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노동의 환상? 노동기본권 확장으로 플랫폼 노동을 보호
정태영(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장)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는 플랫폼을 우리에게 더욱 밀접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플랫폼을 빼고 우리의 일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그리고 플랫폼을 통해서 만들어진 플랫폼 노동은 미래 노동의 새로운 형태일까요? 아니면 없어져야 할 비정규직의 한 부류일까요?
우리가 쉽게 접하는 플랫폼은 아마 배달서비스를 받는 어플리케이션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서 플랫폼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플랫폼의 범위는 배달에서만 그치지 않고, 무한한 확장이 가능합니다.
플랫폼이라는 것은 한 쪽에 이용자가 있고, 다른 쪽에 또 다른 이용자가 있으면 그 둘을 중계하는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배달앱을 생각해 보면 한 쪽에는 가맹점이 있고, 다른 쪽에는 이용자가 있지요. 이 둘을 중계하는 배달앱이 플랫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신용카드도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도 이용하는 회원들이 있고, 신용카드를 받아주는 가맹점들이 있으며, 이 둘을 중계하니까요. 우리는 플랫폼을 온라인으로만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 양쪽에 이용자가 모여만 있으면 플랫폼이냐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쪽 이용자의 규모가 다른 쪽 이용자의 효용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배달앱에 가맹점이 많으면(규모가 크면) 이용자는 이 배달앱에서 효용이 증가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OTT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이를 이용하는 시청자들의 효용성이 증가합니다.
플랫폼은 이용자가 많이 증가하기를 원합니다. 그 이유는 이용자가 많으면 더 많은 가맹점을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가맹점에게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플랫폼은 독점하기를 원합니다. 넷플릭스와 왓챠를 생각해 봅시다.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볼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똑같다면 이용자는 굳이 두 개의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한 플랫폼만 이용할 것입니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A라는 영화를 독점하였다면, 왓챠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넷플릭스로 옮겨가겠죠. 그러면 넷플릭스의 이용자는 증가하고, 경쟁에서 승리하며, 콘텐츠 제작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에게 가격도 올릴 수 있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많이 보유한 영화제작사가 있다고 가정을 하면 이 영화제작사는 넷플릭스와 왓챠 사이에서 더 많은 이득을 주는 곳과 계약할 수 있고, 이는 넷플릭스가 차지한 플랫폼 시장의 독점을 깨트리는 영향을 주게 됩니다.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콘텐츠의 경쟁력이 있는데 넷플릭스와 아마존에서 제시한 내용이 맘에 들지 않으니까 자신들이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솔로호밍, 멀티호밍이라는 용어로 설명을 합니다. 독점과 경쟁이 연속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플랫폼은 다르죠.
플랫폼에 가입하는 가맹점들은 대부분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입니다. 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상품을 팔기 위하여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여야 합니다. 음식업을 하시는 분은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등을 이용하고, 상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은 11번가, 쿠팡 등을 이용하여야 합니다. 이 둘 사이에 협상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힘이 센 플랫폼의 요구대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고리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쉽게 설명을 하자면 만약 내가 물티슈를 산다고 가정하였을 때 내가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물티슈를 검색하면 가장 싼 물건이 제일 위에 뜰까요? 아니면 플랫폼이 설정한 물건이 먼저 뜰까요? 정답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플랫폼을 만든 사람과 물티슈를 계약한 업체만 알겠죠. 그리고 물티슈를 만드는 업체도 경쟁업체가 왜 먼저 뜨는지 알지 못합니다.

네이버에서 뉴스를 검색하면 보수언론의 뉴스가 먼저 검색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티슈 업체는 자신의 제품이 제일 먼저 뜨고, 이용자의 눈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뜨기 위하여 많은 비용을 플랫폼에 제공하여야겠지요. 그게 얼마가 적당한지 우리는 알 수가 없지만요.
