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는 탐욕과 차별을 먹고 돌아간다
1954년 처음으로 구소련에서 핵발전소가 만들어진 이후 60년이 지났다. 물론 그 이전, 1938년에 독일에서 최초의 핵분열실험이 성공하였고, 1945년 미국에서 최초의 핵폭탄 실험이 있었다. 핵발전소가 없으면 우리나라가 큰 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세계적으로 핵분열의 역사는 75년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978년 처음으로 핵발전이 시작된 이래 35년의 핵발전소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핵발전의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핵산업계와 정부는 핵발전소가 없으면 우리나라 전력생산에 큰 차질이 일어날 것처럼 국민들을 협박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이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2년 기준으로 28%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핵산업계와 정부의 이와 같은 협박에 굴복하고 만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사회현상과 심리는 어떻게 고착화 되었을까? 바로 그 이면에 핵산업계의 탐욕과 지속적인 안전신화 세뇌가 자리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성장이데올로기가 이의 토양이 되고 있다.
핵산업계와 정부가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결코 핵발전소는 안전하지 않으며, 경제적이지 않고, 환경적이지도 않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는 핵발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증명하였다. 문제는 사고 자체가 아니라 사고 이후 반감기가 몇 십 년에서 몇 십 억년에 이르는 핵물질이 초래하는 엄청나고 지속적인 재앙이다. 후쿠시마는 현재 진행형이라 실제적인 피해규모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체르노빌의 경우 백혈병과 각종 암 등으로 약 100만 여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유럽의 의학자들이 예상하고 있다.
또한, 핵발전소가 경제적이라고 강변하지만, 이미 외국의 연구기관에서는 2010년을 기점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 단가가 핵발전소의 전력생산단가보다 저렴해졌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는 핵발전소의 생산단가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단가는 계속해서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부와 핵산업계에서 핵발전의 전력단가가 저렴하다고 주장했던 이유는 핵발전소의 사후관리비용, 밀양송전탑과 같은 송전선로 설치비용, 발전소주변지역 지원비 등의 비용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발전소가 환경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인간과 자연에게 미치는 방사능의 피해를 두고도 핵발전이 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20년간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 핵발전소 30km 반경 내의 성인 여성들이 30km밖의 성인 여성에 비해 갑상선암이 2.5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고가 아닌 평상시에도 이처럼 주변지역 주민에게 건강상의 피해를 입히고 있음에도 어떻게 핵발전소가 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핵발전소가 위험하고, 반환경적이며, 값비싼 시설임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헛갈려하는 이유는 모두 정부와 핵산업계의 지속적인 이데올로기 공세 때문이다. 정부와 핵산업계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통해 지속적으로 원자력 안전신화를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초· 중등 교과서에 대해 매년 각각 309건, 240건, 269건, 271건, 161건 수정의견을 제출해서, 이 가운데 매년 각각 95건, 35건, 77건, 65건, 34건이 받아들여져 이듬해 교과서 내용에 반영되었다. 이처럼, 핵발전소에 대하여 우호적인 내용을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수록했던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처럼 핵발전소에 대해서 정부가 우호적인 홍보를 하고, 핵발전소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특히,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54기 까지 핵발전소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심지어 핵발전소를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국익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이 핵산업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24조원의 국민혈세를 들여 4대강을 죽인 것과 다를 바 없는 이해관계가 핵산업계에도 깔려 있는 것이다.
핵발전소는 재벌기업과 핵 마피아들의 탐욕 때문에 계속해서 확대될 뿐만이 아니라 건설과 운영의 전 과정에서 약자를 차별한다. 핵발전소는 수도권에서 먼 변두리에 건설되어 지역을 차별하고, 정비과정의 위험한 일은 하청업체 일용직 노동자들이 도맡으며 계급 간 차별한다. 뿐만 아니라 현세대의 탐욕을 위해 미래세대에게 수 만년동안 짐을 지우는 세대간 차별, 그리고 인간의 편리를 위해 자연의 수많은 생명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자연에 대한 차별을 전제로 한다.
언제까지, 재벌의 탐욕과 현세대의 편리를 위해 민중과 노동자와 미래세대, 자연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핵발전소는 결코 생명과 상종할 수 없는는 죽음의 에너지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충분히 에너지를 공급할 수도 있다. 독일과 유럽 선진국들은 핵발전소를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로드맵을 이미 실행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으로 유명한 독일은 이미 신재생에너지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자동차산업의 노동자보다 더 많다. 탐욕과 죽음의 핵발전소가 아닌 생명과 평화의 미래를 위해 노동자가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