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반도체특별법’ 발의에 더불어 이재명 대표 ‘52시간 규제 제외’ 화답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44년 전 오늘은 전태일 열사가 ‘노동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날이다. 그 때에도 노동법은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었지만 어린 여성노동자들은 ‘타이밍(각성제)’을 먹어가며 밤새 미싱을 돌려야 했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지난한 투쟁으로 부족하나마 1주일 연장 노동시간이 12시간으로 제한 되었다.
자본은 언제나 이 노동시간 제한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며 노동법을 개악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왔다. 자본의 청탁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69시간 노동을 읊으며 이것이 ‘노동개혁’이라고 주장했고, 지난 주 대국민 담화에서도 연내에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발맞춰 지난 11일(월) 국민의힘에서 ‘반도체특별법’을 당론 발의했다. 법안에는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를 위시로 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삼성전자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인가? 성과는 독식하고 투자는 게을리 한 삼성 재벌 경영 체제의 문제이지 않은가? 재벌기업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는 발의안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반도체특별법’이 발의된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경총 회장을 만나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정해두니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영역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다”며 “그런 부분이 있다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사실상 국민의힘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 근기법 예외 조항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정책에 있어서는 거리를 좁히고 있다. 12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소위에서는 여야가 원전 예산을 정부 원안보다 증액하여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 달 영광-고창 원전 가동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1일 경총 간담회 역시 우향우 행보의 일환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에 예외를 두는 법안이 제정된다면 이후 같은 방법으로 노동법을 무력화하는 시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국회는 노동시간 법적 규제가 형성되어 온 역사적 과정을 상기하라. 노동시간 제한을 무력화하는 ‘반도체특별법’ 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2024년 11월 13일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