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민중투쟁의 쟁점과 의의

홍콩민중투쟁의 쟁점과 의의

민주노총전북본부 송년강연 요약

아래로부터 편집팀

 

2019년 12월 26일(목) 오후 5시부터 민주노총전북본부 국제교류위원회 주관으로“홍콩민중투쟁의 쟁점과 의의” 강연회가 열렸다. 강사는 오랫동안 홍콩 및 중국등 동아시아지역의 정세와 민중운동을 연구해왔던 홍명교 동지를 초빙하였다. 송년이라는 다소 들뜬 분위기 탓에 참가자 수는 15명에 불과했으나, 대다수는 노동연대 회원이었으며, 그동안 언론등을 통해 다소 편협하고 단편적으로 접했던 홍콩투쟁에 대해 자세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아직 홍콩민중투쟁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 강연 내용을 요약해서 소식지에 공유한다.

<강의내용 요약>

1) 처음 시작은 홍콩행정구특별정부의 범죄인 송환조례 개악으로부터 촉발

홍콩민중투쟁은 2018년 2월, 홍콩국적의 연인이 타이완 여행중 남성이 여자친구를 살인한 사건을 빌미로 홍콩정부가 2019년 4월,“범죄인송환조례”를 개정하겠다고 공포한데서 촉발되었다. 홍콩은 속지주의(영미법: 영토를 벗어난 범죄에 대해 처벌하지 않음) 방식을 따르고 있으나, 홍콩 내 반중국인사, 특히, 중국에서 파업을 선동하고 있는 홍콩 활동가들을 중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악용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시민사회운동 차원의 항의성 캠페인에 불과했다.

2) 홍콩민중항쟁의 전개: 6월부터 대규모항쟁으로 발전

하지만, 홍콩 내 복잡한 내부문제가 함께 얽히면서 시위는 6월부터 대규모 항쟁으로 발전되었다. 홍콩 인구가 740만여명에 불과한데, 6월 9일 103만명, 12일 80만명, 16일 200만명의 인원이 집회에 참가하였다. 항쟁은 20대를 중심으로 시위대오가 형성되었으며, 강경한 투쟁기조를 유지하였다. 이는 2014년 온건한 방식에 따른 논쟁만 양산하고 실패한 우산(보통선거권 쟁취)운동의 교훈에서 기인하고 있다.

7월들어, 시위규모는 다소 줄였으나, 연령대별로 다양해지고 장소는 도시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즉, 대규모집회에서 산발적인 투쟁으로 투쟁방식이 변화하였다. 8월에는 홍콩민주노총이 35만이 참여하는 파업을 성사시켰으며, 레이저 시위 퍼포먼스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위가 진행되었다. 9월 부터는 그동안 부모의 만류에 의해 시위에 참가하지 못했던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에 동참하게 된다. 이는 용무파(과격 시위대)가 아닌 대다수 시민들이 저항에 동참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홍콩정부는 홍콩민중들의 투쟁을 강력하게 진압했다. 7월 22일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밀폐된 지하철역에서 복건성 삼합회로 파악된 100여명의 백색티셔츠를 입은 깡패들에 의한 백색테러가 일어났으며. .10월에는 ‘복면금지법’으로 알려진 긴급법을 발동하고, 경찰의 진압이 대테러 수준으로 강력해졌다. 체로자는 10월 이후, 지금(12월 26일 기준)까지 3,500여명에 이르고 있다. 11월에는 대학생이 경찰에 쫒겨 3층에서 낙상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홍콩정부는 대학생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탄압하는 한편, 캠퍼스까지 침탈하게 된다.

11월 23일은 구의회 선거(우리로 보면, 기초 ㆍ 광역의원선거)가 있었다. 항쟁주도진영은 18개 구 중 17개 구에서 압도적 승리(투표율 40%에서 71.2%로 상승)를 거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선거 이후, 12월 8일, 민간인권전선 주최 집회에서 80만의 시민이 집결하여, 지속적인 투쟁전개를 결의하였다. 항쟁 시작 후 현재(2019년 12월 26일 기준)까지 체포자는 6천명에 달하고 있다.

3) 항쟁의 원인 및 요구

항쟁은 홍콩정부의 “범죄인송환조례 개악”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듯, 항쟁은 (모두가 동의되는 선에서) 가장 근본적인 의제를 함축하고 있다.

홍콩은 아편전쟁에 따른 난징조약에 따라 1842년 영국에 할양되어 영국식민지가 되었다. 1984년 덩샤오핑과 마가렛 대처의 비밀회담을 통해 1997년 홍콩 반환하기로 합의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홍콩시민들은 배제된다. 중국은 일국양제(즉, 사회주의를 핵심으로 하되, 경제체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병행한다)의 원칙으로 홍콩을 통치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제도를 50년동안 유지시킬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홍콩은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체제이며, 절차적 민주주의조차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은 사회주의국가가 아닌 국가자본주의체제라 해석할 수 있으며, 언제부터인지는 해석이 다양하다. 그리고, 홍콩의 현 집권층은 중국공산당 계열이다. 그러므로, 항쟁의 성격은 중국 공산당에 반대한 민주주의 투쟁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항간에 퍼지는 미국과 영국의 배후설 관련해서는 근거가 없다. 시위현장에서 성조기의 등장은 국제연대에 대한 요청의 측면이고, 다수의 행위도 아니다.

