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권의 관점에서 보는 새만금 신공항 비판

발전권의 관점에서 보는 새만금 신공항 비판

채민 (운영위원,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유엔의 많은 인권선언 중 20세기 후반에 새롭게 제기된 인권의 개념은 발전권이다.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 만, 발전권의 개념에는 민주주의와 평등의 내용을 비롯해 평화적 삶의 필요성도 함께 담겨 있다.

1.발전과 평화의 상호불가분성

발전의 권리에 대한 선언(1986)
제7조
모든 국가는 세계 평화와 안전의 수립, 유지, 강화를 촉진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효과적인 국제적 통제하에 전반적이고 완전한 군비축소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실효적인 군비축소 조치를 통하여 방출되는 자원들이 포괄적인 발전, 특히 개발 도상국의 발전을 위하여 사용될 것을 보장하는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제9조 제1항
이 선언에 규정된 발전의 권리의 모든 측면들은 불가분적이고 상호의존적이며, 그 각각은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고려되 어야 한다.

『발전의 권리에 대한 선언(이하 발전권 선언)』 제7조는 군비축소를 통해 확보되는 자원들이 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제9조 1항은 이와 같은 발전권의 효력과 행사 방법에 있어 상호의존적 성격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발전권 선언 이후 국제사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의 관점에서 발전권을 인식하거나 발전권의 보장이 평화의 전제임을 확인하고 있다.

가령 1994년 유엔 사무총장 보고서 <발전 및 국제 경제 협력 개발을 위한 의제>에서는 “발전은 기본적인 인권으로,평화를 위한 가장 안전한 기반이다”라는 점을 명시하면서 발전의 토대가 평화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1 이러한 흐름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UN과 세계은행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 <평화로의 길: 분쟁 예방을 위한 포용적 접근>에서는 발전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나 발전권적인 관점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분쟁을 감소시키는 데 있어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가 그러한 방법의 핵심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동 보고서 에서는 성장과 빈곤 완화와 같은 전통적인 발전만으로는 평화 유지에 충분하지 않으며, 재분배 정책 등을 통해 포괄 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발전과 발전권의 개념이 추상적이거나 혼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선언 이후 발전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권 선언 제7조 및 제9조의 내용처럼 군비축소와 같은 평화구축과 발전은 불가분의 관계이자 상호의존적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와 발전은 언제나 자본주의의 착취와 위기, 헤게모니 투쟁이 결부된 복잡한 정세 속에 자리하고 있음을 현실에서 확인하고 있다.

2. 발전권에 역행하는 군비증강의 정세

지난 4월 24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2022년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전세계가 지출한 군사비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2조 2,400억 달러(약 2,98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1분에 약 56억 원의 돈이 군사비로 사용된 셈이다. 반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탄소 절감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모으는 녹색기후기금의 2022년도 모금 약정 총액은 987억 달러(약 130조 원)에 불과2하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2022~2026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국방예산으로 총 315.2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계획대로 국방비가 증가될 경우 2026년에는 연간 70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구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국방비 증가 못지않게 주한미군 주둔비용도 군비증강의 심각한 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타결된 11차 주한미군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서, 한국의 2021년 방위비분담금은 전차 대비 13.9%가 인상된 1조 1,833억 원이었다. 게다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매년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평화운동단체에서는 국내외 기준을 보더라도 분담금 여부 및 인상이 부당한 일이며 분담 금만이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직·간접적 경비 지출이 막대한 수준이며 불법적인 사안임을 지적 하고 있다.3

이와 같이 한정된 예산과 자원의 우선순위가 군비지출로 이뤄지는 세상에서 민중들의 삶을 위한 예산과 자원의 사용은 그만큼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남북한은 휴전 이후 상시적인 전쟁위기와 함께 동아시아-태평양을 둔 국제관계의 영향 속에 군비증강의 치킨게임을 감당해야만 했다. 이러한 국제환경 내에서 한국사회는 전쟁에 대한 대비가 무엇보다 당연하고 우선시되었으며 발전의 개념은 이에 종속되어 경제개발, 도시개발 등의 개념으로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사회에서 지속되어온 이와 같은 발전 모델과 논의 속에 군산미군기지와 새만금 간척사업 그리고 새만금 신공항도 자리해 있다.

3. 발전권의 관점과 새만금 신공항 비판

건설자본, 전라북도, 정부와 정치권의 이해관계 그리고 대중국 전략기지로서 군산기지 확장을 원하는 주한미군의 요구가 맞물리며 2022년 6월 30일 국토교통부는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고시를 강행하였다. 민간공항의 적자 문제, 기후위기의 시대의 공항건설의 문제점,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는 배제되었다. 지속발전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민간공항 문제, 이로 인해 미공군의 제2활주로 추가공사에 불과하여 지속적인 군비지 출을 가져오는 사업의 성격, 추진과정에서의 비민주성 등에 비춰보면 발전권에 역행하는 사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의 개념은 여전히 과거 토건사업 위주의 발전을 상정하고 있다.

토건사업이 주도하는 지역 발전담론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당장 부산엑스포만 해도 지역 개발 논리를 앞세운 국제 행사 유치라는 점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와 닮아 있으며, 여야가 앞다퉈 예타 면제를 주장했던 가덕도신공항도 새만금신공항과 다를 바 없다. 자본과 상위계층에 의한 자산불평등을 목도하면서, 개발이익에 편승하고 싶다는 사회적 욕망과 지역 간 경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거나 규제 해제 등을 통해 토건자본의 편의를 봐주는 일들이 지속되고 있다. 잼버리를 계기로 전북지역과 새만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만 지역 개발 담론을 부추겨온 보수언론·정치세력이 잼버리 문제에 대해 지적할 자격은 없다.

1991년 개발 사업이 시작되어 30년이 지나는 동안, ‘새만금이 전북의 미래’라는 정치권의 구호 속에 이익은 토호·토 건세력에게 갔을 뿐 민중의 삶과 발전과는 무관했다. 이제는 새만금이 전북 도민의 발전을 이끌지 못한다는 것에 체감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여론 조사 결과4도 있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였음에도 새만금에 기대던 주민들과 전북 지역 민중들의 삶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단적으로 새만금 내 개발계획의 전제 중 하나인 수질 문제조차 4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매우 낮아 만성적자가 예상되어 결국 군산미군기지 확장에 이용될 수밖에 없는 새만금 신공항에 총 사업비 약 1조 원을 투입한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잼버리 문제를 계기로 기성정치권과 개발논리를 넘어서 새만금 사업을 민중의 입장에서 전환하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한 개발사업에 발전권의 관점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1. “경제적 노력의 상당 부분을 군비 생산에 기울인 사회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발전 전망을 어둡게 한다. 평화가 부재하면 사회는 의료, 교육, 주택 발전에 필요한 예산보다 더 많은 예산을 군대에 투자하게 된다. 전쟁 준비는 자원을 과도하게 낭비하게 만들고 사회 제도의 발전을 저해한다.” (〈발전 및 국제 경제 협력 개발을 위한 의제〉 중) ↩︎
  2. 2023 세계군축행동의 날 기자회견 보도자료 ↩︎
  3. ‘11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전면 폐기하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기자회견 보도자료 ↩︎
  4. KBS의 2021년 새만금 착공 30년 전북도민 여론조사 결과, 새만금 사업이 전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42.3%, 새만금 사업이 아닌 다른 지역 대표 공약을 발굴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48.6%였다. ↩︎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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