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노동생산성만큼 증가했는가? (2)

임금은 노동생산성만큼 증가했는가?

-임금분배율(노동소득분배율) 논쟁 소개(2)

강문식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정책국장)

 

지난 글에서는 박정수(2019)로부터 촉발된 노동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괴리 여부 논쟁을 다루며, 실증적으로 최근 10여년 간 그 괴리가 확대되어 왔음을 보였다. 박정수가 노동생산성증가율과 임금증가율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결론은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노동소득분배율에 담긴 의미와 연관된 쟁점을 다뤄본다.

임금분배율(노동생산성/임금률 비율)에 대한 이해

국민계정(GDP) 중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노동소득분배율이라고 일컫는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노동생산성과 임금률의 비율이 임금분배율(노동소득분배율)이다.

국민계정을 총노동과 동일하다고 정의하면, 노동생산성과 임금률의 비율인 임금분배율은 마르크스의 잉여가치율에 상응하는 개념이 된다. 1사실 임금분배율과 잉여가치율은 엄밀하게는 서로 다른 지표다. 마르크스에게 있어서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은 엄격하게 구분된다. 그래서 “노동시간의 화폐표현”이라는 개념(신해석)과 국민계정을 이용한 임금분배율 추계는 생산적 노동에서의 잉여가치율 추계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다음에 언급하듯이 이윤율의 추계 방법에서도 연구자간 차이가 있다

박정수가 확인하고자 했던 ‘노동의 산출탄력성이 변하지 않으면 노동생산성과 임금은 같은 비율로 변화’한다는 가정은 마르크스 경제학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윤소영(2010)에 따르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있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주기적(순환적) 위기는 잉여가치율의 등락에 따른 이윤압박에 기인하고, 동시에 유기적 구성 고도화에 따른 이윤율 저하(자본생산성 하락)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의 원인이다. 이 때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에 따른 자본생산성 하락과 이윤율 저하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잉여가치율은 상수로 취급된다.(한편 김성구(2015)는 윤소영의 입장을 비판하며, 공황의 원인을 생산부문간 불균형(불비례)과, 생산과 소비의 모순(과잉생산)으로 해석한다. 또한 윤소영이 인용하는 덩컨 폴리의 이윤율 추계가 소모된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을 분모로 삼고 있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이윤율(분모는 총 투하자본)과 다르다고 비판한다. 후자에 대해 첨언하면, 폴리 · 뒤메닐 등의 신해석에서의 이윤율은 고정자본스탁(K)을 분모로 한다. 고정자본스탁은 총 투하자본으로 볼 수 있다. 김성구가 의문을 제기하는 자본회전시간(T)은 총투하자본에서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이 소모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비인간적 자본주의의 면모를 바라보며 경험하는 감정적 인식과는 달리 각종 실증 연구에서 자본주의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의 임금분배율의 추세선은 장기적으로 뚜렷한 등락을 보이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전환이 본격화된 1970년대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잉여가치율 추계를 종합한 연구를 살펴보면 잉여가치율에 큰 등락이 없거나, 오히려 1980년대 후반에는 하락한다.(이는 노동자대투쟁 정세의 영향이다.) 그러나 2000년 무렵부터는 미국, 한국에서 신고전파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윤분배율이 순환적 변화를 벗어나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이 지금 살피는 논문을 비롯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윤분배율(잉여가치율) 상승이 실재 하는데 이를 상수로 취급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주지하듯이, 마르크스는 이윤율 저하의 반작용으로서 자본의 잉여가치율 상승 압박과, 이에 대한 노동자의 방어적 경제투쟁도 염두 했다. 잉여가치율은 자본의 동역학 근간에 계급투쟁이 놓여있다는 발견이고 고전(현대)경제학과 마르크스 경제학이 근본적으로 갈라서는 자리이다. 마르크스가 이윤율 저하의 증명과정에서 잉여가치율을 상수로 취급했다는 해석은 수학적 모델을 강조하는 데서 비롯한 과도한 사상(捨象)이다.

임금분배율(노동소득분배율) 통계의 문제점과 보정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구조의 특성상 자영업자 소득을 자본소득으로 다룰 것인지, 노동소득으로 다룰 것인지에 따라 지표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이 임금노동자 소득보다 낮기 때문에 자영업자 소득을 자본소득으로 간주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주상영·전수민, 이강국 등은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박정수의 주장을 반박하며 보정 방법과 쟁점을 소개하고 있다.

