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지방선거를 돌아보다

제8회 지방선거를 돌아보다

48.6%, 민주당 1당 독점에 대한 냉소적 민심

편집팀

대선 후 두 달여 만에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전북지역 전체 투표율은 48.6%로 집계되었다. 전국 투표율 50.9%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가장 낮은 광주(37.7%), 대구(43.2%)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또한 1995년 첫 지방선거 이래 가장 낮은 투표율이었으며, 점진적으로 증가1하던 지방선거의 전북지역 투표율 경향과 반대되는 투표율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접전을 벌인 시군의 투표율은 높은 수치를 나타냈지만 유권자가 가장 많은 전주, 익산, 군산의 투표율은 전북지역 전체 투표율에 미치지 못했다.

단적으로 이번 전주시장 선거에서는 지난 선거보다 기권자가 각 구별로 6만 명 이상씩 늘어나, 전체 기권자가 12만 명 이상 증가했다. 전체 유권자가 60만 명이 안 되는 시장선거에서 기권을 선택한 유권자가 12만 명 이상 증가했다는 것은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민주당의 기득권 지키기와 퇴행의 변주가 이어졌던 이번 지방선거 전개 과정을 돌이켜 본다면 이러한 투표율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북도의 중대선거구 확대 실패와 민주당 전주시장 선거브로커 개입 문제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사건이다.

중대선거구 실패와 선거브로커 사건, 기성정치의 단면

전북도의회는 4월 28일 ‘전라북도 시·군의회 의원정수 및 선거구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를 졸속 통과시켰다. 기초의회 소선구제(2인)는 지난 선거보다도 오히려 더 늘어서 38곳에 달하고 4인선거구는 종전대로 1곳으로 정해진 퇴행적인 결정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지난 2월 중대선거구 확대를 당론으로 채택했고,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도 중대선거구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전북도의회의 92%를 차지하는 민주당 소속 전라북도의원들은 지난 선거보다도 후퇴한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시켜 ‘정치개혁 당론’이 소수정당과 청년정치 포섭을 위한 선거용 포장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전북민중행동 차원에서는 지방선거 훨씬 이전부터 여러 방법을 통해 도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모아내고자 했지만 진전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실패가 민주당의 개혁정치의 기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였다면 선거브로커 사건은 시민과 지역은 안중에 없는 지역독점 거대정당의 공천제 단면을 보여줬다. 전주시장 경선과정에서 발생한 선거브로커 개입에 대한 4월 6일 전주MBC 보도와 당사자의 폭로는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예비 후보에게 당 경선에 승리할 수 있도록 조직과 금전적 지원을 하는 대신 인사권을 요구했다는 것이 전면에 드러났다. 사건에 대한 고소와 고발이 없었음에도 내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5월 15일과 17일에 연달아 선거브로커 행위자들을 구속했다. 이들 중 민주당 전북도당 정무직 당직자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선거브로커 행위가 한명의 예비 후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정황도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 전북도당은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는커녕 사과 한마디 없이 구속된 당직자를 면직 처리하는 것으로 끝냈다. 민주당 중앙당 역시 해당 인물에 대한 징계 처리를 했을 뿐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거대 개발 공약 속에 사라진 노동자민중 삶을 위한 정책

민선 7기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101대 공약 중 노동 공약은 전무, 전북도의 100개가 넘는 부서 중 노동정책 담당 부서 하나 없이 숱한 문제를 야기했다. 결국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 신공항 등의 이벤트성 사업으로 점철된 것이 지난 전북도정 4년에 대한 평가였다. 이러한 송하진 도지사를 다시 재선시킬 수 없다는 목소리가 모여 경선 컷오프라는 결과까지 이어졌지만, 노동자민중의 삶을 위한 정책은 민선 8기 지방선거에서도 실종되었다.

