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최저임금 결정을 바라보며
편집팀
2023년 적용 최저임금이 5.02% 인상된 시급 9,620원, 월 2,010,58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장이 심의 기간 내내 ‘법정기한 준수’를 외친 끝에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법정기한이 준수됐다. 그러나 낮은 인상률, 부정확한 기준,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간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정부의 행태는 이번에도 변함없었다. 노동계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결정은 실질임금 삭감과 다름없다. 지난 5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시기 대비 5.4% 오르며 국제금융위기 사태이던 2008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1
물론 추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과도한 임금 상승은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해 최저임금 상승에 압박을 가했다. 결국 공익위원들은 경제성장률 2.7%와 물가상승률 4.5%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2.2% 뺄셈하는 산식을 이용해 5% 최저임금 인상을 사실상 확정했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을 올리고 취업자 증가를 고려하여 보정했다는 설명이다.
경제성장률 2.7% ⊕ 소비자물가상승률 4.5% ⊖ 취업자증가율 2.2% ⊇ 최저임금 인상률 5.0%
이번 결정에 대해 자본가들과 친기업 보수언론들은 늘 그렇듯 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려 있는 점과 경제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며 동결 내지 그에 준하는 인상을 요구했다. 현재, 높은 금리, 높은 물가, 코로나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은 경기 등 경제상황이 불안정하고 많은 자영업자가 한계 상황에 몰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한계상황은 임대료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갑질, 높은 자영업 비중 등 복합적인 문제다. 이런 상황에 경제위기의 책임을 사실상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받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온전히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정근거의 불분명함은 올해도 문제다. 특히 공익위원들이 뺄셈식으로 사용한 ‘취업자 증가율’은 심각한 문제다. 이 통계에서 ‘취업자’는 단 1시간 이상이라도 일한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공공일자리 사업 등은 인위적 수정이 가능해 취업자 증가율이 실제 증가율보다 과하게 계산될 여지가 크다.2
또 공익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면서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하였는데, 실제 장바구니 물가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생활물가지수로 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그나마 도입한 소비자물가지수조차 최근 6% 이상의 물가 폭등 현상을 감안하지 못하는 과거 수치(4.5%)에 불과했다. 민주노총은 이런 해당 산식 자체의 모순도 모순이거니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산식 자체가 ‘국민경제 생산성 증가율 전망치’에 불과하고 최저임금법 4조 1항에 결정기준으로 명시된 생계비와 소득분배율 등의 다른 기준을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3
이번 최저임금 심의는 이러한 부당한 논박도 모자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라는 논쟁의 불씨도 남겼다. 업종별 차등적용과 지역별 차등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장한 것으로, 최저임금제도 시행 역사상 딱 1번을 제외하고 시행되지 않은 사문화된 조항이었다. 이번 심의 과정에서도 사용자 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의 적용 시도가 있었지만 노동자위원들의 항의 끝에 결국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를 대변하는 공익위원들이 차등 적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정부에 권고하는 셀프 권고를 통해 불씨를 남겼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기준의 모호성으로 논의 자체가 어렵다. 출판업과 소매업의 가치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쟁이 산업별로 확대될 것인데, 이것이 과연 도움이 되는가? 결과적으로 사실상 최저임금의 무력화와 다름없는 시도다.
민주노총은 물가폭등 상황을 강조하며, 가구생계비를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 산정을 주요한 요구근거로 삼았다. 또 소상공인과의 연대를 통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높이겠다는 기조를 세웠다. 이런 목표와 지금의 실제 결과에 대해선 민주노총 내에서 조직적으로 평가가 수행되어야 한다. 다만 결과적으로 각 지역 활동가들의 헌신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요구안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고 판단한다. 또 퍼센트 증가율을 떠나서 과정에서도 최저임금을 매개로 새로운 활동을 만들어냈다기보다 최저임금 평가서에 늘 제기되는 다양한 한계, 산별 결합의 미진함·지역별 기자회견·두세 차례의 선전전과 한두 차례의 집회 참여를 기존 형식대로 수행하는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는 올해도 피하기 어렵다.
소상공인과의 연대를 표방하는 을들의 연대 전략에 관해서는, 자영업자들이 실제로 한계상황을 내몰리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기 쉽지 않다. 이 지점에선 노동계층에 밀려난 자영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재편에 대한 입장을 근거로 연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심의 때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과 자본가 단체들도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격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 아래서 노-사가 모두 법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국면이 좋은 국면은 아니지만, 개혁방안에 대한 노동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조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북지역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여성·청년·노년 등 사회적 약자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전북지역은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율이 제주(25.6%), 강원(22.6%)에 이어 21.1%로 전국 3위에 달할 정도로 작은 사업장 노동자 비율이 높은 곳이다. 55세 이상 고령노동자 비율 또한 강원에 이어 전국 2위(37.1%)에 달한다. 우리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취약한 상황에 있는 전북지역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우리 스스로 성찰하고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지역별적용을 분쇄하고 2024년 최저임금 인상과 제도 개선 투쟁을 지금부터 치열하게 준비해 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