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있으면 더 건강할까?
강문식(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정책교육국장)
*글쓴이의 학위논문(「노동조합 유무 및 조건의 변화가 임금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효과 분석」)을 요약 소개합니다.
노동조합 활동가로서, 처음 만나는 이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할 때 가입의 여러 이점을 소개하곤 한다.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차원의 여러 이득이 있겠지만, 내가 빠트리지 않는 소개 중 하나는 노동조합이 당신의 일터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삼성전자 직업병 사례를 비롯해,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반복되는 노동재해를 접하면서도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안타까워했다.
직관적으로 그럴 것이라 여기는 것을 넘어 이왕이면 좀 더 명확한 근거를 갖추고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마침 학위논문을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가 되어 올해 상반기, 이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게 되었다.
논문에서 제기한 가설은 이렇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사업장의 노동자보다 건강할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연구 결과는 기대했던 것과는 상이했다. 내 부주의함 때문이 아닐까 싶어 수십차례 자료를 다시 입력해봤지만 큰 틀에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조합 유무 이외에도 여러 변수를 설명변수로 포함하였는데, 그 중 다른 모든 변수의 영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변수가 있던 것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서 논문 내는 것을 포기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변수를 설명변수로 포함시켰던 것은 이미 현실에서 그것에 따른 분절 효과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논문의 주제와 가설을 변경하고 다시 쓰면서 내용을 정제했어야겠으나 역량의 한계로 가설의 기각으로 논문을 끝맺었다.
선행연구
노동조합의 건강효과를 선행연구는 희소하긴 한데, 그 연구들의 결론이 재밌다. Fenn, Ashby(2004)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고 노사공동 보건안전위가 운영되고 있는 경우 업무상 부상과 질병이 늘어난다고 보고했고, Donado(2015)는 노동조합이 업무상 부상에 미치는 유의한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광산노동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Boal(2009)은 1902~1929년 기간 노동조합이 있던 경우 사망재해율이 40% 감소했다고 설명한다. Reily, Paci, Holl(1995)은 영국의 제조업 사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노조에 의해 지명된 보건안전위원이 참여하여 노사공동 보건안전위원회가 운영되는 사업체는 보건안전위원회가 경영진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에 비해 부상 위험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연구의 경우 박용승·나인강(2010)은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산업재해 발생여부와 1인당 산업재해 발생비율이 높다고 보고했다. 조흠학 등(2014)은 제조업과 건설업에 한정해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재해율이 낮다고 보고한다. 김우영·권현지(2016)는 노조가 존재하는, 혹은 조합원 비중이 높은 사업장에서 재해 빈도가 더 높지만 기업의 이질성을 통제한 분석에서는 재해율 격차가 유의하지 않다고 확인한다. 지민웅·박진(2018)은 노동조합과 대부분의 산재지표 사이에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으나 노동조합 설립 후 시간이 지날수록 질병이환자 수에 정(+)의 효과가 강화되었음을 확인했다. 이는 노동조합 설립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보고 효과가 작동함을 의미한다.
아니, 이렇게까지 뒤죽박죽일 수 있나 싶을 정도다. 그 중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재해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측이 존재한다. 재해발생 여부를 은폐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엄격히 차단되어 있지 않다면 재해 은폐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무노조 사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반영되어(report effect) 재해율에 양(+)의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다.(김우영·권현지, 2016; 지민웅·박진, 2018) 노동조건이 열악한 사업체에서 노동조합으로 조직될 동기가 크다는 선택편의 효과(selection bias effect)도 고려할 수 있다.(Leigh, 1982; Worrall and Butler, 1983) 어쨋든 노동조합과 재해율의 관계는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논쟁적이다.
