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심판,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이뤄내자!
총선에서 패한 것은 노동자운동
민주노총의 진보당 사수 … 결과는 지도력 훼손
제22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었다. 윤석열 정권, 국민의힘의 패배했으니 민중이 정권을 심판한 것이라며 기뻐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진정 패배한 것은 노동자운동이다.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노동, 사회정책이 쟁점이 되지 못한 선거였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ㆍ사회운동 세력의 총선 요구가 큰 힘을 얻지 못한 것은 우리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수 운동진영이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포기해버린 결과 민중의 목소리가 더 희미해져버렸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시민사회 원로들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곁으로 달려가 검찰독재에 맞서자고 부르짖었다. 진보당은 위성정당에 들어가 민주당과 연합했고, 민주노총은 진보당 지지를 철회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정한 정치방침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결국 산별연맹이 제각각 정치방침을 수립하면서 민주노총의 지도력 자체가 훼손되었다. 앞으로 다가올 각종 선거에서도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현장에서 작동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이번 총선 한 번으로 이르게 된 결과가 아니다. 노동자정치세력화 운동은 그 시작부터 민주당 세력과 연합하여 반보수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연합론과 대립해왔다. 지금 노동자정치세력화 시도가 대연합론으로 더욱 급격히 휩쓸리게 된 보다 큰 이유는 노동자ㆍ민중의 독자적 사회 전망을 제시하겠다는 정치운동의 기획을 완성하지 못한 데 있다. 운동의 쇠퇴가 운동을 대연합론으로 이끌고, 대연합론은 운동의 쇠퇴를 가속화하고 있다.
민주당ㆍ조국혁신당은 노동자ㆍ민중의 우군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드러내는 극우적 색체는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검찰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검찰개혁론 역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기득권 거대정당은 서로에게 “내 똥 보다 쟤네 똥이 더 더럽다”며 외치고 있을 뿐이다! 극우 세력이 성장한 토대는 자신의 과오를 자성하지 않으며 상대만 악마화하는 정치의 양극화이며, 여기에서 민주당 세력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간혹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상대적으로 노동친화적이라고들 여기지만 그 둘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파견, 복수노조, 최저임금 등 노동개악을 주도한 친자본 정당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국민의힘과 함께 법인세, 종부세를 감세해 부자들을 도왔다. 조국혁신당의 총선 공약은 임금인상하지 않는 대기업에게 감세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정권 심판, 누구의 힘이냐가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철 지난 신자유(보수)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채 감세, 정부 지출 축소, 기업 활동의 자유 보장, 이에 방해되는 노조파괴를 정책의 1순위로 시행해왔다. 정부부채를 해소하겠다던 윤석열 정부는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 세수는 그 보다 더 많이 줄여 정부 부채 규모만 키웠다. 산수조차 못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탓에 경제성장률은 미국ㆍ일본에게 뒤처졌고, 노동자 실질 임금은 하락했다. 민생 위기는 전적으로 윤석열 정부 탓이다.
윤석열 정부는 극우적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극우적 언사를 내쏟으며 극우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적을 힘으로 제압해야 평화’라며 도심 열병식을 전개했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며 완전무장한 경찰특공대가 도심을 순찰하는 모습을 내보이기도 했다. 사회의 우경화 뿐만 아니라 전쟁위기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투쟁에 노동자ㆍ민중이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대열에 누구와 함께 설 것이냐다. 민주당과의 연합을 선택한 세력까지 함께 선다면, 이 대열 안에서는 곧 민주당, 조국혁신당까지 확장해 연합하자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ㆍ민중 스스로 새로운 사회의 전망을 세워내지 못한 채 대연합전선으로 뛰어든다면 노동자ㆍ민중의 의제가 사라졌던 이번 총선과 똑같은 결과에 닿을 것이다. 거대양당의 이전투구에 휩쓸리지 않도록 운동 진영의 정체성을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