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7공화국이 아닌 우리들의 제7공화국을

대선 너머 7공화국

당신들의 7공화국이 아닌 우리들의 제7공화국을

내란의 밤은 무서웠고 치열했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자 숨어 있던 그들만의 더럽고 끈끈한 유착과 이윤관계 연대의 밑바닥이 드러났다. 내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민과 민중들의 투쟁은 박근혜 파면 때보다 더욱 힘들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끝내 윤석열을 파면시켰다. 아직도 내란 종식을 위한 길이 험난하지만, 한숨은 돌렸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단숨에 대통령 선거에 몰입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판사-행정부-언론-재계-내란 정당이 이윤 관계의 무쇠 그물망으로 촘촘히 엮여 있는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우리 투쟁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대안에 대해 제대로 된 토론도 평가도 해보지 못한 상황이기도 하다.

빛의 혁명, 응원봉, 키세스 투쟁단 등 윤석열 파면 투쟁을 뜻하는 여러 가지 상징어가 새롭게 나타났다. 남태령 투쟁의 기록도 새롭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도 급박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위기와 갖가지 사회 기반 의제를 내세우고 주도할, 대중적이고도 집단적인 역량은 좀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 사회를 새롭게 세울 ‘최소한의 합의’라는 것도 각자의 머릿속에 있거나 각자가 따로따로 말하며 대선 정국에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노동기본권을 포함한 각종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사회다. 그 조건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극단적으로 허무는 계엄과 내란이 자행된 것이다. 현 상황에서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의제화하고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도 안다. 민주당이 중도 보수정당임을 천명하며 대세를 장악했으며, 국힘이 파쇼성 내란 정당 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 민중의 정치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지금 당장 수행하고 투쟁해야 할 우리들의 ‘최소한의 지향점’은 확인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왼쪽 공간을 위선적인 진보로 채워온 세력들이 중도 확장 운운하며 떠나간 빈자리, 바로 우리들의 왼쪽 공간을 우리가 채워야 할 때이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 대선 방침과 후보 경선을 지지한다. 노동자 민중이 이후 7공화국을 세우는 주춧돌임을 선언하고 확인하는 장으로서의 대선 참여는 필요하다. 윤석열 파면에 따른 대선 이후 떠오를 사회 의제에 대한 중도 보수정당과 그에 기생하는 각종 세력의 ‘물타기’와 ‘기만’에 다시 속지 않기 위해서이다. 내란의 와중에서도 가진 자들의 이익 또는 이윤 창출을 위한 법안들의 통과에만 손을 잡는 민주당과 국힘을 잊지 않아야 한다. 위급한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를 지켜낸다는 명분으로 탄생이 될 새 정권에게 노동자 민중 그리고 시민의 요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 뚜렷하게 각인시켜야 하는 대선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발 관세 전쟁, 미국의 노골적인 근린 빈곤화 정책 그리고 다극화의 진행으로 한국 경제의 일상적 위기 심화, 한반도의 평화 위기 상태이다. 이런 위기들도 튼튼한 민주주의의 깃대를 세웠을 때라야 넘어설 수 있다.

우리는 사회대전환연대회의에 요구한다. 대선 투쟁을 기점으로 이 막중한 전환기를 책임질 수 있는 통합 노동자 민중 대중정당 건설로 다시 모일 것을 결의하고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당장 실천 가능한 노동자 민중의 사회 의제를 구체적으로 빠르게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제7공화국을 향한 일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개헌 시기는 2026년 지방선거, 개헌안 내용은 가장 시급한 우리들의 ‘최소한의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란을 구체적으로 종식하는 일은 한국의 범민주 세력 모두가 함께할 일이다. 그러나 제7공화국을 향한 개헌은 노동자 민중과 시민이 요구하는 중대성과 시급성이 담긴 것이어야 한다. 제7공화국을 향한 개헌은 단계적일 수도 있다. 그 점에서 대선 이후 개헌 의제는 노동자 민중과 시민의 대중운동으로 올라서야 하며, 그럴 때야 진정한 뜻이 담긴 개헌, 제7공화국을 세울 수 있다. 국가권력의 극단적인 폭력 행사의 가능성을 아예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개헌에 담아야 한다. 대통령 권한의 축소와 약화, 의회 권한 확대와 사회 비례성 강화와 보장, 그리고 대통령을 포함한 각 헌법 기구에 대한 소환제 등이 시급한 개헌 내용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단계적인 개헌으로 노동자 민중과 시민의 기본권, 사회권을 명시하여 확장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1987 민주 항쟁으로 출범한 6공화국의 날은 저물었다. 헌법이 아니라 일탈한 권력자의 일시적 망동이 문제지 헌법의 문제는 아니라는 식의 사고는 맞지 않다. 윤석열 일당의 계엄과 내란은 현재의 이윤관계 연대 쇠사슬의 단단함과 약점을 보여온 민주제도의 한계임은 분명하다. 또한 6공화국 헌법이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온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6월 항쟁의 요구에 밀린 상태에서도 보수 야당과 군부독재 연장 정당의 밀실 합의로 만들어진 속성 합의로(또는 협잡) 태어난 것 또한 분명하다.

6월 대선 이후 노동자 민중과 시민 개헌 운동(투쟁)으로 나아가자. 중도 보수정당과 내란당에게 맡기면 또다시 ‘당신들의 7공화국이 된다. 우리는 우리들의 제7공화국을 세워야 한다. 평등·평화가 밑바탕에 있는 제7공화국을 우리 손으로 세우자.

2025. 04. 21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대표 김정훈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