정립하지 못한 사회운동

보수 양당의 포퓰리즘 심화, 극우세력의 성장의 또 다른 측면은 이에 대한 사회운동 진영의 비판이 충분히 제기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에 당시 노동·사회운동진영이 시민운동과 스스로를 구별지으며 정치운동의 과제로서 공유했던 최소한의 지반은 ‘독자적’ 정치세력화였다. 하지만 정치세력화 운동은 출발부터 그 내부에서 민주당 진영과 연합하여 반보수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연합론과 대립해왔다. 김대중‧노무현 비판적 지지론, 반보수대연합론 등 매 선거마다 대연합론은 독자적 정치세력화 운동에 격랑을 일으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독자적 세력화를 지향하는 운동세력은 축소되었고, 운동 전반이 민주당과 분별‧정립하지 않게 되었다. 22대 총선에서 진보당의 더불어민주연합 참여, 민주노총의 진보당 지지 유지는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지난 대선 이후 이른바 시민사회의 원로들이 대거 반-윤석열 전선에 앞장서면서 민주당을 향한 운동 진영의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작아졌다. 이들이 반-윤석열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제기한 검찰독재론은 범죄혐의가 제기된 유력 정치인을 감싸기 위해 이들을 국가권력의 피해자로 위치 짓는 전략이었다. 검찰의 불수사‧불기소 대신 과잉수사‧과잉기소를 문제 삼는 이들의 검찰개혁론은 검찰의 민주적 통제라는 과제와는 거리가 멀었고, 적극 지지층을 규합하는데 큰 효과를 가질 뿐이다. 민주당이 사용했던 전략을 지금 윤석열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상기하자.

포퓰리즘과 단절하지 못한 민주당이 윤석열의 포퓰리즘을 비판하지 못했듯, 민주당과 분별‧정립하지 못한 운동 진영 역시 민주당의 포퓰리즘을 비판하지 않거나 오히려 동조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통령제그 자체의 문제

윤석열 개인의 특이성으로 현 위기가 도래했다고 진단할 수 없다. ‘대통령제’는 극우 세력이 성장하게 된 토대의 핵심이다. 직선제 개헌으로 탄생한 제6공화국 헌법의 요체는 국가 원수와 행정 수반을 겸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민주적 외양과는 반대로, 대통령에게는 의회에 비해 훨씬 강력한 권력이 부여되고 그 정당성이 보장된다. 24번의 거부권을 행사하며 의회를 부정한 대통령도 정부 곳곳에 자신의 사람을 채워 넣고 시행령을 통해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국회와 대법원이 추천한 헌법재판관이 대통령의 손을 거쳐 임명되어야 하기에 발생한 최근의 혼란상에서도 현행 헌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 이유가 확인된다.

또한 대통령제는 선거 승자에게 모든 행정권력을 독점시키는 단순다수제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다. 큰 판에서 한 번 이기면 5년 동안 막강한 권력을 획득하는 시스템에서 지지층을 결집시켜 상대를 제압하는데 몰두하는 진영 싸움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행정 권력의 승자독식 제도는 의회에서도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동력이 된다. 운동사회는 정치개혁 과제로 비례성 확대를 주장해왔지만 애초 대통령제 아래에서 다당제가 가능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사례도 적을뿐더러, 논리적으로도 대통령제 아래에서 의회 권력 분점은 쉽사리 수용되기 어려운 선택지다.

과제

(1) 총파업을 조직하자

탄핵심판 절차를 두고 다양한 정치적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극우 세력의 결집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며 위기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극우 세력의 결집을 선동하는 내란 수괴가 무장 병력의 호위를 받으며 버티고 있고, 이에 호응하는 세력들은 입법, 행정, 사법을 정지시키려는 연성쿠데타를 이어가고 있다.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스스로 집행을 포기해버렸고, 최상목 대행은 이를 ‘정치 문제’로 취급하며 사실상 내란 세력의 물리적 저항에 힘을 실어 줬다. 경호처 무장 병력의 물리적 저항과 자발적으로 동원된 극우 세력의 물리적 결집이 영장 집행 포기의 이유였음은 분명하다. 자발적으로 동원된 극우 세력도 물리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경각심도 필요하다.

극우 세력의 결집을 제압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윤석열의 신병을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 최상목 대행과 수사기관을 향한 압력을 키워야 한다. 윤석열, 경호처, 육군, 최상목, 국민의힘 등은 진심으로 윤석열이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우리 사회에 전방위적 실물 타격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지배계급에게서 윤석열 복귀라는 선택지를 지워버릴 수 없다. 민주노총의 한남동 집결 투쟁이 정세를 고양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나, 이 투쟁 역시 거리에 모인 극우세력들에게는 상수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조직력이 우리 쪽보다 강고함이 확인될 것이다. 노동자·민중이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은 총파업이다. 선언적 파업이 아닌 실질적 파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노총, 비상행동은 조합원·비조합원을 망라한 총파업을 결의하고 조직하자.

(2) 7공화국을 제기하자

앞으로 전개될 국면에서 운동진영과 민주당 사이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결정적 쟁점을 형성해야 한다. 그 쟁점은 ‘대통령제’ 그 자체가 될 것이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이 쿠데타를 기도했고 여전히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6공화국은 종언을 맞았다. 설사 탄핵이 인용된다 해도 개헌 없이 대선이 치러진다면 우리는 대통령 개인의 선의에 공동체의 안전을 기대야 한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지만) 큰 탈 없이 5년을 넘긴다 해도 그 뒤에 돌아오는 대선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이 윤석열과 비슷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개헌 논의를 미룬 채 탄핵 후 조기대선으로 넘어가자는 민주당의 태도는 쿠데타를 초래한 현 정치제도의 불안정성을 유지하자는 주장과 같다. 문재인 정부의 개헌 논의가 흐지부지됐던 전례처럼 대선 이후에는 집권한 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는 개헌을 선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바로 지금이 개헌을 준비할 때다. 국민의힘이 개헌을 주장한다 해서 개헌 논의를 회피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반동적 주장과 선을 그을 수 있도록 운동 진영의 개헌안을 조속히 구체화해야 한다. 소수 극우세력을 대표하는 국민의힘이 국회 1/3 의석을 확보하는 현실을 교정하기 위해서도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

개헌의 주요 방향은 (1) 대통령 권한 약화(혹은 폐지), (2) 의회 권한 강화와 비례성, 소환제 보장, (3) 사회권 확대이다. 구체적인 정치제도로는 의회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했던 4년 중임제 개헌은 사실상 대통령 임기를 8년으로 늘리자는 방안으로 대통령제가 가진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87년 개헌처럼 상층부 논의로 개헌이 마무리되지 않도록 개헌 논의의 장을 시급히 마련하자.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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