주상영·전수민(2019, 2014)은 비임금노동자의 소득을 보정하여 노동소득에 포함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자영업자의 영업잉여(비법인개인기업영업잉여(OSPUE))는 자신이 투하한 노동에 대한 대가와 자본소득이 혼합되어 있다. 보정방식의 하나는 자영업자 영업잉여 전부를 노동소득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영업자 영업잉여가 법인부문에서와 같은 비율로 노동/자본소득으로 분리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대략 자영업자 영업잉여의 2/3는 노동소득, 1/3은 자본소득으로 분리할 수 있다. 이는 피케티가 사용한 방식이기도 하다.

분모에서는 국민소득 개념으로 고정자본소모까지 포함시킨 총부가가치2GVA. 국내총생산(GDP)에서 보조금, 수입세를 제한 지표를 사용한다. 총부가가치를 사용하는 것은 고정자본소모를 자본에 대한 요소소득으로 간주하는 견해3Ryner(2012)는 분자에 포함되는 연금 및 사회보험료가 노동의 재생산비용이므로 자본의 대체비용인 고정자본소모를 분모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병희, 2015)에서 재인용)가 있기 때문이다. 분모인 국민소득에 포함되는 항목이 많을수록 노동소득분배율이 작게 측정되므로 요소비용국민소득보다 총부가가치 지표를 이용했을 때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진다. 주상영·전수민이 구한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는 다음 그래프와 같다.

참고로 한국은행은 ‘임금노동자 피용자보수/요소비용국민소득’으로 계산한다.

이강국(2019)은 고정자본소모(자본의 감가상각분)를 자본소득으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여러 국가의 최근 국민계정에서 고정자본 소모분이 커졌기 때문에 이렇게 측정한 노동소득분배율은 더 많이 하락하게 된다. 이강국은 분모에는 고정자본 소모를 제외하고 노동자의 피용자보수와 법인, 가계의 영업잉여로 구성되는 요소비용국민소득을 사용하고, 분자는 주상영·전수민의 보정방식B와 동일하게 하여 보정노동소득분배율을 구한다. 이는 법인부문의 순부가가치로 측정된 노동생산성과 임금을 비교하는 분석과 상응한다.(지난 글 참조)

이강국은 덧붙여 자영업 소득을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분할하는 방법이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보다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리

임금분배율(노동소득분배율)의 계산에서 자영업자 소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쟁점은 자영업자 소득성장이 노동자의 임금성장에 비해 정체된 현실과 관련 있는 주제이다. 자영업자의 상당수는 노동시장에서 비자발적으로 밀려난 사람들로 노동력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생산성, 임금분배율 등에 주목하다 보면 이들 빈곤 자영업자 문제가 자연히 지표 상 개입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으면 장사를 접으라는 대못질이 아닌, 빈곤 자영업자 문제에 대한 노동운동의 입장을 정립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일 터다.

노동생산성과 임금을 둘러싼 논쟁은 노동운동의 현실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여러 연구자의 분석 결과에서처럼 한국은 1990년대 말 이후 임금 상승이 노동생산성 상승에 미달한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OECD, 2018)

노동생산성 성장에 못미치는 임금 성장은 소위 소득주도성장론의 현실적 근거로 제시되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론이 기초하는 포스트케인즈주의는 자본주의의 공황, 이윤율저하에 맹목이다.

최근 노동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괴리가 확대되는 것은 자본이 이윤율 저하를 잉여가치율 증대를 통해 만회하려는 시도의 결과이고 그만큼 계급대립,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노동자계급이 잘 싸우지 못해서라는 의지주의적 평가를 내리는 것 역시 성급하다. 포스트케인지언이어서도, 의지주의자여서도 곤란하다. 우리는 자본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객관적 정세와 결부해 운동 과제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성구. (2015). 「마르크스의 이윤율 개념, 실증분석에서 어떻게 곡해되었나?」. 참세상.
박정수. (2019). 한국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한국경제포럼, 12(1).
윤소영. (2011). 『현대 경제학 비판』. 공감.
이강국(2019). 한국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그리고 노동소득분배율. 한국경제포럼, 12(2).
이병희. (2015). 노동소득분배율 측정 쟁점과 추이.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주상영, 전수민. (2014). 노동소득분배율의 측정: 한국에 적합한 대안의 모색. 사회경제평론, 43.
주상영, 전수민. (2019). 한국경제의 생산성, 임금, 노동소득분배율
: 통계 해석 논란에 대한 견해.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심포지엄.
Foley, D.. (2015). 『자본의 이해』  (강경덕 옮김). 유비온(원서출판 1986).
OECD. (2018). Labour share developments over the past two decades: The role of technological progress, globalisation and “winner-takes-most” dynamics. OECD Economics Department Working Papers.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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