여기까지 플랫폼의 정의와 성격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플랫폼 노동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경향신문》에서 “영화 <더 이퀄라이저2>에서는 리프트(Lyft) 운전기사가, <미안해요 리키>에서는 택배기사가 주인공이다. 이들 모두 플랫폼 노동자다. 영화의 몇몇 장면들에서는 플랫폼 노동의 특성 두 가지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객에게 어떤 평점(별점)을 받느냐가 소득과 일자리 유지와 연결된다는 것.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것. 그렇다 보니 업무 차량이나 비품은 스스로 준비해야 하고,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한다.”고 플랫폼 노동을 말하였습니다.

플랫폼 노동은 배달이나 대리운전만이 아니라 번역, 디자인, 데이터 입력과 같은 프리랜서 성격도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다 살펴보기는 어려우니 우리는 배달 노동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플랫폼 노동의 이미지는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정하고, 회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계약을 하고, 일하는 동안 근로감독은 없는 형태입니다. 아직은 완전히 이렇게 못하지만 미래 노동의 모습은 이럴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플랫폼의 성격에서 파악하였듯이 플랫폼 노동에서 플랫폼의 힘은 노동자와 동등해질 수가 없습니다.
먼저 우리가 자주 보는 ‘생각대로’는 업무규정에 겸직 금지, 출근시간 준수, 연락두절 금지, 강제배차 오더 수행의무 등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약서에는 “당신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두 가지 문서에 동시에 사인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런 문제를 제기하였고, 근무관리를 하지 못하게 된 플랫폼은 새로운 방식을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AI가 지시하는 것이지요.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이 말하는 배달 노동자의 현실을 보겠습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알고리즘을 적용하며 배민라이더들에게 경고를 하였습니다. 과도한 배차 거절 시 배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몇 번을 거절하면 배차가 지연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배민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을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경우는 배달평점을 적용하여 수락률과 배달완료율로 제재를 합니다. 수락율이 높으면 녹색이고, 낮으면 빨간색으로 나타냅니다. 배달평점이 낮으면 더 안 좋은 지역으로 배달을 가야 하거나(속칭 ‘똥콜’) 배차가 늦어져서 수익에 불이익을 받습니다. 라이더들은 내가 왜 배차가 잘렸는지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기요의 평점제도는 ‘퀘스트 보너스’라고 합니다. 요기요는 수락율이 높을수록 등급이 높아지고 보상으로 피크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라이더들이 좋아하는 시간대에 배차를 등급이 높은 사람에게 먼저 해주고 등급이 낮으면 새벽시간 일하기 싫은 시간에 배차를 받는다고 합니다. 노동이 게임처럼 운동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플랫폼은 라이더들에게도 프로모션을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저녁시간(18:00~19:00)에는 최소 6,000원 이상 지급한다며 안내공지를 하고, 어떤 때는 실시간 할증을 적용하여 날씨와 시간, 거리에 따라 수수료를 추가 지급한다는 것으로 공지하고, 때로는 피크타임 스페셜 이벤트라고 하여 피크시간에 온라인을 유지하면 배달료 15,000원 지급 이런 이벤트 등을 진행합니다. 이런 프로모션을 하기도 했다가 안 하기도 했다가 합니다.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힘든 노동현장이며, 우리나라에서 이런 노동을 하여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어느 곳에서는 아직 우리나라에 플랫폼 노동이 정착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말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일을 한다고 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노동은 이런 노동의 형태이며, 우리나라의 제도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플랫폼 노동은 기존의 전통적인 아웃소싱 관행을 재편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존 간접고용 비정규직과는 또 다른 형태인데 불안정 고용의 재활성 양상들입니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노동기본권과 사회적 보호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플랫폼기업은 전통적인 기업보다 경쟁의 우위를 학보하고 있지만 공정한 보상도 없습니다. 웹기반 플랫폼기업의 과다한 수수료는 더 심각하다고 김종인 선임연구위원은 말하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는 2018년에 플랫폼 노동이 자영업자로 분류되면 안되고, 노조할 권리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독일에서는 ‘플랫폼경제에서 공정한 노동’을 모토로 보호 정책을 발표하였고, 미국에서 우버택시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동법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기본권을 확장하여 플랫폼 노동자가 자영업자로 오분류되는 상황이 없어져야 하며, 미래의 노동에 대한 우리사회의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