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평가와 전망의 모색
채민(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사무처장)
2026년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북노동연대를 비롯해 신호등연대 진보3당과 사회운동 단위는 사회대전환 전북지역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4명의 후보들과 함께 선거투쟁을 진행했다. 그러나 후보자들의 원내 진입은 실패했으며 의회 내의 진보정치의 교두보를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향후 지역 사회 내의 진보정치·노동자민중정치의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다. 더욱이 새로운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향후 방향의 모색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
1. 보수정당 독점 구조의 고착화
전북지역 6.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일당 독점 체제의 고착화로 끝났다. 김관영 전 전북도지사의 돈봉투 고발과 이후 이원택 후보 측의 식사비 대납 폭로 등으로 파국적 경선 과정은 민주당을 둘러싼 정쟁으로 고조되었다. 이런 사태 속에 민주당은 끝내 도지사 경선을 강행하며 도민들의 비판을 자초하게 되었다. 더구나 신영대 국회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보궐 선거를 치르게 된 군산·김제·부안갑 지역구 후보까지 공천을 강행했다.

그러나 이는 다른 한편에서 지지층의 위기의식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영향이 민주당 우세의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민주당에 실망한 전북의 민심은 소위 교차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으로 이어졌다. 혁신당은 전북지역 광역의원비례대표선거에서 약 15.20%를 득표하며 제2당의 위치를 형성했으며 기초의회를 포함하면 17명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전체 지자체 선거 결과 등을 통해 드러났듯이 민주당 절대 우세는 공고해졌다.
전국적으로도 보수정당들의 독점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시도지사에서 기초의회 의원까지 정당별 당선인 수를 비교해 보면 더불어민주당 2,295석(54.6%), 국민의힘 1,692석(40.3%)인 반면, 무소속 126석(3%), 진보당 40석(1.0%), 조국혁신당 39석(0.9%), 정의당 6석(0.1%), 녹색당과 개혁신당은 각 1석(0.02%)1으로 나타났다. 이중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지역의 비례대표 선거를 보면 거대 양당 이외의 후보가 당선된 지역은 전북을 비롯해 전남광주, 경기, 제주 등 4개 지역에 불과했다. 정당 득표율이 5% 이상인 정당에만 광역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법 제190조의2, 이른바 5% 봉쇄조항의 문제를 비롯해 5%를 넘긴 득표에도 전체 비례 의석수가 너무 적어 의석 배분이 되지 않는 소선구제의 문제가 이 지점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2. 정치개혁의 민심, 진보정치의 필요성이 곧 현실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
이번 선거전부터 전북지역 내에서는 보수양당 독점 정치의 피로감이 높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확인되고 있다. 선거 전 진행되었던 전북지역 정치 개선을 위한 과제를 묻는 여론조사2에서 도덕성과 청렴성 제고, 기득권 타파 및 세대교체 등의 다양한 과제에 비해 특정 정당 독점 청산의 필요성은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전북 지역 내 정치권의 도덕성과 청렴성의 문제, 기득권 발생 등도 민주당 독점으로 점철된 전북의 정치구조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독점 정치 타파에 대한 공감대가 대중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견제에 대한 호소만으로 진보정치의 지지를 만들 수 없음을 이번 선거에서 재확인했다.

노동조합 현장 상황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 기간 전주리싸이클링타운 투쟁을 비롯해 현장의 투쟁 과정에서 진보정당과 소속 의원들의 연대와 역할을 통해 진보정치의 필요성은 확인되었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매 선거를 지나면서 현장마다의 진보정치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내의 경우에는 정치적 효능을 민주당에서 찾는 경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민주당 독점에 대한 견제를 위한 진보정치 투표가 조직된 현장에서조차 어려운 상황과 함께 위성정당 사태 이후 민주노총 정치방침의 형해화 등이 중첩되고 있다. 노동자민중 정치 전반에 대한 무관심이 심화되고 있고 이는 민주노동당 시기와 다른 정세인식과 실천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결국 현실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과 민심을 어떻게 현실의 정치에서 구현할 것인가의 질문을 다시금 해야 된다.
3. 민주주의의 위기의 단면, 무투표 당선의 증가와 투표용지 부족사태
전국적으로도 보수양당 독점이 강화되는 결과는 무투표 당선자의 증가 상황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전북도의회 지역구 38석 중 25석이 민주당 공천 후보들에게 무투표로 돌아갔다. 전국적으로는 511명의 후보가 지역 유권자에게 공약 하나 보이지 않은 채 당선되었다. 보수양당이 장기간 여당의 지위를 독점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제도가 무의미해지며 거대 정당의 권력만 강화되고 있다.3 이런 경향이 강화될수록 지역 사회운동을 비롯해 진보정치 역시 대안을 모색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가 만들어낸 정세는 새로운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사태 과정에서 선거관리의 역할조차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과 안일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는 공적 영역에 대한 훼손뿐만 아니라 올림픽공원시위를 통해 극우대중운동을 확장시키는 위기로 이어졌다. 보수정치는 이해득실에 따라 투표용지 부족사태에 대한 사후 조치를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극우대중운동의 토대가 되고 있는 현재의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노동자민중운동 역시 대응을 모색해야만 한다.
4. 희망을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다시 시작하자
다가오는 23대 총선을 앞두고 어떠한 준비를 할지 막연함이 확인되고 있다. 노동자민중운동의 현장들이 어렵고 현안 투쟁들에 바쁜 상황도 분명하다. 제도만 바꾼다고 가시적인 민주주의의 진전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치 개혁 없이 체제전환, 사회대개혁을 만들 수 없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보여주듯 보수양당 독점 구조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붕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관계법의 개정에 나서야 한다. 노동자민중의 대안을 구현하기 위해 위성정당 방지, 비례성 강화, 결선투표제 도입, 성평등 공천 의무화, 유권자의 참정권 확대 등 선거제도 개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역 내의 다양한 현장, 생활공간에서 정치를 만들어가야만 한다.
나아가 지난 기간 전북노동연대를 비롯해 사회대개혁의 입장에서 승자 독점구조의 정치 구조 자체를 만들어내는 현행 선거제도의 극단적 형태인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에 대한 운동의 전망을 벼리면서 투쟁과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남한 자본주의의 파열구가 극우의 준동이 아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모색하자. 희망을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다시 시작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