5대요구중 범죄인송환조례개악안은 이미 폐기되었으며, 핵심요구는 보통선거 실시와 경찰폭력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설치등 두 개다. 현재 홍콩은 입법위원 70명중 35명은 선거로, 35석은 기능직선거(사실상, 정부임명)로 선출하고 있다. 따라서 완전한 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는 성격이다.

4) 홍콩투쟁의 의의 및 진보운동의 실천

민중항쟁이 전개되면서, 홍콩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첫째, 영국 및 중국의 식민지라는 의식에서 벗어난 홍콩 민족의식 형성되고 있다.

둘째, 홍콩시민운동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홍콩시민운동은 21세기 이후에야 형성되었으며, 홍콩은 보수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 시민운동의 토양이 척박하다. 하지만, 항쟁을 통해 시민운동 및 진보운동진영이 지지를 받고 있으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셋째, 항쟁이 운동과 정치의 변화까지 이끌고 있다. 가장 모범적인 진보운동단체는 탄압과 활동가 체포로 인해 문을 닫고 있다. 하지만, 항쟁을 주도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구의원 선거에 참여하여 대거 당선되는 등 한국의 촛불집회와는 다른 성과도 있다.

넷째, 노동운동이 성장하고 있다. 홍콩노동조합의 세력은 민주노총과 연계하고 있는 홍콩노총 20만, 친중 성향의 노총 41만, 친 타이완성향의 노총 6만등 네 개의 총연맹이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민주노총과 연계할 수 있는 유일한 노총이 홍콩노총이다. 현재, 홍콩에는 가사이주노동자가 40만명에 달한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항쟁에 대한 지지도가 높으며, 홍콩정부는 이주활동가들을 추방하고 있다. 홍콩노총은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포함하여 노조가입운동 광범위하게 전개하고 있다. 업종별 노동조합이 30개가 만들어졌으며, 20대 중심으로 가입하고 있다. 그리고, 12월 들어서는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각 업종별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5) 홍콩의 사회현실

홍콩항쟁은 홍콩사회의 가장 예민한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항쟁을 주도하고 있는 청년층들은 홍콩사회 내 청년층들이 겪고 있는 경제ㆍ주택ㆍ빈곤ㆍ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홍호평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많은 청년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빠져나갈 길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으며, 이것이 현 상황에 대한 절박함과 분노의 배경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홍콩은 화려한 경제수치 속에 추악한 자본주의현실을 감추고 있다. 홍콩의 지니계수는 한국의 2배를 뛰어넘으며, 평균 집값은 2,8평 규모에 월 62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이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방값이 비싼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보다도 같은 평 수 기준으로 4배가 비싸다) 1인당 GDP가 5만달러(한국은 3만달러)임에도 최저임금이 5,000원 미만에 불과하다. 홍콩의 청년층은 최악의 빈곤문제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 홍콩의 최고 부자들은 부동산재벌들이다. 홍콩에서는 1조원 이상의 대형주택개발만 허가하고 있으며, 홍콩관영주택공사는 주택건설에 시늉만 내면서 집값을 계속 상승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부동산재벌의 이익을 위해 민중들의 생존권을 철저하게 희생시키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 인지시스템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감시를 위한 인공지능 CCTV가 3억개가 설치되어있으며, 그 본사가 홍콩에 있다. 한마디로, CCTV로 개인신상파악이 가능하다. 그래서, 항쟁중 CCTV 무력화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질의, 응답>

1) 홍콩항쟁을 바라보는 중국의 여론분위기는.

– 다수는 무관심 또는 관망하고 있으며, 소수의 극우파들이 홍콩투쟁을 부정적으로 선동하며, 여론을 추동하고 있음. 홍콩을 지지할 경우에 왕따 또는 매장되는 분위기임.

2) 홍콩 민생문제가 심각한데, 왜 핵심요구에 민생문제가 없나?

– 다수의 세력들이 참여하기에 합의가 되지 않고 있음. 우산혁명시 분열되었던 경험 때문에, 이견을 만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으나, 진보단체들이 항쟁 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음.

3) 덩샤오핑이 50년동안 ‘일국양제’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50년 이후의 체제 관련해서는 진보운동 내에서 대안이 얘기되고 있나?

– 기한은 생각하지 않고 운동하고 있음. 홍콩의 활동가들은 홍콩 독자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생각하여, 중국과 연계하여 운동을 조직하고 있음.

4) 홍콩인권법에 대한 전망과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미국 상원에서 11월 19일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 (홍콩인권법,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이 골자임)을 만장일치로 통과하였고, 다른 나라에 동의를 구하고 있음. 내용은 실용적으로 활용하려는 세력도 있지만, 비판하는 좌파도 있음. 한국은 서명 안할 것 같음.

5) 중국의 이후 대응은

– 시진핑의 입장에서는 홍콩행정장관인 캐리람을 하야시킬 경우 시위대에 굴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계속 유지시킬 수도 없는 입장임.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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