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교육감 당선, 민주진보교육 12년의 마침표가 아니어야 한다
염정수(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북학부모회 사무국장)
보수교육감 시대 개막
6월 1일 제8회 지방동시선거가 끝났다. 208개 시민사회단체와 12만 5천여 명의 선출위원이 선택한 전북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인 천호성 후보는 교육감선거에서 석패했다. 천호성 후보가 40.08%, 서거석 후보가 43.52%를 얻어 3.44% 차였다. 김윤태 후보는 16.38%를 얻으며 의외의 돌풍을 일으켰다.
전국적으로도 진보 후보에 비해 보수 후보가 많이 당선되었다. 2014년 13곳, 2018년 14곳에서 당선되며 지난 8년 동안 이어진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는 이번 선거에서 중도 보수 후보가 9곳에서 당선되면서 멈추었다.
이번 선거는 지난 선거에 견줘 ‘현직 프리미엄’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진보 후보가 재선 또는 3선에 도전한 지역은 서울·인천·부산·울산·세종·충북·충남·전남·경남·제주 등 10곳이다. 이 중 보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지역은 서울·인천·울산·세종·충남 등 5곳에 불과했다.
특히, 경남·부산·제주에선 진보 성향 현직 교육감이 ‘진보 교육감 심판론’을 내세운 보수 후보들에게 패했다. 진보 교육감의 감소는 진보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교육복지 공약이 보편화되어 보수 교육감 후보들도 주장하면서 공약의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진보교육감 12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학서열화나 대입경쟁교육은 그대로인 것도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번 지방선거 직전에 치러진 대선에서 보수 대통령의 당선에 따른 여파도 이번 교육감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은 2021년 5월부터 시작된 전북민주진보교육감 후보 선출에서부터 이번 선거 결과까지의 과정을 기술하면서 단계마다 나타났던 문제점들에 대해서 분석했다. 그래서, 이후 다시 치러질 수도 있는 차기 교육감 후보 단일화 경선에 밀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하였다.
시민사회단체, 지방선거에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출마 결정
2021년 3월 공공성강화 전북교육네트워크는 2022년에 실시되는 제8회 지방동시선거에 전북민주진보교육감 후보를 출마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전북본부를 비롯한 9개 단체 집행책임자를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추대를 위한 단체 구성을 준비하였다.
총 7차에 걸친 준비위원회 회의를 통해 ‘전북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선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준비위원회는 선출위원회 논의 체계 마련, 참여 제안서 발송, 선출위원회 대표자회의 및 집행단위 구성, 검증위원회 구성과 같은 일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12년 전북교육평가 토론회, 시군간담회, 선출위원회 구성 관련 기자회견 및 선출위원회 준비위원회 구성도 진행하였다.
이 기간 준비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 간략하게 평가해 보면, 준비위원회에 부여된 업무는 많고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실무를 총괄적으로 끌어갈 집행위원장 선임부터 난항이 있었다. 준비위원으로 참여한 각 단위 집행책임자들도 소속 단위의 업무 과중으로 인해서 준비위원회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내실 있고 짜임새 있는 선출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했다. 그리고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각 후보 캠프와 대부분의 내용을 협의하여 진행하다보니, 업무 추진이 신속하게 처리되지 못했다.
전북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선출위원회 출범과 내홍
2021년 6월 30일 선출위원회 참여 제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70여 일의 준비를 거쳐서, 마침내 9월 7일에 173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전북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선출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선출위원회는 경선비용 마련과 선출위원으로 참여하는 도민들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 1천 원의 회비를 납부한 자에 한해서 선출위원 자격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3명 후보간 경선이 가열되면서 회원모집 경쟁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회비를 직접 받지 않고 대납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던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경선과정은 파행을 겪게 되었다.
회비 1천 원을 삭제하는 안으로 대표자회의가 소집되었으나 부결되고, 회비를 그대로 존치하기로 결정하면서, 후보 중 일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임원 경질 및 중앙선관위의 개입을 주장하면서 선출위원회의 자주성과 민주성은 추락하였다. 이는 선출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다소 미흡한 규정에도 원인이 있었다.
첫째, 선출위원회의 단체 가입 조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 인해서, 활동이 불분명한 단체나 민주진보와는 다소 동떨어진 단체들마저 참여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하였다. 둘째, 선출위원 참여도 사전에 본인 동의하에 가입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단일후보 경선 참여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불공정 경선의 논란을 제공하고 말았다.
경선의 무기한 연기
전북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선출위원회는 당초 늦어도 2021년 11월 30일까지는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를 선출하여 도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회비대납문제와 본인 동의 없이 단체 회원명단이 선출위원 명단으로 제출되고, 회비 대납에 따른 선거법 위반 문제와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경선 일정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또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선출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집행위원들이 집단 사퇴하면서, 추후 경선 일정을 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게 되었다.
경선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무기한 연기된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가장 먼저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선출위원회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사전에 점검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결정된 사안이 각 후보 캠프의 입장에 따라 지나치게 여러 번 번복되면서 혼선과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다시 추진된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경선과 천호성 후보 선출
표류하던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경선은 12월에 접어들어 민주노총전북본부를 비롯한 일부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선출위원회 대표자회의를 소집하며 다시 진행되기 시작했다. 12월에 3차에 걸친 선출위원회 대표자회의를 통해 공동대표단과 집행위원단을 구성하고 선출위원회 활동을 재개하였다. 대표자회의는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회비를 폐지하고, 추가 선출위원 명단을 참여단체로부터 받아서 2022년 1월 21일에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를 발표하기로 하였다.
