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와 교섭하기

가부장제와 교섭하기

*가부장제와 교섭하기는 데니즈 칸디요티(Deniz Kandiyoti)의 글이며, 이는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 (출판사 메이데이) 35인의 페미니스트 글 중 하나이다.

고전적 가부장제하의 여성들

주제에 앞서 데니즈 칸디요티가 주장하고자 하는 가부장제란 이론적 검토로서 가부장제가 아닌 역사적 가부장제 질서에서 여성들의 전략을 분석하려 한다는 것을 미리 알려두는 바이다.

이른바 고전적 가부장제는 동아시아, 이슬람 중동 등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여성들은 연장자 남성이 젊은 남성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에 대해 권위를 부여받는 가부장적 확대가족 질서에서 통제와 종속의 대상이 된다.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여성들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자신의 생존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앞으로 가족의 모든 권리를 부여받을 ‘아들’을 낳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생산한 아들의 권리가 이들 여성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계제 질서 하에 남성 일반에게 주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박탈과 곤경’은 이들의 중요한 자원인 아들에게 평생 효도하게 만들어 노년의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더불어 아들의 아내인 며느리에게 통제와 권위를 행사하는 것으로 보상을 받으려 한다. 젊은 여성들은 젊은 여성대로 시어머니의 통제를 우회하고 가능하면 피하려는 노력이 지속된다. 결론적으로 고전적 가부장제 하의 여성들은 가능한 기존 규칙과 규범을 지키려 노력하게 되는데 이 노력은 결국 자신들의 노동(재생산 포함)과 권리를 평가절하 하는 결과를 맞게 되는 것이다.

가부장적 교섭의 종말: 보수주의로의 후퇴인가 급진적 항의인가?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심화되는 가운데 만성적 빈곤화는 고전적 가부장제 위기로 연결된다. 빈곤이 심화되면서 이제 가족 구성원 전체가 생계에 종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장자인 남성이 연소자 남성과 여성을 지배하고 보호해야한다는 것이 무너지게 된다. 고전적 가부장제 붕괴는 젊은 남자들이 일찌감치 아버지 가정에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결과로 이어지며, 이로인해 여성들은 시어머니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제 연장자 여성들은 자기에게 복종하는 며느리들에게 둘러싸여 사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여성은 시어머니로서 누리는 권력과 체통을 잃게 된 것이다. 때문에 고전적 가부장제가 실질적으로 여성들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질서 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분 여성들은 (역설적으로)고전적 가부장제 붕괴 과정에 저항을 한다.
반면 고전적 가부장제 질서가 붕괴되는 가운데 여성들의 저항이 보수적 흐름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페미니즘 내부의 대안적 가족 질서에 대한 고찰과 ‘가족임금’ 체계에서 생계부양자로서의 남성의 지위에 대한 도전과 저항도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 이른바 고전적 가부장제의 붕괴 속에서 소득과 기회의 평등을 얻기 위해 싸우거나 집에 머무르면서 남자들을 더욱 단단하게 곁에 묶어 두려 하거나 하는 극명하게 반대되는 조류가 형성되는 것이다.

가부장제 교섭이 주는 교훈

고전적 가부장제에서 여성들의 교섭 전략이나 고전적 가부장제가 붕괴되는 가운데 여성들의 협상 전략들이 보여주는 것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하겠다. 여성들의 선택과 전략·전술은 가부장제 역사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데니즈 칸디요티의 ‘가부장제와 교섭하기’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질서가 (역사적으로) 어디쯤 위치하는지와, 이 속에서 여성들의 ‘살아남기’ 전략은 어떠한지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는 고전적 가부장제와 붕괴된 가부장제 질서 어디쯤(혹은 중간 쯤)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 생각한다. 시어머니 시집살이가 이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모시고 산다는 며느리 시집살이로 둔갑한지 오래이나 하나, 아직도 대부분의 여성들의 욕망은 아들을 통한 후대의 안정과 일종의 보상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일부 여성들은 ‘핵가족 이데올로기 위기’가 위기로 존속되는 것이 아닌 대안적 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들과 구조를 고민하고 있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 비록 이것이 구체적 ‘실천 형태’를 이룰지는 아직도 모호하지만 말이다.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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