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주인구 회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주인구 회원 인터뷰

인터뷰: 김연탁 사무처장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햇볕이 오랜만에 뜨겁게 비추던 광주민중항쟁 최후의 날, 현대자동차 전주위원회 주인구 의장을 만났습니다. 주인구동지는 ASA투쟁, 전북도청투쟁에도 결합해왔고, 공단 미조직조직화 사업에도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거짓말하는 것을 싫어하고 고지식해서 손해 보는 일도 많고 주위에서 답답해하지만, 굳이 그런 성격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대기업노동조합 대표자로서의 권좌에 안주하지 않고, 앞장서서 현장과 운동을 바꾸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결의를 강조하였습니다.

인간 주인구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완주군 고산면 대아리수목원 근처 산골에서 8남매중 7째로 태어났으며, 초, 중을 졸업한 후 전북기계공고 재학중인 91년에 경기도 오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두원냉기’에 취업해서 93년 입대하기 전까지 다녔습니다. 제대 후 96년 2월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 입사하였습니다. 2000년에 결혼하여 슬하에 1녀 1남을 두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꿈은 무엇이었고, 앞으로의 꿈은 무엇입니까?

어렸을 적에 마을 근처에 댐이 세워졌습니다. 댐 건설을 막기 위해 부모님을 포함한 마을 어른들이 관련기관에 항의를 했지만, 어느 누구도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중학교때, 한양대 학생들이 마을에 농활을 왔고, 대학생들과 함께 얘기하면서 “약자들 편에 서는”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집안형편으로 인해 인문계 학교를 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고, 국회의원의 꿈은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정년퇴직 후에 자연을 벗삼아 살고 싶은 게 바램입니다.

어느날 자녀가 와서‘저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노동운동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거예요?

얼마전에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아들이 와서 ‘나, 현대자동차에 들어갈까?’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어?”라고 되물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고, 좋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되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아직 충분히 시간이 있으니, 인생이나 꿈에 대해 고민한 뒤에 진로를 결정한다면, 네 인생이니 아빠는 상관하지 않겠다.”라고 의사를 밝혔습니다.‘노동운동’의 길이 험하고 어렵겠지만, 결국 본인이 감수해야 하니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 같습니다.

노동운동가 주인구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현장실습으로 간 회사에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을 지켜보며,‘노동조합 조합원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자동차에 신규채용되어 대형트럭라인에 배치되었는데, 같은 라인의 선배들이 열성 활동가들이었습니다. 선배들과 함께 익산노동자의 집에 학습하러 다니고,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윤종광 전 본부장을 만나서 함께 활동하게 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좌절하고 때로는 절망할 때도 있었을텐데, 지금의 주인구를 만들게 한 ‘좌우명’과 계기가 있었을까요?

좌우명은 집의 가훈이기도 한데,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원하는 목적을 이룬다)입니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이 사자성어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활동가로서 정체되어있다는 반성과 고민,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때, 전태일노동대학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훨씬 어려운 여건에서 활동하는 함께 수강하는 노동자들을 보며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요?

윤종광 전 본부장을 떠나보낸 것입니다. 지금까지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해주시고, 오래동안 함께 고민과 고락을 해오던 선배의 상을 치르고 그날 산에서 비박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활동하면서 일상에서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합니까?

동료들과 술을 먹고 집에 귀가해서, 저도 모르게 욕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내가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비박을 하며 스트레스를 풉니다. 비박을 하면서 지난 2주 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2주의 에너지를 채웁니다.

노동운동활동가에게 가장 필요한 항목이 무엇일까요?

‘윤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노조에서 활동하다 보니, 권력과 권위, 이해타산에 근접해있습니다. 이러한 유혹에 물들지 않고, 초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지부 전주위원회 의장으로서 주인구

자동차산업이 위기라고 합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상황은 어떤가요?

전주공장 생산규모가 연 10만대입니다. 그런데, 2014년(6만9천대) 이후 계속 하락추세입니다. 손익분기점이 51,000대인데, 2020년 생산계획이 42,000대입니다. 사측은 시간당 생산대수를 낮추자고 하고 있으나, 반대하고 있습니다. 인력구조조정과 직결된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엔진차의 경우 기술력이 떨어지나, 수소차는 현대차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합니다. 현재, 산악지형이 많은 스위스에서 수소트럭에 대한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측과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은 어떻습니까?

현대자동차 사측은 ‘2025년 전략’을 마련했으나, 노조에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내용은 친환경차로 전기차 55만대, 수소차 12만대를 생산하겠다고 하고, 상용차부문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중국 스촨성에 16만대 생산규모의 공장이 있는데, 지분이 중국과 현대차가 50:50이었는데, 최근에 현대차가 전부 인수해서 지분율 100%의 현대차공장이 되었습니다. 물량 빼돌리기를 한다면 전주공장이 위기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또한 아쉽습니다. 현대자동차등 상용차산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공동대응이 필요한데, 전북도는 공동대응과 대책마련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충전소 건설에도, 수소버스 배치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GM대우와 현대중공업 사태를 겪고도 무사태평입니다. 상용차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전북지역에 2,000억이 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전북도는 새만금 자율운행 체험장 등 관련 없는 시설 건설로 예산을 허비하는 등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의장 당선 이후 가장 좋았던 일이 무엇인가요?

당선된 날 빼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집행부가 거의 경험이 없어서 서툴긴 하지만, 집행부 내에서 서로 배우고, 다양하게 소통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려 하고 있습니다. 최고결정자의 지위는 처음인데, 결정하는 역할뿐 아니라 위원회 회의에서 연대를 제안하고 투쟁 참여를 독려하니, 참석율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자의 태도에 따라 현장과 운동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어떤 대표자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칭찬받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조합원을 배신하는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응징당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조합원의 고용을 지켜내고 조합원을 배신하지 않는 집행부로 남고 싶습니다.

노동연대 회원으로서 주인구

전북지역노동운동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지역운동을 자세하게 지켜볼 기회가 처음으로 주어졌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은 “노쇠하고 있다.”, “정체되어있다.”는 말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노동연대가 이후 개선해야 할 내용이 있습니까?

지역운동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회원들이 자신의 활동공간을 넘어 노동연대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는 안 보입니다.

주인구동지가 생각하는‘노동해방’세상은 무엇입니까?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민주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현대자동차노조 전 위원장이 근로복지공단 감사를 역임하고 난 뒤, 현대자동차 사장이 수여하는 자문위원 위촉장을 받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민주노조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정권의 품 안으로 기어들어가고, 정권과 민주노조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며 비애감을 느낍니다.

노동연대 회원과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운동하는 사람들은 가족에게 신뢰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잘 하라.”는 말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건강을 챙기면서 활동하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함께 뜻을 세워 노력하면, 그 뜻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는 희망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끝>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