건강 개념과 주관적 건강
한편 위에서 다룬 연구는 모두 재해율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데 노동안전보건 활동에서 강조하는 개념 중 하나가 건강을 질병이나 재해의 부재로 정의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건강과 불건강을 의학적 진단으로 구분하려는 접근은 생의학 모델(biomedicine model)과 관계가 깊다. 생의학 모델은 질병과 질환을 개인의 영역으로 간주하면서 외과적, 약리학적 치료를 주도적인 것으로 여기고(Filc, 2004) 건강의 결정 요인 역시 연령, 성, 유전, 생활습관 등 개인적 속성에 관심을 둔다. 그러나 질환의 발병 유무, 또는 활동제약성 유무에 따라 건강상태를 가르는 것은 건강문제의 일부만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건강지위의 분포 구조를 왜곡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신순철·김문조, 2007) 이 때문에 사회경제적 요인의 건강영향을 다루는 많은 연구는 주관적 건강(Self rated health)을 폭넓은 건강 개념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한다. 주관적 건강은 자기기입척도여서 객관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의문도 제기되지만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주관적 건강(SRH)이 상병, 사망률, 의료이용 등과 연관성이 높다고 보고한다. 아쉽게도, 재해율보다 폭넓은 개념으로서 주관적 건강과 노동조합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자료 및 분석대상
그래서 논문에서는 선행연구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하여 노동조합의 유무 및 그 변화가 주관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로 했다. 한국노동패널조사(Korea Labor and Income Panel Study: 이하 KLIPS)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작성하는 가구패널조사로 1998년 부터 도시지역 5,000가구와 가구원을 대상으로 매년 같은 조사를 반복 실시하고 있다. 분석에는 논문 작성 당시 가장 최신 자료였던 2015년~2018년 기간의 개인 설문조사 자료를 사용했다. 통제변수(설명변수)로는 인구학적 변수로 ‘성별’, ‘연령’, ‘교육수준’, ‘거주지역’, ‘혼인상태’를, 노동지위 변수로는 ‘직종’, ‘고용형태’, ‘임금’을, 사업체 특성 변수로는 ‘사업체 규모’, ‘사업체 분류’를 포함시켰다.
분석방법으로는 일반화추정방정식(Generalized Estimating Equations; GEE)을 적용했다. 보통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사이에 서로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선형으로 그려보는데(수면시간과 건강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면,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건강 척도도 낮아지는 선형으로 표현될 것이다. 이렇게 선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면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종속변수를 다른 함수로 변형(일반화)시켜서 선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선형 모델은 기본적으로 각각의 값이 서로 독립적이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KLIPS와 같은 자료는 동일한 사람에게 매년 반복해서 응답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전년도의 응답과 올해의 응답 사이에 상관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를테면, 주관적 건강 질문에 작년에 매우 건강으로 응답한 사람이 올해에는 매우 불건강으로 응답할 개연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를 개체내 상관이라고 일컫는데, GEE는 개체내 상관을 가정하고서 회귀계수의 해를 구할 수 있는 방정식이다.
분석결과
개괄적인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결측치를 제외하고 총 5,929명의 응답자가 추려졌고, 4차에 걸친 반복측정 결과 17,251건의 관측치가 분석대상이 되었다. 재직 중인 일자리에 노동조합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8차에서 11.2%, 19차에서 15.4%, 20차에서 15.0%, 21차에서 14.3%였고, 총 관측치 중 15.1%였다.
