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제주도에 이어 이번에는 국토종주

두 바퀴로 제주도에 이어

이번에는 국토종주

아라 서해갑문 ~ 낙동강 하굿둑 633km 여정

임윤완(금속노조 조합원)

아이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 시작한 자전거라이딩에 재미를 붙여 제주도 종주, 영산강 종주에 이어 이번에는 국토종주까지 하게 되었다. 회사 동료 세 분과 국토종주하자는 약속을 하고 만경강 군산 방향, 임실 옥정호 방향, 대아수목원 방향 등을 동료들과 연습 삼아 라이딩을 했다. 자전거 구력이 짧아서 따라가기 힘들었다. ‘민폐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젊음과 패기를 믿고 무조건 도전하기로 했다.

9월 30일, 국토종주 시작 인천으로 출발

인천으로 출발 당일, 다들 여행의 설렘보다 걱정이 많았다. 우선 자전거 4대를 버스에 싣는 일, 초행길의 어려움, 엉덩이 및 다리 통증, 그 외에도 내게 주어진 길 안내 역할 때문에 민폐가 될까 걱정이었지만 이 모두를 뒤로하고 우리는 호남제일문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13:30 도착한 버스 화물칸에 아무런 짐이 없어 자전거 4대가 겹쳐서 겨우 실렸다. 생각보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인천에 예상보다 늦은 오후 5시에 도착해서 20km 달려 국토종주 시작인 아라 서해갑문 인증센터 인증 후 10km를 더 달려서 숙소에 도착했다. 전주에서 근무하다 고양으로 전출 간 후배가 우리를 반겨주고 저녁까지 사준다. ‘고맙다 후배야.^^’ 다음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지만, 내일 걱정은 내일로 미루고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늦게까지 회포를 풀었다.

10월 1일(1일차), 본격적인 라이딩 시작

새벽 5시에 일어나 전날 편의점에서 산 간편식을 먹고 6시에 출발하니 짙은 안개가 끼어있었다. 아라 한강 인증센터를 지나니 안개가 걷히면서 자전거라이딩 하시는 분들도 많아졌다. 여의도와 뚝섬을 거쳐 광나루를 지나 팔당초계국수에서 점심을 먹는데 여기가 라이더 맛집인가!? 모두 라이더들이다.^^ 기력 보충 후 두물머리에서 핫도그를 먹고 이포보, 여주보를 지나 여주시청 근처 숙소에 도착했다. 땀에 젖은 옷들을 정비하고 찾은 저녁 식당은 여주솥반이었다. 여주 쌀로 만든 갓 지은 솥밥과 철판 제육 불고기, 맛있는 반찬, 여기에 곁들인 막걸리는 오늘의 라이딩을 보상해주는 것 같았다. 숙소에서 뒤풀이 후 우리는 오후 9시에 세상모르게 잠이 들었다.

10월 2일(2일차), 새재 자전거길 소조령과 이화령

오늘도 5시에 기상하여 6시에 출발하였다. 강천보와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비내섬, 충주 탄금대를 지나 수안보 온천에 도착해서 오미가라는 식당에서 자연산 모듬버섯전골을 먹었는데 여기도 맛있다. 점심을 먹고 수안보온천 족욕 길에서 따뜻하게 족욕도 하면서 체력충전하며 앞으로 있을 오르막길을 대비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출발하였다. 수안보에서 5km 정도 가면 나타나는 소조령은 2.5km 오르막길에 이어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탄력을 받아 조금만 가면 국토종주 중 웬만한 오르막길은 다 잊게 하는 이화령에 다다른다. 평균 경사도는 6.2%로 약하지만 5km를 올라가야 하는 국토종주의 절정이다. 우리는 절대 끌바(자전거 끌고 걸어가기)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페달을 구른다. 다른 라이더들을 제치면서 끝도 없는 오르막을 우쭐한 마음으로 가는데 두 명의 여성 라이더들이 슝~ 지나간다. ‘헉~’ 전기자전거다. 엄청 부러웠다.

끝도 없는 오르막길 끝에 도착한 이화령휴게소는 라이더들의 성취감의 장소로 부족함이 없다. 자전거를 번쩍 들어 올려 기념사진 촬영하는 분들을 보며 우리도 해볼까 생각했지만, 저들은 로드 우리는 짐이 있는 MTB. 아직 여정의 반도 못 왔는데 몸조심하자고 각성하게 되었다. 문경 불정역을 지나 문경시에서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저녁을 먹고 약국도 들렸다. 이화령이 힘들긴 했나 보다. 한 동료는 엉덩이 물집이 터져 손바닥만 한 대일밴드와 연고를 샀고, 근육통이 생긴 동료는 멘소래담을 샀고, 소화가 안 되는 동료는 위장약 등 각자 필요한 약품을 샀다. 앉았다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아이고~” 소리가 나왔다. ‘아직 3일이나 남았는데~’

10월 3일(3일차), 낙동강 상류 자전거길 상주에서 대구까지

어김없이 5시 기상해서 준비하고, 등뼈해장국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했다. 상주보와 낙단보, 구미보를 지나면서 보니 구미 쪽 도로는 만경강에 비해 도로 폭도 넓고 포장도 잘 되어있었다.(여기서 지역감정을 느끼게 된다.) 열심히 달리니 여지없이 배꼽시계가 울렸다. 점심은 자전거 도로에 가까운 구미 해평면 해평가마솥국밥에서 먹기로 하고 도착해서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기다릴 뻔했다. 소고기, 소머리, 선지국밥 등을 각자 주문하여 먹는데 다 맛있었다. 여기도 맛집이다. 칠곡보와 강정고령보를 지나 오늘의 숙소는 대구 달서구였다. 저녁은 족발과 치킨을 배달시켜 해결하고, 대신 휴식으로 고단한 몸을 충전했다.

