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상용차 산업의 위기와 기회, 금속노조의 전략적 과제

전북 상용차 산업의 위기와 기회, 금속노조의 전략적 과제

이장원(금속노조 전북지부 조직국장)

올해로 전북의 중대형 상용차 산업이 태동된 지 30년이 된다. 그간 30년의 상용차 산업 노동운동의 역사를 조망하기에는 필자의 경험과 능력이 닿지 못한다. 그렇기에 전북 상용차 산업 30년인 지금, 상용차 산업이 놓인 상황을 조망하고, 이 시점에서 금속노조 전북지부가 주목하는 지점들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최근 전북 지역의 중대형 상용차 산업은 매우 복합적인 시기를 지나고 있다. 버스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와 트럭 시장의 침체가 혼재된 현실 속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북지부는 지역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하는 한편, 새로운 기회를 맞아 공세적으로 조직을 확대해야 하는 전략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1. 버스 시장의 양면성 – 출고대기 2년 고속버스, 무역장벽이 세워진 시내버스

전북 상용차 산업의 핵심인 버스 시장은 분명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1~9월)까지 누적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하는 등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장 7m급 준중형 버스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55.5%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은 친환경차 전환과 국산차 우대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국산 우대 정부 보조금 정책으로 중국산 전기버스의 점유율이 급감(2024년 30%대)하면서 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은 궤를 같이한다. 또한 현대차 수소버스 판매량이 2022년 154대에서 2024년 1,045대로 급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버스 내에서도 차종과 목적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중국산과의 경쟁이 치열한 시내버스 모델의 출고 대기는 2개월에 불과하고 잔업 특근이 사실상 몇 년째 사라진 상태인 반면, 고속형 버스는 현대 유니버스 26개월, 기아 그랜버드 36개월이라는 믿기 어려운 장기 출고 대기 상태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고속형 버스의 경우 라인 증설 등 신규 투자가 사회적 차원에서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자본은 명확한 수요 앞에서도 라인 증설 등 신규 투자를 미루고 있다. 이는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노동 강도를 유지하고, 수요 초과분을 활용해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경영전략이다. 금속노조 차원에서 수요가 부진한 차종 생산라인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사수하는 한편, 고속형 버스에 대해서는 보다 공세적으로 라인 증설을 위한 신규 투자 등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2. 트럭 시장의 침체와 노동자 연대의 필요성

버스 시장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트럭 시장의 침체는 전북 상용차 산업 전체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과 타타대우모빌리티의 생산 품종은 아니지만, 1톤 미만 소형 트럭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올해 1~9월 누적 17.2% 감소했다. 전북에서 생산되는 준중형 트럭 시장 역시 8.5% 감소했다. 이는 경기 침체와 물동량 감소 등 거시경제 상황이 트럭 시장의 축소로 반영된 것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트럭 시장의 수요 위축은 운수 노동자의 권익과 직결되어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3년도 화물운송시장 동형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화물차 운전자들이 평균적으로 ‘하루 11시간 X 월 23일씩’ 월253시간을 노동하는데 대형 1만 6205원, 중형 1만 1,106원이어서 2024년 기준 노동자 평균 시급 2만 5,156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20년 시행된 안전운임제가 2023년 1월 1일자로 일몰, 폐지되면서 화물 운수 노동자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었다. 트럭 교체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 금속노동자 ilabor

따라서 상용차 제조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트럭의 수요자인 운수 노동자의 수익 안정이 필수적이다. 금속노조 전북지부와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는 2020년 전라북도 상용차 대책위를 구성하면서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화물연대 총파업에 연대했던 바 있다. 신 정부에서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넓히고 일몰을 적용하지 않는 온전한 입법 운동이 시도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화물노동자들과 상용차 제조 노동자들의 연대를 다시 한번 조직해야 한다. 이는 상용차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조-운수 노동자의 공동 생존 투쟁이다.

3. LT2 전환기를 활용한 전략적 조직화 과제

현재 현대차 전주공장은 LT2(포터2 후속 모델) 양산을 위한 공장 레이아웃 공사로 인해 셧다운에 들어갔으며, 이로 인해 하청업체들 역시 휴업에 들어갔다. 생산량 감소가 아닌 미래 투자를 위한 공사이지만, 공기가 늘어날 경우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휴업수당 미지급 등 고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전환기는 동시에 전북 노동조합 운동의 새로운 도약 기회를 제공한다.

첫째, 하청 조직 확대의 필요성이다. LT2가 포터2를 완전히 대체할 경우 전주공장의 가동률은 현재 40%에서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LT2 부품 납품 계약을 체결한 완주산단 하청업체들의 고용 규모도 늘어나고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노동조합 전략 조직화 사업을 배치하여 열악한 전북 상용차 생태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둘째, 내년도 임단협 교섭의 선제적 대비이다. LT2 양산은 27년 2월 즈음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해 말과 내년 초의 매출 감소는 내년도에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임단협 교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매출 감소를 핑계로 한 사측의 임금 억제 전략에 면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더불어 금속노조 전북지부 사업장 내에서 재무구조가 특히 불안정한 사업장은 약간의 유동성 충격에도 고용 충격이 생길 수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국민연금 체납 등 위기 징후가 확인되고 있다. 원청사와 전속 거래를 하는 하청업체의 부실은 원청사에게도 큰 책임이 있는 만큼, 원청 책임을 촉구하는 투쟁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4. 위기는 넘기고 기회는 쟁취하고

전북 상용차 산업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완성차도, 하청사도 여러 난관에 봉착해있다. 상용차 제조 원하청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 그리고 화물 운수 노동자 등 생태계 전후방 노동자들과의 연대로 자본의 투자와 정부의 산업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따라 2030년까지의 흐름의 방향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흘러가는 대로 흐를 것이냐, 흐름을 만들기 위해 모종삽이라도 다 같이 들고 도랑이라도 파볼 것이냐를 판단해야 하는 2026년이 다가온다.

Post Author: agent AI U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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