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학생 없는 교정을 지키며 쓰는 교사일기
1. Code Name: CORONA
“Cut down Oil, Repair Our Nature Atmosphere”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부탄, 네팔, 파푸아뉴기니, 바티칸시국 이외 몇 나라가 더 있기는 하지만 위의 열거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가 단 한명도 없다. 거꾸로 사망자가 많은 나라들은 미국,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등 소위 말하는 산업선진국가들 즉, 오일을 가장 많이 사용한 나라들이다. 먼저 열거한 나라들은 기름을 적게 사용한다. 당연히 깨끗한 자연환경을 자랑할 것이고 아래 나라들은 대표적인 공해 국가들이기도 하다. 지구는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오일 생산을 줄이고 자연 환경을 회복하라” 인간 특히 산업선진국 너희들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다 라고 지구가 말하는 것 같다. 지구상의 인류는 수많은 종족 중 단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스스로 만물의 영장류라고 자부하면서 지구의 많은 것을 뽑아 쓰고 나무를 잘라내고 하천을 막고 여기저기 막고, 자르고, 채굴하며 인간의 욕심을 채워왔다. 인간만이 오일을 뽑아서 사용한다. 그리고 그 오일은 공해로 오염으로 차곡차곡 지구에 쌓인다. 지구에 만약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아마 지구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래오래 천년만년 영속되지 않을까? 오랜 시간 아주 천천히 지구가 살아온 방식으로 그 호흡으로 속도로 산다면 어떨까? 베트남,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의 강렬한 느낌은 바로 그 낮은 속도감이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으니 스트레스도 덜하고 비만인 사람들도 만나기 힘들었다. 빨리 빨리 먹어야 하고 많이 먹고 많이 일하고 또 서두르고 미처 에너지원으로 타지 못한 영양분은 쌓이고 막히고 스스로 건강을 해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자이다. 지구는 젊은이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는 걸까? 만약 젊은이들이 대거 사망하고 고령자만 살아남는다면 어떨까? 자연의 순리를 통해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려는 것일까?
온라인 수업을 하며 구글 클래스룸, 패들렛, 잼보드, 멸치, 노션, 이름만 들어도 생소하고 ‘도대체 왜 이렇게 공부할 것이 많은 거야’ 순간 짜증을 내는 스스로를 돌아본다.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등을 떠밀지 않았는데 스스로 왜 스트레스를 만드는가. 천천히, 조금 천천히 하자 그 무엇이든 천천히 먹고 산책하고, 멍하니 사색을 즐기고 책 냄새를 맡아보자. 다음 주 온라인 수업은 핸드폰을 들고 학교 구석구석을 걸어보며 담아보자.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을 걸자. “애들아, 여기는 학교 뒤편 텃밭이야, 꽃은 벌써 피고 지었구나. 오늘도 날씨는 참 좋다.”
5월 12일 오후 3시, 동료 교사가 학생들에게 하는 학습 독려 전화 소리를 들으며 교무실에서 씁니다.
2.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의 교육
그 어떤 계절 독감도 사스도 메르스도 교육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킨 적은 없다. 교육은 항상 지상 최대의 과제였으며, 미래에 대한 투자였고 사회가 유지, 존속되는 수단으로 각 사회마다 나름의 교육제도를 발전시켜왔다.
지금 다시 고대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한 ‘문답법’의 교육방식이 주목받고, 유대인의 하부루타, 핀란드를 중심으로 한 북서부 유럽의 학생중심형 교육방식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보여준 강의 중심 형태의 ‘반복 익힘 학습’도 다양한 테스트에서 각각 좋은 결과지표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늘 우리의 교육제도를 조금씩 개선하며 고쳐가고 있는 와중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교육제도를 극찬하여 우리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모든 나라의 교육제도는 그 사회의 환경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조금씩 발전하며 변화해왔다. 한마디로 어떤 교육제도가 ‘완벽하게 좋다.’라는 해법은 내놓지 못했고 교육과정 변천을 통해 조금씩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수정 보완해왔다. 이 모든 걸 한방에 멈추게 하고 전 세계가 똑같이 ‘온라인 수업’이라는 준비되지 않은 교육을 동시에 펼치게 되었고 한국의 학부모도 이탈리아의 학부모도 코로나 때문에 죽지 않으면 ‘온라인 수업’ 때문에 죽겠다고 한 엄살이 웃프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교육은 무엇인지 학교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도 온라인 수업은 있었다. 교사는 온라인 연수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습득했고 학생들은 인터넷강의를 통해 유명 강사의 강의를 집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그와 같은 정보 전달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해왔으며, 만족도도 적지 않았다.
‘거꾸로 교실’(Flipped Learning) 수업 모델은 온라인으로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교실수업에서 활동, 과제 수행을 통해 협업과 의사소통 능력, 공동체 역량을 키운다는데 가장 큰 장점이 있다. 이는 교실 수업을 더 재미있게 하고 학생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집에서 하는 과제를 학교로 가지고 오고 학교에서 하는 강의를 집에서 하는 순서의 전환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전통적인 교실(Traditional Classroom)은 수업 후 집에서 과제(Homework)를 하다가 막히면 어려움이 발생하지만, 거꾸로 교실은 집에서 강의를 먼저 보고 학교에서 강의 내용 확인과 과제를 친구들과 선생님이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개념이다. 때문에 코로나 이전에도 거꾸로 교실 수업을 하셨던 선생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동영상 수업을 만들어 활용했으며 교실에선 학생 활동 중심의 즐거운 수업을 만들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거꾸로 수업을 하지 않은 교사들도 수업동영상을 만들어봤고,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한 과제제시와 평가, 잼보드 패들렛 등을 이용한 공동작업 또 실시간 쌍방향 수업까지 시도하며 기존의 칠판과 백묵하나로 전개했던 수업과는 사뭇 다른 수업을 전개하였다.
텅 빈 교실에서 수업동영상을 찍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저 빈자리에 채우고 앉아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이다. 함께 있을 때는 나를 힘들게 하는 말 안 듣는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던 아이들이 그립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학교에 왔을 때 우리는 분명 다른 수업방법을 전개하며 하루하루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생활할 것이다. 다시 또 코로나가 온다고 해도 두렵거나 물러서지 않고 비록 온라인을 통해서 일지라도 배움의 본질에 대해서 묻고 준비하고 실천해 나갈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