10월 4일(4일차), 영남 4대 오르막길 다람재, 무심사, 박진고개, 영아지고개

비 예보가 있어 우중 라이딩 준비를 하고 출발하는데 비가 많이 왔다. 길 안내 담당인 나는 ‘헉’ 네비게이션 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블루투스 이어폰과 표지판에 의지해 달성보를 지나 첫 번째 오르막길 다람재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한뜻으로 오르막길을 피해 도동서원 터널로 우회하여 20km를 더 달리니 두 번째 오르막길인 창녕군 무심사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이방시장으로 우회해 이방식당에서 연탄 석쇠불고기로 배를 채우고 나니 비가 그쳤다. 합천 창녕보를 지나 세 번째 오르막길 박진고개에 도착했다. 여기는 더 이상 우회로가 없었다. 길이 1.5km 경사도 13%의 오르막길을 절대 끌바는 없다는 자존심으로 열심히 페달을 굴리는데, 끌바하시는 분도 보이고 도로 옆에 국토종주 라이더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글들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눈에 글이 들어오지 않았다. 초반 오버 페이스로 너무 힘든 데다가 끌바할 수는 없어 와리가리(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겨우 올라갔다. 참고로 나는 너무 길어서 힘들었던 이화령보다 박진고개가 더 힘들었다. 왜 ‘빡친고개’라 불리는지 실감하였다. 정상에서 숨을 고르고 본 경치는 땀으로 범벅이 된 우리들의 노고를 보상해주는 것 같았다.

영남 마지막 고개 영아지고개 갈림길에서 잠시 멈추어 행로를 고민하고 있는데, 자동차 한 대가 우리 옆에 멈추더니 저쪽으로 가면 쉽다고 우회 도로를 알려주었다. 우리는 어김없이 우회 도로를 선택했다. 오늘의 숙소 창녕군 남지읍에 도착해서 홀딱 젖은 옷과 짐들을 정비하고, 꾸드리맛집코다리네에서 코다리와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무용담을 곁들이며 마지막 일정을 상의했다.

10월 5일(5일차), 마지막 날 일정

아침을 기사식당에서 든든히 먹고 마지막 여정을 위해 출발했다. 창녕 함안보와 양산 물문화관을 지나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까지 가는데 이제 엉덩이 통증도 무뎌지며 자전거 속도가 빨라지니 동료들이 천천히 가라고 했다. (그런데, 동료들이 앞장만 서면 다들 빠르게 달리는 건 뭐임ㅎㅎ) 이렇게 서로 앞장서면서 드디어 국토종주 마지막 인증센터인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에 도착해 뿌듯한 성취감을 느꼈다.(이런 기분이면 인천까지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 듯ㅎㅎ) 기념사진 찍는 동안 인증센터가 점심시간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1시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서 족욕시설에서 족욕하면서 기다렸다. 1시에 인증센터에서 한강, 남한강, 새재, 국토종주 인증과 인증스티커를 받았다. 사상터미널에서 점심을 먹으며 우리는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이야기했지만, 한동안은 자전거를 안 탈 것 같다.

국토종주코스는 28개 인증센터가 설치돼 있으며, 이 중 충주댐과 안동댐을 제외한 26개소를 인증하면 국토종주 인증서를 받게 된다. 우리는 아라자전거길(2개 인증), 한강자전거길(10개 인증), 새재자전거길(5개 인증), 낙동강자전거길(안동댐을 제외한 10개 인증) 총 27개 인증센터에서 인증을 받았다. 우리는 하루 평균 120∼150km, 평속 20km/h로 5일 동안 총 700km를 달렸다.

가족이 있는 전주로 오는 버스에서 국토종주 인증스티커를 보니 이게 뭐라고 너무 뿌듯하고 그동안의 힘들었던 여정을 반추하게 되었다. 국토종주를 계획하고 연습하고 준비해온 기간과 6일간 인천, 서울,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를 거치는 동안 만났던 많은 길과 인연들, 체중이 늘어날 정도로 입을 즐겁게 하고 배를 살찌운 음식과 맛집들, 서로 제일 힘든 선두를 자청하며 서로 챙겨주었던 동료들이 즐거웠고, 고마웠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제대로 보지 못한 풍경들과 지역의 명소들이 못내 아쉽다. 자전거로 돌아본 국토를 다음에는 자전거가 아닌 여행으로 여유 있게 다시 방문하고 싶어진다. 동료들과 함께한 자전거 국토종주 경험은 이제 ‘국토 완주’라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한다. 우리 노동연대 동지들과도 6월 제주도에 이어 두 바퀴의 여정을 함께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

Post Author: agent AI U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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