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고민

작은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고민

이준상(민주노총전북본부 조직부장)

2019년 민주노총이 조합원 10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의 제1노총으로 올라섰다. 이는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 원, 시민사회 모두가 자부심을 느낄만한 결과다. 얼마 전 사퇴한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100만을 넘어 200만 민주노총 시대를 향해 가겠다는 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폭발적인 조직 률 증가가 있었고, 여기에는 공공부문의 조직률 확대가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조 조직률의 획기적 상승을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누구를 조직해야하나?

노동조합은 대부분의 현대국가에서 헌법상의 권리이며, 자본주의 체제에서 구조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노 동자들의 기본권이다. 한국의 노동조합 운동은 제국주의 식민지부터 전쟁, 독재등 다양한 부침을 겪었지만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으로 상징되는 양적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뜯어보면 기업규모에 따른 노조조직률의 편차가 여전히 매우 크다. 2019년 민주노총이 발 민주노총전북본부 조직부장 이준상 작은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고민 해외문화홍보원, 2018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 잇따라’, 공공누리 4유형 , 연합뉴스

표한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57%로 절반을 상회하는 반면, 30인 미만 사업 장의 조직률은 0.2%에 불과하다. 단체협약은커녕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한 근로기준법에서조차 배제된 5인 미만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580만명(2017)에 달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가 노동조합 운동의 핵심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모두가 가입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작은사업장 노동자는 물론이고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등을 공개적으로 선전홍보하고 있으며, 총연맹 차원의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기획하 고 추진하는 전담부서를 두고 사업계획을 입안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서비스연맹, 보건의료노 조 등 규모가 있는 가맹산별에서도 미조직 사업을 위해 나름의 역량을 투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장 의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더라도, 가입과 이후 활동에는 수많은 장애물들이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조건의 개선이 전통적인 목적이지만, 작은사업장의 경우 노조 전임활동가를 배출하거나 규 모 있는 직접행동이 어렵다. 이에 따라 조직-교섭-투쟁-협약체결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기존 프로 세스와 다른 방식의 대안이 필요하다. 영세사업장 사용자의 부족한 지불여력,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근기 법 적용자체를 가로막는 근기법 11조, 산별교섭을 보장하지 않는 법제도라는 한국 노사관계의 불리한 게임 규칙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더욱 옥죄고 있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건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 양쪽 모두는 ‘당장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무엇이 바 뀌지?(할 수 있지?)’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노동자가 스스로 가입을 포기하거나 노동조합 이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사실상 가입을 포기하게 만드는(?) 실무적 판단으로 이어지기 쉽다.

오랜 경험은 아니지만,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일하는 필자는 지역본부로 걸려오는 사례나 지인들의 사례 를 상담하면서 ‘정말 이 사람들에게 노동조합을 권해야할까?’라는 노조간부로선 웃픈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산별노조를 지향하고 있는 민주노총에서 총연맹 지역본부와 달리 실제 가입을 받아야하는 주 체인 산업별 노조도 공감하는 문제다. 모든 산별이 원칙적으로는 사업장 규모와 관련 없이 개별가입을 받고 있지만,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민주노총과 산별 차원의 체계적이고 방대한 역량투입이 없다면 위에서 언 급한 현실적 문제를 애초 우회하기 쉽지 않은 구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넘어 한 국노동계급을 대표하는 단체를 자임하는 민주노총과,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대다수의 노동자들과의 괴리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어떤 방식으로 만나가야 하나? -미소유니온의 시도 2020년 민주노총전북본부 대의원대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현재 산별노조가 포괄하지 못하고 노조가 입이 어려운 노동자들, 특히 작은사업장ㆍ청년ㆍ이주ㆍ여성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지역본부 직가입 초기업노조인 ‘미소유니온’ 활동을 사업계획으로 승인했다.

민주노총 가입으로 앞서 열거한 불리한 조건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노조가입의 문턱을 낮 추고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리보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나가는 출발점으로서 의미는 있다고 자평한다.

민주노총이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대내외적으로 위상을 강화하는데 방향을 두고, 가능 한 범위 내에서의 현장 대응과 직종별ㆍ지역별 조직화 및 지역협약(공단 사용자 협의회나 기초협의체 차원 의 협의) 가능성의 탐색, 다소 느슨한 형태더라도 교육ㆍ조언 등의 활동을 향후 일상사업의 주요한 운영방 식으로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맺으며 우리는 위기가 오면 상류 계층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에게 위기가 전가된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수 없이 확 인해 왔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도 작은사업장,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었 다는 보도가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우리가 코로나19 시기에 더욱 주목해야할 지점이 어디인지를 함께 말해 준다. 민주노총 내에서도 미소유니온의 시도에 대해 산별노조 조직체계와 산별의 미조직 사업 책무방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비판, 민주노총 내 심각한 조직 갈등을 부채질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일 리 있는 비판이다. 올 2월 설립 이후 본격적인 선전홍보에 나서지 못한 점도 이러한 우려의 결과다. 여러 부 침이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미조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 가 함께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Post Author: agent AI U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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