연구의 가설을 검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인구학적 변수를 통제한 모형I에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재직자는 그렇지 않은 재직자에 비해 더 건강하다고 응답할 가능성이 1.37배(p<0.001) 높았다. 그리고 연령이 높은 사람보다 낮은 사람이, 지방 거주자보다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자가, 미혼에 비해 기혼이, 저학력자에 비해 고학력자가 보다 건강했다. 인구학적 변수와 노동시장 지위 변수를 보정한 모형II에서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건강하다고 응답할 가능성이 1.24배(p<0.01) 높았다. 모형I에서 유의했던 연령, 거주지, 학력 변수는 모형II에서도 유의했다. 노동지위 변수에서는 생산직보다 관리·전문직과 사무직이,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이, 저임금자보다 고임금자가 건강 수준이 높았다. 이들 집단이 상대적으로 나은 노동조건에서 일하거나 주관적 건강 수준이 높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관측 결과이다.(김복순, 2015; 김진영 등 2012; 박진욱&정민수, 2008; 정진주, 2008; 방하남 등, 2007) (여기까지만 했으면 선행연구 결과와도 일치하고, 원하는 결론도 도출했고, 스트레스 안받았을텐데…)
이어서 모형II에 사업체 변수를 추가하여 통제한 모형III을 분석하니 노동조합 유무에 따른 건강 영향의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졌다(p=0.15). 임금노동자의 건강수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변수는 사업체 규모였다. 조금 더 명확하게 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동일 규모 사업체끼리 묶어 별도로 분석을 한 결과에서도 노동조합 유무에 따른 건강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 정규직/비정규직 고용형태 간 건강 차이 역시 사업체 규모가 커질수록 그 유의성이 낮아졌다.
| 모형I | 모형I | 모형II | 모형II | 모형III | 모형III | ||||
|---|---|---|---|---|---|---|---|---|---|
| p-value | 승산비 | p-value | 승산비 | p-value | 승산비 | p-value | 승산비 | ||
| 노동조합 | 有 | <0.001*** | 1.461 | <0.001*** | 1.366 | <0.001*** | 1.241 | 0.150 | 1.101 |
| 無 + | |||||||||
| 성별 | 남성 | 0.995 | 1.000 | 0.150 | 0.928 | 0.152 | 0.928 | ||
| 여성 + | |||||||||
| 연령 | 35세 미만 | <0.001*** | 2.583 | <0.001*** | 2.419 | <0.001*** | 2.359 | ||
| 35세~44 | <0.001*** | 1.725 | <0.001*** | 1.556 | <0.001*** | 1.542 | |||
| 45세~54세 | <0.001*** | 1.295 | 0.005** | 1.186 | 0.007** | 1.179 | |||
| 55세 이상 + | |||||||||
| 거주지 | 서울특별시 | <0.001*** | 1.332 | <0.001*** | 1.276 | <0.001*** | 1.273 | ||
| 광역시 | 0.049* | 0.891 | 0.013* | 0.865 | 0.016* | 0.867 | |||
| 경기도 | <0.001*** | 1.927 | <0.001*** | 1.868 | <0.001*** | 1.857 | |||
| 기타 도 + | |||||||||
| 혼인상태 | 기혼 | 0.006** | 1.203 | 0.139 | 1.108 | 0.181 | 1.096 | ||
| 기타 | 0.015* | 0.788 | 0.005** | 0.761 | 0.004** | 0.755 | |||
| 미혼 + | |||||||||
| 학력 | 고졸 | <0.001*** | 1.643 | <0.001*** | 1.479 | <0.001*** | 1.470 | ||
| 전문대 이상 | <0.001*** | 2.292 | <0.001*** | 1.719 | <0.001*** | ||||
| 고졸 미만 + | |||||||||
| 직종 | 관리전문직 | <0.001*** | 1.325 | <0.001*** | 1.365 | ||||
| 사무직 | 0.001** | 1.244 | 0.001** | 1.254 | |||||
| 판매서비스직 | 0.152 | 1.098 | 0.113 | 1.109 | |||||
| 생산직 + | |||||||||
| 고용형태 | 정규직 | <0.001*** | 1.182 | 0.002** | 1.157 | ||||
| 비정규직 + | |||||||||
| 임금 | <0.001*** | 1.202 | <0.001*** | 1.167 | |||||
| 사업체 규모 | 30~99 | 0.006** | 1.153 | ||||||
| 100~499 | <0.001*** | 1.279 | |||||||
| 500~ | <0.001*** | 1.374 | |||||||
| 1~29 + | |||||||||
| 사업체 분류 | 정부, 공공기관 | 0.982 | 1.002 | ||||||
| 기타 | 0.007** | 0.800 | |||||||
| 민간,개인사업체 + |
모형 I : 성별, 연령, 거주지역, 학력, 혼인상태
모형 II : 성별, 연령, 거주지역, 학력, 혼인상태, 직종, 고용형태, 임금
모형 III : 성별, 연령, 거주지역, 학력, 혼인상태, 직종, 고용형태, 임금, 사업체 규모, 사업체 분류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 추가로 사업체 규모와 노동조합 조직률 사이의 관계도 살펴보았다. 사업체 규모의 격차와 노동조합 조직률 격차가 비례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30인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1%이지만, 500인 이상 사업장의 조직률은 54%에 달했다.
