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장 책임법, 손해배상폭탄 금지법!
노란봉투법 제정에 힘을 모으자
이준상(민주노총전북본부 교육선전부장)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원청 사용자성 불인정·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폭탄까지 한국에서 안개처럼 흐릿한 노동권의 현실을 폭로하는 계기가 됐다. 비록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일단락됐지만 문제해결은 이제 시작이다.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활동에 대한 무차별적 손해배상을 금지·제한하여, 노동기본권 보장에 기여하는 노란봉투법 제정 투쟁에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으로 힘을 모을 시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업권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법적 권리는 노동계급의 조직된 힘의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실제 역사적으로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수단과 막대한 자산을 가진 자본가들과 ‘대등해지기라도’ 하려면 최소한 노동조합으로 뭉치고,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싸우는 권리를 노동3권이라는 이름으로 쟁취해왔다.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피와 땀의 결과였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나라 헌법은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노동3권이 기본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무늬만 기본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강력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일까? 노동자들의 현실과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노동조합 조직률은 노동운동의 중요한 화두이다. 우리나라 노조조직률은 최근 몇 년 사이 상승했지만 아직 10%대에 불과하며,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에 집중되어있다. 그렇다면 왜 비정규직은 가입을 안 할까? 여기에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노조를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교섭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노조법 2조가 핵심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가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08월 기준 일용직·기간제·파견·특수고용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810만 명으로 37.5%에 달한다. 그 중 파견용역과 특수고용노동자 등 비전형 노동자의 숫자는 200만 명이 넘는다. 정부 통계가 보수적으로 잡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파견용역 하청노동자들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헌법과 국제기준에 따라 노동3권을 행사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노동자인지 아닌지, 노조 가입은 되는지, 가입을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를 뚫고 노조 깃발을 지키며 교섭절차를 밟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다. 현행 노조법 2조가 노동자의 범위와 노동조합과 교섭해야 할 사용자의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한 탓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화물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므로 노동3권 행사가 봉쇄되고, 대학교 청소노동자 등 실제 일을 하는 업체인 원청과 별개의 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1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과 교섭할 수 없다는 법리의 근거가 된다. 사실상 특수고용·비정규직은 이중 삼중의 제약을 뛰어넘어서 노조활동을 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조의 근로자(노동자) 범위를 특수고용노동자를 포괄하는 범위로 명확히하고, 사용자의 범위 또한 형식적 사장이 아닌 진짜 사장을 포괄할 수 있도록 개정해 이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2
이는 노동기본권을 봉쇄당한 수백만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 한 가지 과제는 무차별적 손해배상의 문제다. 현행 노조법 3조는 ‘이 법에 근거해 진행된 쟁의행위(합법파업)로 노동조합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되어 있지만, 이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앞서 살펴봤듯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와 노동자 범위가 협소하고, 노조의 쟁의행위의 절차와 요건을 매우 협소하게 규정해놓고 있다.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파업’에 높은 허들을 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무턱대고 쟁의행위에 불법딱지를 붙이는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는 이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은 노조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 쟁의권을 획득했으나, 원청의 교섭거부와 구사대의 폭력,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못이겨 도크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그러자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공권력 투입 직전까지 사태를 몰고 갔고, 대우조선해양을 실효 지배했던 국책기관 산업은행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를 시사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노동자들에게 480억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이런 일은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기업과 국가가 노조와 간부, 조합원을 상대로 진행한 쟁의행위 등 손해배상소송 및 가압류 청구액은 2,752억 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한진중공업 김주익-최강서 열사,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 등 많은 노동자들이 이런 식의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로 인해 고통받고 자살했다. 전북지역에서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참프레지회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이유로 139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받았고, 금속노조 ASA지회 노동자들은 점심시간에 사내집회를 진행하여 생산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3,8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받았다.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던질 수 있고, 기나긴 재판 과정에서 노조와 조합원 간부 개인을 압박해 실질적으로 조직력을 와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노동3권 무력화 조항이다.
노란봉투법은 폭력이나 파괴가 없다면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고, 노조가 계획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는 개별 노동자들에게 청구할 수 없도록 하며,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배상액이 노조의 존립이 불가능한 정도라면 허용하지 않는 점을 핵심으로 한다.
“국민 여러분, 이대로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 외쳤던 하청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묻혀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봉쇄와 손해배상 가압류를 끝장낼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11.12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10만 총궐기를 성사시키고 하반기 투쟁에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자. 그리고,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진짜사장 책임법·손해배상폭탄 방지법·특수고용노동자노동자성 인정법을 반드시 쟁취하자.
- 노조법 2조 1호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노조법 2조 2호,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
- 정의당 이은주 의원 노조법 개정 발의안 2조 1호 “(기존 1호에 더해) 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 나. 그 밖에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기존 2호에 더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다음 각 목의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사용자로 본다. 가.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수행업무에 대하여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 나. 그 사업의 노동조합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