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지사와 전북도 공무원들은 내란의 밤에 무엇을 했는가?
작년 말부터 시민사회단체, 정당, 정치인이 김관영 지사를 포함한 전북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이 2024년 12월 3일 밤에 무엇을 했는지 질문을 제기한 바 있다. 2024년 12월에 던져졌어야 할 질문이 뒤늦게 제기된 측면이 있으나 이는 당시 상황의 엄중함 때문이었을 따름이다.
뒤늦더라도 이를 지적하는 것은 앞으로 혹여나 반헌법적 시도가 재발한다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제기들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박은 그렇다 치겠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 문제제기들을 싸잡아 ‘왜곡 선동’, ‘비방과 꼼수’라며 김관영 지사를 거들고 나섰다. 전날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심각한 언어 남용”이라며 문제 삼았고, 전북도공무원노조는 “터무니 없는 왜곡”이라며 반발했다.
내란의 밤, 광주광역시장은 시청을 개방하고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 연석회의’를 소집하여 시민사회와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경기도지사는 계엄을 불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경기도청 폐쇄 명령에 불응했다. 같은 시각 김관영 지사와 공무원들은 무엇을 했는가? 윤석열의 계엄이 헌법에 위반하는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계엄 세력이 내려보낸 지침대로 청사를 폐쇄하고 협조 방안을 준비하지 않았던가?
내란의 밤에 전북도가 작성한 문건에는 “35사단(지역계엄사령부)과 협조체제 유지”라는 문구가 분명하게 들어가 있다. 의회기능을 중지한다는 계엄령을 수용해 “준예산 편성 준비”라는 문구도 명시했다. 이 문건이 작성될 때 국회 앞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유혈진압을 각오하며 계엄군에 맞서고 있었다. 내란에 부역할 수 없다며 긴급 소집된 회의 자리에서 사직서를 쓰고 나온 공무원도 있었다.
인류는 제2차세계대전 시기 파시즘을 겪으며 여러 성찰적인 질문을 던졌었다. 인종 학살에 관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독일의 보통 사람이었다.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했을 뿐이지만 그 조각들이 모여 홀로코스트가 되었다. 12.3 내란을 겪으며 우리 사회에서도 군인과 공무원이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해당 업무가 위법하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민주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런 취지를 담아 국회에는 군인이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담은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공무원들이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지 않은 것을 조용히 반성하기는 커녕 우리가 무엇을 잘못 했느냐며 도리어 역정을 내는 태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2024년 12월 3일 밤과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진다면 이들은 사직서를 내는 대신 재차 내란 업무에 종사할 것임이 틀림없다. 바로 이 점에서 김관영 지사와 전북도 공무원들은 더욱 크게 비난 받아야 한다.
또한 이런 문제제기를 정치 공세라며 비난하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언어는 국민의힘의 주장과 닮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곳곳에서 극우세력의 백-래시 준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진보적 시민운동을 표방하는 단체가 그에 동조해서는 안 될 일이다.
김관영 지사는 불법 내란 업무에 종사하도록 지시한 문건을 작성한 데 대해 변명 말고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하라. 전북도공무원노조는 방귀 뀐 놈 성내지 말고 불법 업무를 거부하겠다는 다짐부터 내놓으라.
2026년 3월 6일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