구체적 경선일정을 살펴보면 도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는 2022년 1월 17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었으며, 12만 5천여 명의 선출위원 온라인 투표는 1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다. 투표결과 선출위원 투표에서는 이항근 후보가 앞섰으나,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천호성 후보가 최종적으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로 선출되면서, 선출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선출이라는 소명을 마쳤다.
힘들었던 본선 선거운동
선출위원회에 참여한 모든 단체가 천호성 선거대책본부에 참여하기로 결의하면서 선출위원회는 해산하였다. 그러나, 경선과정이 치열했던 만큼 후유증도 컸다. 세 후보의 경선과정에 참여했던 각 후보캠프 관계자들이 천호성 선대본으로 결합되지 않았다. 진정한 원팀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규모의 선거대책본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적인 시민사회운동의 위축도 선거운동에 어려움으로 작용하였다. 12년 전 처음 지역에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를 추대할 때만 하더라도 수많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였지만, 이번 선거과정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난 12년 동안 시민사회단체의 역량이 정체 또는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2년 전과 달리 민주진보교육감이 꼭 필요하다는 절박함도 많이 줄어들면서 선거운동에 활력이 떨어졌다.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라는 정체성을 천호성 후보는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천호성 후보가 이전 활동이력에 민주진보진영과 함께했던 활동이 거의 없다 보니 많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한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12년 민주진보교육감 시대에 대해서 도민 및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피로감과 식상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에 정체성이 약간 불분명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의 등장은 자발적 선거운동의 의지를 더욱 낮추었다고 생각된다.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패배와 교육감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지도에서 상대 후보에 비해 떨어지면서 선거운동은 한층 어려웠다. 인지도가 낮다보니 여론조사 결과도 좋지 않았다. 천호성 후보는 3월 초 여론조사에서 24%로 서거석 후보와 양자대결 구도로 가는 듯하였으나, 4월 말 조사에서는 10% 대로 추락하면서 서거석 후보의 대세론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밑바닥 민심은 좋았으나 대세론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밖에도 김윤태 후보의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흠집 내기와 천호성 후보의 불분명한 경력사용 문제 등이 선거 쟁점화 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민주진보교육의 중단, 그리고…
맨 처음에도 언급했고,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지난 12년 동안 이어왔던 민주진보교육감 시대를 마감하게 되었다.
선거 패배의 원인을 찾자면 수십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직접 선거캠프에 참여하여 선거운동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패배의 원인을 몇 가지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로, 경선에 참여했던 세 후보가 진정한 원팀을 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8개 시민사회단체와 12만 5천여 명의 선출위원으로 구성된 전북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선출위원회가 본 선거운동 기간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면 절대 질 수 없는 선거였다. 하지만 경선 과열로 인한 상호 간의 깊은 상처와 불신은 본 선거가 끝날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둘째,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로서 제대로 정체성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YMCA와 청소년활동진흥센터 등 전북도 내 17개 단체가 참여한 청소년참정권확대 전북운동본부에서 만17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5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모의투표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이 투표에는 전북지역 3,550명의 청소년이 참여하였는데, 투표결과 서거석 후보가 41.6%, 김윤태 후보가 30.1%, 천호성 후보가 26%를 득표했다고 한다. 참 놀라운 결과가 아닌가? 분명 민주진보교육감 후보가 가장 앞장서서 투표연령 하향을 주장했어야 함에도 그런 공약이 눈에 띄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청소년에게도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듯이 도민들에게도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라는 것을 인식시키지 못했다.
셋째, 역대급 투표율과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대선과 같은 해에 치러진 지방선거이다보니 대선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대선에서 도민의 80%가 넘는 지지를 받았던 후보의 패배로 정치적 허무주의가 팽배해졌고, 여기에 도지사와 전주시장선거도 특정 후보의 압승이 예상되고, 도의원도 단독입후보로 무투표당선자가 속출하면서 투표율을 낮췄다. 투표율이 낮고, 교육감선거에 도민들이 무관심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넷째, 효율성 높은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선대본 위원장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선대본 운영도 치밀하지 않았다. 개인의 능력에 맡기다보니 효율성 높은 선거운동이 될 수 없었고, 그러다보니 활력도 많이 떨어졌다.
보수 교육감 시대 – 경쟁교육의 격화!?
선거기간 서거석 후보는 총장 재직 시절 동료 교수 폭행 시비에 휘말렸고, 이는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이외에도 교수시절 상당히 권위적이었다는 증언들을 보면서 전북교육이 권위주의적 교육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지난 12년 민주진보교육감을 평가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부정부패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부패 없는 전북교육이 다시 오염될까 우려된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부정부패는 제도적 장치와 감시체계의 마련 등으로 잠시 멈출 수는 있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건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창궐할 수 있는 것이다. 12년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초학력미달 극복, 학력신장이라는 미명하에 학생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경쟁교육이 더욱 맹위를 떨치면서 가고 싶은 학교가 가고 싶지 않은 학교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동안 어떠한 외압에도 지켜왔던 농어촌 작은 학교들이 경제논리로 무분별하게 통폐합되면서 지역소멸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서거석 교육감 시대에 우리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신발 끈을 묶고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더 가열찬 투쟁을 이어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