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한국의 정세 스케치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는 2023년 8월 19일에 하계 수련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사전에 참석자들로 하여금 현재 정세를 상징하는 키워드를 포스트잇에 써서 제출하도록 하였고, 그 키워드를 바탕으로 정세토론을 진행 하였습니다.
토론의 내용을 축약한 글입니다.
민주노총 선거와 노동연대의 진로 관련해서는 무슨 얘기인지 알겠는데, 활개치는 극우이데올로기와 강력범 죄를 키워드로 삼은 이유를 듣고 싶다.
극우이데올로기는 말 그대로이다. 아시다시피 윤석열 입에서 나오는 말의 원천이 어디인지가 궁금했다. 대통령실 안에 극우 유튜버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대단히 극우적인, 우파 정도가 아니라 파시즘에 가까운 인식을 가진 인사들이 대통령실 안에 들어가 있고, 대통령 주변으로 또는 그 밖으로 나오는 말들이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단순히 대통령만 문제가 아니라 2016∼ 2017년 촛불 이후 계속된 고민인데, 이 무렵을 기점으로 극우세력들이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발언권을 인정받 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 이전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 전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면, 지금은 그 사 람들이 상당한 지지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렵다. 그리고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쥴리 의혹’을 제기한 안해욱이 국회의원 후보로 나왔었다. 이런 사람들이 극우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를 떠나서 극우적인 사람들이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나 독일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강력범죄 대응도 극우 추세로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장 발표가 나왔을 때도 많이 놀랐다. 정세 발제에서 미국 얘기를 했지만, 미국도 이런 ‘묻지마 범죄’ 같은 게 있을 때 장갑차 동원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윤석열 정권도 이걸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퍼포먼스를 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무감각해질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현재 체제는 유사 파시즘 또는 유사 파시즘에서 한 발짝 더 간 느낌이 다. 민주주의 무시, 헌법 무시 등이 파시즘의 특징인데, 우리가 보수라고 말했던 층들이 얼마든지 파시스트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우리 세대는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살아서 파시즘적 성격을 내재화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세대를 떠나서 현재는 일반 국민들이 충분히 파시스트로 바뀔 수 있어 보인다. 그에 반해 시민사회의 대응은 약해진 상황이다.
가면 갈수록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윤석열 정권이 얘기하는 ‘전 정권(문재인 정권) 실패론’에 지지 층이 열광하고 있는 것 같다. 서울 쪽의 경우 진보층이 보수층으로 넘어가는 경향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지지율이 낮으니까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 같다. 사람들한테는 뭔가 하는 듯해 보이고, 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것처럼 인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강력범죄 관련하여 지금 나오는 얘기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같은 미국식 형벌제도가 공론화되고 있다. 이게 실제로 정부안이 될 것 같다. 소위 강력범죄 대책에 대해 사회운동의 우려가 존재해왔다. 예를 들어, 성범죄자 DNA 채취법이 나왔을 때, 이게 실제로 쌍차나 용산참사에서도 적용되었다. 강력범죄에 대한 대응으로 만들 어진 형벌제도가 얼마든지 사회운동세력에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게 극우적인 흐름과 연결됐을 때 사회운동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동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닌데,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지 않은 선동에 대응하는 게 너무 힘에 부친다.
그 지점에서 많은 것들이 조심스럽긴 하다. 우리가 해왔던 방식, 우리가 운동하면서 써왔던 말들이 있는 건데, 뭐 필요에 따라서 과장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걸 극우세력들이 가져다 쓰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우리가 대응을 못하고 있다. 그쪽 세력들이 넓어지는 게 확연히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만 봐도 트럼프의 지지세가 높은 편이다.
우파적 선동과 좌파적 선동이 부딪히면 대부분 우파적 선동이 이기는 게 역사적 귀결이다. 우파적 선동이 계속되면 합리적 근거와 지향성에 대한 토론이 사라지게 된다. 사회운동이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전 세계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쉬운 건 정치투쟁인데 이 동력도 계속 약회되는 것같다.
요즘 정세 토론을 하는 게 답답하다. 진단은 있는데 대안을 말하기가 어렵다. 주체 동력이 너무 떨어져 있다.
선동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보자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말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당연히 잘못된 거고, 문제가 있긴 한데 그걸 문제라고 얘기하는 방식이 우려스럽다. 지금 생산되는 논리에 잘못 올라타면 괴담의 생산자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극우세력과 경합 하면 우리가 질 수밖에 없다. 다른 표현으로 김어준이 결코 극우와 경합해서 이길 수 없다. 극우세력의 경우 물리적인 수단도 동원이 가능하다.
마구잡이로 주장 또는 논리를 가져다 붙이고 있다. 한국사회가 차분하게 설명해야 할 것들을 차분하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 같다. 분석해서 설명해야 할사람들은 너무나 바빠 보인다.
미국의 트럼프를 보면, 트럼프가 아직 재판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이기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계열 스피커들이 윤석열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하는 것이 사실상 반윤석열에 대한 전선을 구축하자는 것이고, 반 윤석열, 비 민주당(또는, 문재인 정부 비판과 반 이재명)의 성향을 가진 정치사회단 체들이 사회대안을 얘기하는 것을 배제시키고 있다. 결국 윤석열과 국민의힘 / 민주당과의 대결 구도를 형성 하고, 윤석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민주당 쪽으로 포섭 되게 만드는 것. 이런 구도가 미국과 비슷하게 되어 가는 거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는 트럼프의 전략이 유효하게 먹히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트럼프가 재판에서 큰 문제 없이 이후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하면 윤석열은 트럼프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대안을 얘기한다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민중의 탈을 쓰고 반윤석열을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 하고 단절해내는 것. 그렇지 않으면 향후 정국을 바꾸기가 어렵다.
방향성에서 어떤 문제가 있냐면 양쪽 다 옳지 않다(국민의힘, 민주당)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입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입을 여는 사람들은 이제 매우 일부에 불과 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이재명 얘기를 꺼내면, 내년 총선 끝나고 나면 2년 후에 대선이 진행된다. 정당정치 내에서 여당/야당 정당정치 내에서의 극보수냐 보수냐에 휘말리는 운동이 아니라 사회운동으로서의 운동 방향성을 다시 세워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입 다물고 있다고 했는데 그 속내는 입장이 서로 다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민주당에 동화되는 정의당 방식으로 해서는 국회의원 20석, 30석을 줘도 해결이 불가능하다. 차라리 사회 운동이 힘을 키우는 게 더 필요하다. 예전 같은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정치공학에서 자유로운 사회운동이 대안이다. 총연맹 차원에서 얘기되는 것처럼 진보정당들이 이합집산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또 답답한 건 예를 들어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려면 우리는 민주당을 만나야 한다. 노란봉투법 말고도 민주당을 추동해서 통과시켜야 할 법들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에 대한 압박조차도 사회운동의 세력과 힘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상황이 답답하다. 그래서 사회운동 안에서 정치운동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