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증언>> 서평

<<기억과 증언>> 서평

김연탁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사무처장

기억과 증언-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 2020,,씽크스마트

한국현대사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은 1950년 발생한 ‘한국전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해방직후부터 사회주의와 반공 이데올로기는 한반도에 원하는 정부를 건설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1946년 전평총파업과 대구인민항쟁, 제주 4.3항쟁, 여순사건들은 그 과정에서 수많은 죄 없는 민중들이 희생된 비극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한국전쟁의 시작은 해방직후부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1953년 휴전으로 인해 남한에서 미국을 등에 업은 반공세력의 일방적 승리로 결정짓는 계기였으며, 이후 반공과 독재로 점철되는 암울한 현대사가 시작되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기억과 증언』이라는 책은 ‘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라는 부제로 통일인문학연구단에서 기획하여 2020년 3월 편찬한 책이다. 건국대학교에 적을 둔 10명의 교수 및 연구원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10명의 필진이 각각 빨치산(태백산맥), 전평의 9월 총파업과 10월 민중항쟁(방아쇠), 제주 4·3 항쟁(순이 삼촌), 여순사건(여수역), 국민보도연맹 사건(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밤의눈, 물구나무서는 아이, 소지), 한국전쟁에서의 마을전쟁(곡두 운동회), 중국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뿌넝숴不能說), 실향민들의 애환(탈향), 수복지구 원주민들의 삶(순이, 세 번째 집, 잃어버린 시간, 빨갱이 바이러스), 이산가족(아우와의 만남)이라는 10가지 주제로 16편의 소설을 소개하고 인용한다.

1945년 일제 식민지에서의 해방과 함께 민중들은 두 개의 바람이 있었다. 하나는 경제적인 요구로 착취(‘공출’) 없이 배불리 먹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치적인 요구로 (‘전쟁과 순사 없는 곳에서’) 평화롭고, 억압과 통제 없이 자유롭게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군정은 남한의 민중들을 일제식민지보다 더한 경제적 궁핍과 억압으로 몰아넣었다. 이에 대한 남한 민중의 요구를 미군정과 이승만정권은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로 옭매어 국가폭력으로 잔인하게 진압하였고, 이러한 통치방식은 광주민중항쟁을 넘어서 현재까지도 약간의 진화과정만 있었을 뿐, 구조적으로는 계속 진행중이다.

책을 읽으며 한국현대사의 단편적인 사건과 분절된 사고들이 하나로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내용을 ‘분단’, 전쟁‘, ’종전‘을 화두로 간략하게 소회를 요약하고자 한다.

첫째, ‘분단’을 더 깊이 생각하고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분단’은 휴전선 155마일을 따라 길게 늘어진 철조망에 의한 ‘영토적 분단’뿐만 아니라, 1948년 남과 북의 정권 수립 이후 성립된 ‘체제의 분단’, 그리고, 남과 북에서 각각 지배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적을 설계하고, 증오를 양산해 오는 과정과 그 순응의 결과인 ‘이데올로기적 분단’,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덧씌워진 채 차별과 배제, 통제되어 온 ‘감정의 분단’까지 다면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둘째, ‘한국전쟁’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한국전쟁에 대해서 구조적 원인만을 분석해왔었다. 이는 ‘한국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을 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에서 인용한 증언 구술자료 『한국전쟁 이야기 집성』 에 의하면, ‘(중략) 그게 백성이 우리 전쟁을 원하나? 원하지 않지. 가난한 사람들은, 그러니까 백성은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아무 상관 없어,(193∼194쪽)’ 라고 증언하고 있다. 전쟁의 피해는 사회의 가장 약한 계층일수록 더 집중되고 회생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전쟁의 원인은 민중의 삶과는 동떨어진 어느 일방의 이해관계에 의해 발생한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한국전쟁의 원흉인 미소 등 외세와 남북한의 정권과 지배계급이 모두 비난받아야 한다.

전주에서도 전주형무소 수감자 집단학살이 벌어졌었다. 사진은 황방산 전주형무소사건 희생지 푯말. <사진출처:금정굴인권평화재단>

셋째, 3년 1개월에 걸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을 합의한 후, 67년동안 멈추어져있다. 이를 ‘종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종전은 ‘휴전의 당사자인 미국-중·북의 서명만 있으면 될까?’라는 생각을 한다. 일부 기독교를 포함한 반공수구세력, 유투브 채널, 각종의 집단은 아직도 전쟁을 진행중이다.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한 국가폭력과 민중의 희생은 ‘피해자에게 입을 다물고, 용서하라.’만 강요할 뿐, 진실도 사과도 처벌도 보상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정한 ‘종전’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어렸을 때, 큰 외삼촌 배에 조그맣지만 깊은 상처가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상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외삼촌은 그냥 다쳤다고 얼버무렸지만, 그것이 한국전쟁때 총탄을 맞은 자국이라는 것을 큰 외삼촌이 돌아가시던 중학교 1학년 때 알았다. 그리고, 일제침략기와 한국전쟁때 겪은 친가와 외가의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귀동냥으로 들으며, 꼭 글로 남기겠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그 결심을 한 지가 24년이 된다. 어른들 돌아가시기 전에 해야 하는데…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