| 사업체 규모 | ~30인 미만 | 30인~99인 | 100인~499인 | 500인 이상 |
|---|---|---|---|---|
| 노동조합 있음 | 77(0.01) | 315(0.1) | 589(0.25) | 1,624(0.54) |
| 노동조합 없음 | 8,742(0.99) | 2,729(0.9) | 1,781(0.75) | 1,394(0.46) |
사업체 규모 변수를 보정했을 때 노동조합 유무에 따른 영향의 유의성이 낮아진 점, 동일 규모 사업체끼리 나누어 분석했을 때 노동조합의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은 점을 통해 볼 때, 모형I, II에서 확인된 노동조합의 건강영향은 사업체 규모에 따른 건강수준의 차이가 대리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는 것이 논문의 잠정 결론이다.
분절고용체제
소위 ‘노동시장 이중구조론’과 맞닿은 쟁점이다. 정이환(2013)에 따르면, 한국 고용체제는 신자유주의적 분절고용체제라고 규정할 수 있는데, 기업 내 분절(정규직-비정규직)보다 기업 간 분절(대기업-소기업)이 더욱 확대되어 왔다는 특징이 있다. 정부기관, 300인 이상 기업에 좋은 일자리가 많고(방하남 등, 2007), 중소규모 사업장과 대규모 사업장 사이에 임금, 사회보험가입률, 휴가, 수당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특히 임금의 경우에는 대규모 사업체 비정규직의 임금이 중소규모 사업체 정규직보다 높은 것이 현실이다.(김복순, 2015)
임금 격차의 요인을 다룬 이우진ㆍ최은영(2020)의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결론을 찾아볼 수 있다. 각 요인 별 임금격차 기여도가 산업별/직업별로 다르다는 게 이 연구의 요지이긴 하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노동조합의 임금격차 기여도가 상당히 낮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예를들어 제조업의 경우 사업체 규모에 대한 임금격차 기여도는 12.8%, 고용형태에 대한 임금격차 기여도는 5.7%였지만, 노동조합의 임금격차 기여도는 -0.1%로 나타났다. 노동조합이 임금인상 투쟁에만 매진했다는 세간의 비평과도 사뭇 거리가 있는 결론이다.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 사이의 격차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거나 경험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분절고용체제에 따른 격차가 건강수준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했을 때, 노동조합의 건강영향을 확인하는 근본적인 쟁점은 기업 간 분절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정(+)이나 부(-)의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 바가 있는지 여부에 있다. 노동조합의 적극적 경제투쟁이 규모별 격차를 확대시켰다는 비판이나, 한국 사회에 확산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부문에서 방어했기 때문에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반론은 모두 거시적 차원에서 노동조합의 기여를 설명하는 서술이다.
