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비정규직 정책 진단과 비판

이재명 정부 비정규직 정책 진단과 비판

강문식(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정책국장)

이재명 정부가 노동정책에 있어 집권 첫 해에 중대재해, 체불임금, 감독행정 등 발화성 강한 의제에 강조점을 두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본격적인 제도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비정규직 관련 제도에서 변화 의지가 먼저 가시화되고 있다. 4월 10일에 열린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이재명 대통령의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기간제법이 2년을 넘는 상시 경우에는 상시 고용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만든 법인데, 사실은 2년 이상 절대 고용 금지법이 되어버렸다”며 기간제법 개정을 시사했다. 4월 28일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이하 ‘공공부문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 변화가 개악과 개혁 사이의 어디쯤일지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을 통해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향후 구상을 파악하고 진단하고자 한다.

정부가 구상하는 노동정책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민주노총 간담회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밟아 온 시간표를 훑어보자.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올해 1월 29일, 재정경제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참여하는 ‘범부처 노동구조개혁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 문진영 청와대 사회수석이 위원장을 맡은 이 TF는 기간제 2년 제한 완화, 1년 미만 퇴직자 퇴직금 지급,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인공지능 분야 특별연장근로 확대, 임금체계 개편, 개정 노동조합법 현장 안착 등을 논의 과제로 삼는다.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보다 최소한 2달 앞서 정부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공공부문 대책’에 따르면 2025년 12월부터 정부 부처 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TF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기간제 노동자의 기간 제한 문제의 논의를 민주노총 간담회를 빌어 공론화한 것은 정부가 구상해 놓은 노동관계 제도 변화 전체 계획표 중 일부였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4월 10일 간담회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현행 기간제법이 2년 미만 단기 계약직을 양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똑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용자 단체와 보수 언론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법상 2년 기간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로 읽고 기간제법을 개정하자며 목소리 높였다. 앞서 ‘범부처 노동구조개혁 태스크포스’에서 기간제 2년 제한 완화 의제를 논의한다는 언론보도의 내용에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과 4월 10일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사전 준비된 것임을 종합할 때 정부가 기간제 문제의 해법을 ‘기간 제한 완화’에서 찾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고 덜 받고, 또 비정규 기간이 짧을수록 더 적게 받는 게 노동의 양극화를 강제하는 측면”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정부가 구상하는 기간 제한 완화의 보완책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른바 ‘공정수당’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경기도에서 시행했던 ‘공정수당’ 정책을 공공부문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공공부문 대책’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공정수당’은 고용불안정성을 금전으로 보상한다는 취지로 이번 대책에서는 기준금액 대비 계약기간 1~6개월은 10~9%, 6개월 이후는 8.5% 정률 수당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고용불안정성은 높이되 이에 대한 금전적 보상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기간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식이다. 그러나 자본이 고용유연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 중 일부를 불안정 노동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으로는 불안정 노동의 축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번 정부의 ‘공공부문 대책’에서 보상의 규모는 최저임금의 10% 수준으로, 설사 민간으로 이 제도가 확장된다 해도 이 수준으로는 기업의 장기계약을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여러 단체, 연구자, 언론이 지적하듯 기간제 사용 사유 제한 없이는 기간제 노동자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사용 사유 제한 없이 기간 제한을 완화할 경우 계약 기간만 2년 11개월, 3년 11개월로 늘어날 수 있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할수록 더 낮은 임금을 받고 더 위험한 일을 하는 현실을 바꾸려면 위계와 차등을 구조화하는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정부의 ‘공공부문 대책’에는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을 재확인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기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행되었던 내용이다. 채용 사전심사제에서 심사위원회에 외부위원을 포함하여 더 엄격하게 심사하겠다는 문장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공공기관에 다양한 거버넌스 기구가 있지만 소수 외부위원의 참여로 기구의 실효성이 제고된 사례는 접해보지 못했다. 정말 실효성을 제고하려 한다면 노동조합과의 사전 합의를 원칙으로 삼는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부문으로 확대될 때에도 이 원칙은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사진 출처: 노동과 세계

사용 사유 제한과 관련해서는 이보다 좀 더 근본적인 쟁점이 있다.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은 그 표현과는 달리 사실은 기간제 고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상시·지속 업무’에서는 이를 금지한다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이다. 그런데 현실의 사례를 보면 지방 농업기술원에서 옥수수 작목과 고구마 작목 업무를 분리해 놓고 ‘상시·지속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각 수 개월 단위의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한다. 그래서 한 노동자가 옥수수 작목이 끝나면 계약 기간이 종료되고 다시 채용되어 고구마 작목을 하는 실정이다. 이 둘이 정말 다른 업무인가? 네거티브 방식의 근본적 한계다. 사용사유 제한은 원칙적으로 기간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고, 예외적 사유만 목록을 만들어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여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공공부문 대책’은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논의에 빠져 있는 쟁점도 있다. 하청, 도급, 위탁, 민간투자, 프리랜서,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로 간접고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공공부문 대책’에서 이들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의도적 누락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을 공익위원들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을 반대했던 것과도 연결지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공부문에서 간접고용 노동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실태 파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지방정부가 교섭당사자에 해당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지만 각 지방정부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뿐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당장 코 앞의 문제를 한 줄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도 변화 추진 의지를 민주노총 위원장 간담회 자리에서 밝힌 것은 민주노총이 포함된 노·사·정 대화를 통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민주노총은 눈에 띄는 대응과 준비가 보이지 않는다. 4월 10일 이후 최근까지 민주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자료에서는 정부가 시동을 걸 제도 변화 논의에 대한 준비 태세를 찾기 어렵다. 비단 비정규직 정책 뿐만 아니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노동개악 의제에 대한 준비도 미흡하다. 이미 민주노총과 고용노동부의 노정협의 운영협의체에서는 고용노동부가 11개 의제의 논의를 제안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입장문은 더욱 안이하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공공부문 대책’ 발표 이후 성명을 통해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정규직 전환 대책이 빠진 것이 한계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금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문재인 정부 시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평가의 결여다. 입구규제 없는 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하지 못했고1 노동자 계급 내부의 갈등만 폭발시켰다. 지금도 민주노총 내 여러 조직이 그 후유증을 안고 있다. 더 이상 기간제·간접고용 노동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확약과 법·제도 개선으로 입구를 막는 게 선행되지 않고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실패가 보증된 길이다. 이를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정부·여당의 기간제 계약 기간 제한 완화 시도가 본격화 된다면 그 시기는 민주당 당대표 선거를 마친 2026년 8월 이후가 될 것이다. 입장을 분명히 하고 대응을 준비하자.

  1.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전라북도 15개 도, 시, 군 지방자치단체의 기간제 인력 운용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이 시행된 이후인 2019년 기간제 총 인원은 9,619명으로 2017년에 정부가 집계한 총인원 4,584명 보다 2배로 증가했다. (https://leftjb.kr/non-regular-jobs-in-local-governments-have-ironically-grown/) 그러나 비슷한 시기 조사된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정책 평가」(남우근, 2019) 보고서에서는 같은 기간 전라북도 전체 상시지속 기간제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히지만 이는 비교 방법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상시지속 업무 여부와 무관하게 기간제 고용 인원 전체를, 후자는 상시지속 업무에 국한해 고용 인원을 비교했다. 두 조사 사이의 차이는 쪼개기 계약의 증가로 이해할 수 있다. 본문에서 예로 들었듯이 현재 네거티프 리스트 방식에서는 작목이라는 하나의 업무를 고구마 작목, 블루베리 작목 등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상시지속 업무의 적용을 회피할 수 있다. ↩︎

Post Author: agent AI U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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