일례로 민주노총전북본부는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책임지는 전라북도, ▲경제·사회 위기를 책임지는 전라북도, ▲공공성을 책임지는 전라북도,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전라북도, ▲노동정책을 책임지는 전라북도라는 5대 요구를 지금 당장 필요한 노동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5대 과제에 따른 요구 내용에는 차별 없는 노동기본권, 〈전북형 노동표준〉 수립, 제조업 위기 노동자 생존권 보장, 중대형상용차 산업 정책 수립, 대중교통 공영제 시행,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건설업 중대재해 특별 대책 수립, 노동 전담부서 설치, 노동행정 개혁 등 19대 의제, 63개 세부 의제가 제안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담은 민주노총의 정책질의에 대해 본 선거 후보로 나선 김관영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조배숙 전북도지사 후보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노동자민중의 삶을 위한 정책은 외면하는 대신, 거대 개발 공약은 잇따라 발표했다. 김관영 당선자는 선거기간 전주 대한방직 터를 활용해 초고층 복합타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밝히며 역시 대한방직 부지 200층 초고층 타워 건설을 공약한 우범기 전주시장 당선자와 정책연대를 선언했다. 아울러 내국인 카지노를 배제하지 않는 새만금 복합리조트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김관영 당선자의 20대 국회의원 시절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새만금 카지노 유치 추진, 야당의원 중 유일하게 노동자민중의 권리를 후퇴시킬 규제프리존법 발의 참여 등의 전력을 고려한다면 향후 행보는 노동자민중의 권리 강화가 아닌 개발위주 정책임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엄중한 정치변화 속 무거운 과제를 받은 노동자·민중운동

앞서 48.6%의 투표율이 민주당 일당 독점에 대한 냉소라고 했다. 2018년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전주, 익산, 군산, 정읍 기초의원비례대표로 정의당 의원이 1인씩 당선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지방선거 결과 기초의회 어느 곳에서도 거대 양당 외의 비례의원 당선자는 없었다. 예시로 들었던 전주시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민심의 정치적 냉소는 진보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다. 민주당 일당 독점의 지역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정치세력은 없다는 것을 표심은 말해줬다고 할 수 있다.

대선에 이어 바로 치러졌던 지방선거를 통해 부르주아 정치권력 재편은 2017년 탄핵된 세력의 화려한 복귀로 마감되었다. 민주당은 87년 체제 구성 이후 형성했던 기반만을 간신히 붙들어 매고, 최소한의 이념과 지향이 실종된 채 계파 정치보다 후퇴된 컬트2 정치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 대처, 7·2 전국노동자대회 집회 불허 등을 통해 감지되는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적대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배세력이 교체된 윤석열 정부 5년, 지방 권력 4년을 시작하는 지금, 노동자·민중운동은 정권과 자본의 민주주의의 역행과 이윤을 위해 노동자민중의 삶을 파탄내려는 정책을 막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부여받았다. 이제, 끊임없이 현실을 진단하며 변혁운동의 역량과 전망을 다시금 가다듬을 때이다.

  1. 제4회 지방선거(57.9%) → 제5회 지방선거(59.3%) → 제6회 지방선거(59.9%) → 제7회 지방선거 (65.2%) ↩︎
  2.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컬트(Cult)는 조직 이론에서 매우 특수한 위상을 차지한다. 조직 이론들 중 하나인 시스템 이론(systems theory)에서는, 시스템에는 크게 열린 시스템(open systems)과 닫힌 시스템(closed systems)이 있다. 대부분의 집단과 조직은 외부 환경과 교류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열린 시스템이며, 이론적으로는 닫힌 시스템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닫힌 시스템의 사례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컬트가 바로 이 닫힌 세계의 사례로 얘기되는데 맹목적인 교조주의, 종교적 비밀 결사 등 인류 역사상 ‘닫힌 시스템’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사례가 컬트다. 이들은 외부와의 교류 및 소통이 불가능하고, 소통하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차단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의 합류를 절대적으로 막아야 컬트가 유지될 수 있기에 컬트는 닫힌 시스템이다. 열린 시스템과 달리, 닫힌 시스템은 자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고 평한다. ↩︎

Post Author: agent AI U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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