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건설기계지부 김제부안지회 시절(2005∼2015)

1.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 2004년 서울에서 덤프연대가 만들어지고 조직되었습니다. 전북지역에서도 2005년 초부터 덤프연대를 만들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2005년 3월, ‘단가 후려치기’,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분노로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2005년 10월 김제부안지회 준비위원장을 거쳐 2015년 12월 31일까지 햇수로 11년동안 덤프연대와 건설기계지부 김제부안지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2. 가장 기억나는 투쟁은 무엇입니까?

– 무엇보다도 8시간 노동제의 정착입니다. 건설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해 뜨면 작업을 시작하여 밤이 될 때까지 일했습니다. 평균적으로 노동시간은 10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런데, 노조가 주도하여 ‘아침 8시 출근, 저녁 5시 퇴근’을 정착시키기 위해 투쟁을 전개하였습니다. 2007년에 시작하여 현장에 본격적으로 정착된 시기는 2010∼2011년입니다. 4∼5년을 지속적으로 투쟁하였습니다. 사업주들에게 고소고발도 많이 당했지만,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으로 구속자 없이 투쟁을 마무리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뿌듯합니다.

3. 활동중 아쉽거나 후회되는 일이 있습니까?

– 새만금사업과 관련하여 두가지 일이 있습니다. 첫째는 본가가 계화도이다 보니, 주변에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새만금사업의 반생태성을 알면서도 건설 노동자로서 어쩔 수 없이 작업을 해야 하는 내면에서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둘째는, 새만금사업이 다른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의 사업이다 보니, 다른 현장보다는 비교적 낮은 단가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노동조합 초창기여서 특수고용노동자로서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는데다가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두려움으로 인해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4. 김제부안지회장을 11년동안 경험하며 이후 활동의 초석이 된 원칙이 있습니까?

–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사장님’으로 불리지만, 개별적으로는 약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약한 노동자일수록 노조로 단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한가지는 ‘노조’라는 울타리도 필요하지만, 노조는 서로의 신뢰로 맺어진 관계여야 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함께 얘기하고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는 ‘이해’의 과정이 중요합니다.

민주노총전북본부 수석부본부장 시절(2016∼2018년 2월)

1. 민주노총전북본부 수석부본부장 재임하면서 가장 뿌듯하거나 아쉬웠던 점이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 뿌듯했던 경험은 2016∼2017년 박근혜정권 퇴진 촛불투쟁에 민주노총전북본부가 중심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지역에서 마중물의 역할과 함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서 박근혜를 내몰았던 것이 가장 기억이 남니다. 그리고, 2016년 하계수련회에서 제기하여 지역에서 기금을 모금하여 갑을오토텍과 유성기업에 돼지고기와 투쟁기금을 전달했던 일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건설현장에만 있다가 수석부본부장직을 덜컥 맡다 보니, 다양한 현장과 의제에 적응하는 데 힘들었습니다. 사전에 다른 조직들 사정에도 귀 기울이고 함께 연대했었더라면 조금 더 잘 수행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듭니다.

2. 즐겁고, 섭섭하고, 보람있고, 힘들었던 기억을 하나씩만 얘기해주세요.

– 어려운 난관들을 사무처동지들과 함께 토론하고, 합심해서 극복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게 되었던 것들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단편적인 기억으로는 큰 행사를 마치고 즐겁게 ‘대하’와 ‘장어’를 먹었던 일이 좋았습니다. 또 섭섭했던것보다도 역량이 모자라서 당시 함께 활동했던 임원사무처 동지들에게 미안했고요. 많은 현장투쟁(티브로드, 전주대 기숙사등)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쉬운 점은 윤종광본부장의 긴 투병으로 인해 촛불투쟁을 함께 하지 못한 점, 그리고, 임기를 함께 끝마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3. 민주노총전북본부 발전을 위한 한마디

– 민주노총 임원역할을 2년여 하다 보니, 참 위상이 무겁고 할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중심으로서 역할, 노동자들의 구심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 잘 수행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러다 보면, 많은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지지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역 단체 및 소속 조직들이 소외를 느끼지 않도록 소통에 신경써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전북건설기계지부장 시절(2018년∼현재)

1. 많이 힘드시죠? 가장 큰 애로점이 무엇입니까?

– 전북지부 내에서도 직종과 지역별로 집단이기주의와 배타적인 모습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전국과 지역 전체투쟁을 조직하는 데 악영향을 끼치고, 노조의 힘을 약화하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2. 레미콘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있습니다. 조직화 현황과 쟁점, 투쟁방향이 있습니까?

– 제가 처음 지부장이 되었을 때, 레미콘 조합원은 20명이었습니다. 지금은 160명입니다. 건설노조 전체 또는 지역에서도 레미콘 노동자 조직화를 가장 큰 목표로 세우고, 조직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합원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사업주들의 중대한 움직임 하나가 포착되었습니다. 지입차 제도를 폐기하고, 공장 내 용역회사를 만들어서 용역회사로부터 인력을 공급받는 형식으로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이는 제조업에서의 사내하청과 같은 구조입니다. 어떻게든 노조를 피해보려는 꼼수입니다.

3. 전북건설기계지부 조합원들에게 하고픈 말

– 노조 발족 이후, 현장에서는 단가후려치기, 어음깡, 체불, 장시간노동, 비인간적인 대우 등 노동자들을 괴롭히던 많은 애로들이 사라졌습니다. 이는 지난 15년동안의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나태하거나 성과에 도취해 투쟁을 외면한다면, 언제든 예전의 참혹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항상 “노동자는 투쟁을 통해 존재한다.”는 것을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 개인적인 질문

1. 2015년에 일본을 다녀오셨어요. 이후, 일본노동자들과의 연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일본을 다녀와서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일본노동자들과 만나며 일본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일본노동운동과의 비교를 통해 안목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동행했던 동지들에게도 배운 점이 많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습니다.

2. 자녀들이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하면 지지하시겠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한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상처를 견뎌낼 수 있는 게 관건입니다.

3. 이후 인생 계획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10년 후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있을까요?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지금 심정으로는 임기가 끝난 후에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4. 노동연대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많이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일정이 중복되기도 하고, 심신이 피곤하기도 해서 노동연대 활동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연대 텔레그램은 꼼꼼하게 챙겨보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함께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노동연대는 내용적으로 역할에서도 지역에서 중추적인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항상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래를 주시하고, 아래로부터 조직하고, 아래로부터의 힘이 진정한 권력의 원천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당부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