이 때 노동조합의 영향은 사업장 단위로 적용되지 않고 사업체 규모별, 혹은 부문별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본 연구의 접근 방법으로는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노동조합의 건강영향에 유의성이 없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는 연구는 한국사회의 분절고용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기여를 검토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연구의 한계와 의의
여러모로 서투른 논문이기에 내용을 소개하는 데에도 민망함이 떠나질 않는다. 무엇보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론이 나오면서 끝맺음을 명쾌하게 하지 못했다. 분석 모형에 따라 독립변수의 통계적 유의성에 큰 차이가 있었지만 그 이유를 자세히 밝혀내지 못하고 사업체 규모와 노동조합 조직률 사이의 관계를 추정하는 데 그쳤다.
노동조합이 갖는 다층적인 영향을 제한된 변수의 양적 연구로 확인하는 작업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노동조합의 효과가 사업장 단위에서 적용될 것이라는 가설 아래 사업장의 노동조합 유무만을 변수로 삼고 개별 노동자의 조합 가입 여부는 별도로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개별 노동자의 조합원 여부도 노동조건, 주관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추후 추가적인 탐색이 필요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패널자료의 특성을 활용한 노동자 별 고정효과를 분석하지 못한 점이다. 이번 연구의 방법론으로는 일반화추정방정식 보다 패널고정효과분석이 적합했을 수 있는데, 통계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미숙하여 시도하지 못했다.
분석자료로 삼은 한국노동패널에는 주관적 건강 척도 외에도 건강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질병 발병 여부, 건강습관 등 여러 자료가 있지만 이를 활용하지도 못했다. 이외에도 동 자료에는 주관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거나 추측되는 가구소득, 가구구성원 수, 노동시간, 교대제, 노조가입의향, 노조탈퇴의향, 노조의무가입여부, 노조비가입이유 등 다양한 노동·사회경제적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 이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자료의 활용가능한 시간적 폭이 보다 넓은데도 조사 대상 기간을 최근 4개년 자료로 한정한 것 역시 아쉬운 점이다. 전적으로 실력미달에 따른 포기였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재해로 국한되지 않는 광의의 건강 개념에서 노동조합의 건강영향을 탐색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노동조합의 기능을 경제적 측면으로 환원하지 않고 노동자 삶 전반을 아우르는 건강 차원에서 접근한 것도 드문 시도이다. 일반화추정방정식을 경시적 자료 분석에 사용하여 여러 요인의 건강영향을 파악하고자 한 것도 다른 후속연구에 참고점이 될 것이다.
노동운동의 과제로 시선을 돌려보면, 기업 간 분절에 따른 격차가 확대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과제를 착목해야하느냐는 질문을 던져봐야 하겠다. 거칠게 정리하면 우리는 소규모 사업장 노조가입 운동에 조금 더 역량을 기울여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소한 규모간 격차, 부문간 격차에 대해 직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논문을 정리하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과 답이다.
참고문헌
- 정이환. (2013). 『한국 고용체제론』. 후마니타스
- 김복순. (2015).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근로조건 비교. 월간 노동리뷰, 2015년2월호, 43-59.
- 김우영, 권현지. (2016). 사업체별 재해빈도에 대한 노동조합 효과. 산업관계연구, 26(2), 85-110.
- 박용승, 나인강. (2010).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풍토가 작업장 산업재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산업관계연구, 20(4), 115-132.
- 방하남, 이영면, 김기헌, 김한준, 이상호. (2007). 고용의 질-거시, 기업, 개인수준에서의 지표개발 및 평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보고서2007-02.
- 신순철, 김문조. (2007). 직업과 고용형태가 주관적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 보건과 사회과학, 22, 205-224.
- 이우진, 최은영. (2020). 한국의 임금격차와 요인별 기여. 경제발전연구, 26(2): 87-126
- 조흠학, 이재희, 이경용. (2014). 노동조합 유무와 노사관계가 산업 재해율에 미치는 영향 :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으로. 대한안전경영과학회지, 16(3), 249~255.
- 지민웅, 박진. (2018). 노동조합이 산업재해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2018년 사업체패널 워킹페이퍼 시리즈.
*지면상 한계로 영문 참고문헌은 기재하지 못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