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지역사회에서 기후정의운동의 필요성
채민(전북평화와 인권연대)
전 세계의 기후위기가 인류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은 더 이상 경고가 아닌 현실이다. 동시에 폭우와 폭염, 이상기후현상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탄소감축 등의 말들도 넘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자본과 권력은 노동자·민중을 개인으로 ‘호명’하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과 실천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읽지 않는 메일을 삭제하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의 사용,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실천이 필요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기후위기가 이윤을 위한 자본주의체제가 만들어낸 결과임을 교묘하게 감추는 데 활용되고 있다. 가장 저렴하게 에너지와 자원, 노동력을 조달하고 확대하면서 동시에 불평등을 심화시킨 ‘자본의 이윤을 위한 에너지체제’가 기후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각국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민중에게 1/n로 전가하면서 녹색성장으로 색칠한 생산체제가 대안인 것처럼 선전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과 지역사회 역시 이러한 모순이 극명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본주의가 불러온 기후위기, 책임은 노동자·민중이?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의 차이는 전 지구적 경제적 불평1등과 일치한다. 2020년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옥스팜과 스톡홀름 환경 연구소는 국제적인 탄소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기본 분석 단위를 국가가 아닌 소득계층으로 두고, 소득수준에 따른 1990~2015년 사이의 탄소 배출량 변화를 분석했다. 특히 1.5도 탄소예산 개념을 적극 활용했는데, 이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할 때, 가용 가능한 누적 배출량의 추정 최대치를 의미한다. 분석 결과 상위 10%(6억 3천만 명) 부유층이 25년간 누적 배출량의 52%를 차지했고, 탄소예산의 31%를 사용했다. 최상위 1%(6천 3백만 명) 부유층은 누적 배출량의 15%를 배출했고, 9%의 탄소예산을 사용했다. 이에 반해 하위 50%인 31억 명은 고작 누적 배출량의 7%, 탄소예산의 4%를 사용했다.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중산층(25억 명)은 누적 배출량의 41%를 차지했고 탄소예산의 25%를 사용했다. 자본주의체제의 불평등 구조는 기후문제 앞에서도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한 소위 주류적인 비판은 기후위기를 불러온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에 있지 않고 체제 내의 틀에서 해결하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옥스팜의 연구보고서(2020)에서는 극심한 탄소 불평등으로 인해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맞게 되었으며 소득 상위 10%의 탄소 배출 책임이 막중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누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분명하게 밝혔지만, 옥스팜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탄소 배출에 따른 비용을 내라는 것뿐이다. 상위 계층의 생활방식과 소비행태가 탄소 배출의 핵심이라며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 개인 전용기, 고급 항공편에 대한 탄소세와 부유세 부과를 제안한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공공 정책 시행을 제안한다. 기후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와 극심한 탄소 불평등 앞에서도 이러한 대안은 직접적인 탄소 배출 규제가 아닌 돈을 내면 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는, 자본과 부유층의 특혜를 인정하는 선에서 머물고 있다.
이른바 ‘탄소중립’ 정책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탄소중립은 산림, 해양과 같은 지구 시스템 속에서 자연 흡수되는 탄소량에 대한 추정 속에서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자연흡수량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국제협상 과정에서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갱신된 탄소중립은 지구 시스템의 자연흡수를 자본투자로 인위적으로 늘리고 조절할 수 있다는 공학적 방식으로 변질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산림청이 탄소흡수율이 높은 어린나무를 심겠다며 대대적으로 벌였던 벌목사업도 이와 같은 방식이다.

