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다녀와서
나는 이번 해에 처음으로 노동자대회를 참가하게 되었다. 동지들로부터 몇 달 전부터 노동자대회 얘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직접 노동자대회를 간다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큰 집회는 몇 번 가보지 않았었고 가두시위를 한다고 해서 더욱 긴장되었던 것 같다.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 열사가 돌아가셨고 노동자대회에 참가하는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았다. 전야제를 시작하기 전에 노동박람회를 하고 있길래 노동박람회 구경(?)을 하게 되었다. 최종범열사 분향소가 있어서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열사정신계승이라는 문구가 쓰인 추모리본을 주셔서 별 생각 없이 가슴에 달았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열사정신계승의 무게가 새삼 다가왔었다. 그리고 화물연대가 주최하는 부스에 다녀왔는데, 화물노동자들은 비싼 돈을 주고 자동차를 구매하지만 그 자동차가 자기 소유가 아닌 회사 소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에 대한 돈을 계속 내게 하면서 차 주인이 화물 노동자가 아니라니, 정말 상식 이하였다. 대한민국이 상식적으로만 흘러간다면 지금보다는 잘 돌아갈 것 같다.
그리고 노동자대회 전야제가 시작 되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있었다. 전야제만 참가하고 집에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할 정도로 전야제는 사람이 많았다. 아직은 큰 집회를 가면 우와.. 이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앉아서 전야제를 지켜보면서 C&M케이블지부에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조직해서 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동안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노조의 갈등 얘기만 접한 나로서는 그 얘기를 듣는 내내 그냥 기분이 좋았다.
전야제를 마치고 10시부터 삼성전자 본관 앞에 집결해 최종범 열사 추모 투쟁문화제에 참가했다.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은 삼성 측에 최종범 열사에 대한 사과와 노조파괴 중단, 불법파견 철폐 등을 요구하며 자리를 지켰다. 삼성 동지들의 투쟁에 대한 열의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삼성이라는 큰 기업이 우리나라 최고라는 기업이, 노동자를 외면하고 노조를 탄압하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음날이 되어 또 삼성본관 앞 최종범 열사 추모 집회를 참가했다. 삼성본관을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삼성 노동자 동지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다시 한 번 그 열정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삼성본관까지 최종범 열사 영정사진을 들고 행진을 했다. 나는 이번에 원광대에서 최종범 열사 분향소를 설치할 때도 그랬지만 영정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한구석이 아련하고 아프다.
서울은 정말 추웠다. 그래도 동지들과 함께라는 생각에 조금은 덜 추웠던 것 같다. 밥을 먹고 노동자대회 본대회가 진행되는 시청광장으로 이동했는데, 이미 시청광장에는 많은 동지들이 함께였다. 노동자대회를 가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동지들 얼굴도 보아서 좋았다. 시청광장을 가득 메운 동지들과 수많은 깃발들, 그 사이에서 동행 깃발을 들 수 있어서 좋았다.(후에 동행 깃발이 창피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ㅠㅠ) 드디어 노동자대회 본대회가 시작되었다. 처음에 최종범 열사 형님이 올라와서 발언을 하셨는데, 발언 내내 떨리는 목소리로 종범이의 뜻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내가 왜 우는지도 모를 만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배고파서 죽어가는 노동자가 아직도 있다니… 한숨만 나오고 이런 문제를 어떻게 우리 학생사회에 알려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밀양아주머니, 전교조 선생님들, 등등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앉아있는 내내 여러 가지 유인물들을 받아볼 수 있었다. 그것을 보고 세상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 불법적으로 노동자를 탄압하고 이게 자본주의의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노동자 대회는 선을 넘자는 것이 슬로건이었는데, 그 선을 넘는다는 뜻이 정말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한편으로 내 마음속의 선을 넘은 것 같아서 좋았다. 본대회가 마무리 되고 우리는 행진을 시작했다. 정해진 대로 가다가 중간에 빠져서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힘들었고 쉬고 싶었는데, 여기서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았다. 달리면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모두다 정말 힘든 것 같은 표정으로 뛰고 있었으나 누구하나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이 막기 전까지 마구 달렸던 것 같다. 경찰과 계속되는 대치를 하면서 욕을 하고 가는 시민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 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전태일 다리에 도착하게 되었다.
전태일 다리까지 갈 때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간 것 같은데, 딱 전태일 다리에 도착하자마자 힘이 풀렸다. 온몸에 피로가 몰려왔고 진짜 거기서 자고 싶을 정도 였다. 그러나 나는 노동자대회에 다녀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거기서 정말 많은 힘을 얻고 온 것 같았다. 나는 지금 내가 서있는 학내에서 어떻게 이런 문제를 알려내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