불평등한 한국사회 에너지 생산과 분배
비단 소비의 문제만이 아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에너지 생산과 분배의 불평등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2000년대부터 발전소의 위험하고 어려운 일들이 외주화되었다. 지난 기간 정부는 발전소를 분리하여 공기업으로 나눠 경쟁시켰다. 비용 절감과 이윤을 많이 내도록 하는 체제는 비정규직과 하청·외주화의 확대, 생태파괴를 재촉하게 되었다. 결국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발전소 외주화와 비정규직의 현실이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또한 에너지 생산 및 관련 시설이 인구가 적고 토지 가격이 저렴한 농어촌 지역으로 집중적으로 배치되었다. 이러한 결과 한국의 동·서해안지역은 세계 최대 수준의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 밀집지역이 되었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등 주요 소비지로 공급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송전탑 건설이 강행되었고, 밀양·청도 송전탑 사례처럼 민주주의와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는 올해 7월 6일,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결정했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으로 2030년 핵발전 비중을 30%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보다 핵발전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은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위태로운 모험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계획 어디에도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담는 민주적 전환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영광-고창지역 한빛원전에서도 드러나는 핵발전의 안전문제를 감안한다면 전북지역의 노동자·민중 입장에서도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민선 8기 전라북도의 기후위기 정책
현재 전북지역의 상황도 크게 다를 바 없으며 오히려 기후위기를 간판으로 걸고 개발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올해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출범한 민선 8기 김관영 전라북도지사의 목표와 과제에도 생태적 가치,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 전라북도의 5대 목표 중 도민행복·희망교육의 실현전략으로써 ‘생태·환경 자산의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한 청정 환경’ 조성이 있다. 이에 따라 수립된 구체적인 과제 중에도 기후위기·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기후위기 대책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시설을 조성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가령 기후위기·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로 전북지역 내 ‘생태문명원’ 조성이 있는데, 사실상 도내 유휴공간에 전시·체험이 주된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그 외의 사업들의 상당수도 결국 경제적 가치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에 따른 대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후정의의 대척점, 새만금국제공항
문제는 지자체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만 있지 않다. 아직도 문제점을 낳고 있는 새만금개발사업 및 국제공항사업처럼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개발사업은 더 큰 문제다. 2006년 4월에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완공됐고, 2010년에 방조제 공사를 완공하여 방조제 도로를 개통하였다. 그러나 30년이 넘은 지금도 새만금개발사업은 끝나지 않고 있다. 전체 사업비 22조 7,900억 원 중 8조 4,400억 원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개발사업 초기부터 바닷물의 흐름을 막는 방조제를 그대로 둔 채로는 개발지역 내의 수질오염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정부와 전라북도는 수질 문제를 해결을 자신했으나 현재까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시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2
이러한 와중에 전라북도와 민주당을 비롯한 토호세력은 지역발전을 명분으로 새만금 개발지역 내 군산의 수라갯벌에 새만금국제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비타당성제도를 무력화시키면서 사업에 힘을 보태던 문재인 정부에 이어서 윤석열 정부 국토교통부 역시 고시를 강행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것처럼 새만금국제공항은 진행될 수도 없고 진행해서도 안 되는 사업이다. 국내 대부분의 지역공항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새만금국제공항이라고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 더욱이 군산 미 공군기지에서 2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설되고, 관제권을 주한미군이 갖게 되는 새만금국제공항이라면 경제성은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평화운동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새만금국제공항은 군산 미군기지의 제2활주로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갯벌을 파괴하며 공항을 짓는 것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일이다. 정부에서도 인용하는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연안 갯벌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48만 4,500t인 것으로 보고3되어, 육상의 어떤 곳보다 더 탄소를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에서 기후정의운동을 조직하자
앞서 살펴봤던 기후위기의 모순에 맞서 사회운동도 기후정의운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월 24일에 열린 기후정의행진을 계기로 노동운동, 기후정의운동, 지역운동이 연대해 기후위기의 책임자인 자본과 정부를 규탄하고 그들의 기만에 맞서자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자본을 위한 녹색성장’이 아닌 공공성과 민주주의, 생태를 담은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자는 목소리를 더욱 조직하고 키워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지역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적지 않은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들이 관변 주도로 진행되거나 시민사회의 일부의 목소리를 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전북지역 사회의 숙원으로 불리고 있는 새만금개발사업을 비롯한 국제공항 저지를 위한 투쟁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체 노동·사회운동의 힘이 약화된 것처럼 기존의 새만금사업 반대 운동 이후 새로운 주체들을 조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지역사회 한 축에서는 새만금개발사업이 지역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여론조사에서 42.3%의 도민들은 새만금개발사업이 전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의견4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새만금국제공항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는 지역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북지역의 중점 현안사업이 국제공항을 비롯한 새만금 개발이라고 보는 여론도 32.9% 정도다.5
지역사회가 토호세력들의 목소리에 호도되는 것만이 아니라 새만금 개발의 허구성을 미약하게나마 인식하고 있다고 볼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고 당면한 문제인 새만금국제공항을 저지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나아가 기만적인 지역발전 이데올로기에 맞서 개발사업이 아닌 노동자·민중의 권리,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 옥스팜(2020), 〈탄소불평등에 직면하다 : 기후정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핵심〉 ↩︎
- 〈새만금위원회 “수질개선대책 먼저”… ‘해수유통’ 결정 미뤄〉, KBS, 2021.2.24. ↩︎
- 〈국내 갯벌, 연간 승용차 20만 대 온실가스 흡수 … ‘블루카본’ 뭐기에〉, 안광호, 《경향신문》, 2021.04.13. ↩︎
- 〈(전북여론조사) 새만금 착공 30년 여론조사…전북도민 평가는?〉, KBS, 2021.11.26. ↩︎
- 〈(전북여론조사) 전북도민, 32.9% “국제공항 품은 새만금 개발 염원”〉, 《전라일보-더 팩트 전북취재본부》, 2022.2.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