팃포탯 전략은 자유주의자의 환상

팃포탯 전략은 자유주의자의 환상

-<<협력의 진화>> 서평

강문식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정책국장)

 

자의반 타의반 읽게 된 책인데, 미국 자유주의자 그룹의 세상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던 독서였다.

이 책의 개괄적인 내용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여러 차례 반복될 때,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널리 알려져 있듯, 두 명의 참가자가 협력과 배반이라는 두 가지 행동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조합에 따라 다른 보상을 얻는 게임이다. 서로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을 해야하고,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든 상관없이 배반이 협력보다 더 많은 보상을 얻는다. 딜레마는 두 사람 모두 배반을 하면 모두 협력을 할 때보다 적은 보상을 받는다는 조건에서 발생한다. 보상의 크기는 T(배반)>R(상호협력)>P(상호배반)>S(배신당함) 순이다. 그리고, T와 S의 평균은 R보다 낮다. 게임의 횟수가 정해져 있다면 경기자들에게 협력의 동기가 줄어들어 양쪽 모두 처음부터 배반을 선택한다. 이를 피하려면 경기가 무한하게 치러져야 한다. 각 게임이 전체 게임의 끝이 될 확률이 충분히 낮게 작으면, 다음 게임의 점수 가중치를 뜻하는 w는 1에서 이 확률을 뺀 수치이다. 저자는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 틀이 인간, 국가, 심지어 박테리아까지 아우를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죄수의 딜레마 조건 아래에서 어떠한 전략이 가장 성공적인지를 조사하기 위해 컴퓨터대회를 개최한다. 게임이론 전문가들이 출전한 제1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팃포탯 전략이었다. 더욱 규모가 커진 2차 대회에서도 팃포탯 전략이 우승을 차지했다. 팃포탯은 맨 처음 게임에는 협력을 택하고, 다음 게임부터는 상대방의 이전 선택에 따라 상응하는 선택을 하는 전략이다.

저자는 팃포탯전략이 1차세계대전 참호전, 상리공생과 같은 생물의 진화 등 현실의 사례에서 관찰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 그래서 저자가 제안하는 ‘호혜주의’는, 먼저 배반하지 않되 협력이든 배반이든 그대로 ‘되갚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의문이 떠오른다. 게임이 저자가 제시한 몇 가지 규칙 아래에서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때에는 저자가 증명한 바와 같이 수학적으로나 경험적으로 팃포탯 전략이 가장 성공적인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 ‘죄수의 딜레마’ 규칙을 적용시킬 수 있는지부터가 쟁점이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보상의 크기가 T(배반)>R(상호협력)>P(상호배반)>S(배신당함) 순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협력이든 배반이든 그대로 ‘되갚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경제적 갈등은 물론 군사적 긴장까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 팃포탯 전략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중국의 경제성장이 무서운 속도로 이어졌다지만 여전히 세계 GDP 비중 중 압도적 1위는 미국이고, 군사력의 격차 역시 막대하다. 중국이 미국을 배반했을 때 얻는 이득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 상호 배반을 선택한다면 양(+)의 보상은커녕 전세계 실물경제의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갈등에 대입해본다면 그 비현실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북한이 먼저 배반을 선택하면 다음 게임에서는 북한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이런 비대칭적인 조건에서 양측이 팃포탯 전략을 선택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저자 로버트 엑설로드는 미국 미시간 대학의 정치학 교수이다. 저자 이론이 발 딛고 있는 기본 전제는 ‘개인’들의 협력 혹은 배반 등의 선택의 총합이 사회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팃포탯이라는 전략으로 무장한 개인, 그 개인이 모인 집단, 그리고 국가 – 이런 순서의 전개는 근대 자유주의 정치이념의 핵심원리와 일치한다. 저자가 서술하는 논의의 또 다른 전제는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개인이 동일한 조건에 놓여 있다는 가정이다. 이 역시 ‘자유로운 개인’이 각자의 능력껏 경쟁한다는 근대 자유주의 정치이념과 동일하다.

자유주의 정치이념에 대한 비판은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되어 왔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비판 중 하나는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사적 시각이다. 어느 문명이 다른 문명에 비해 우세를 점한다면 그 문명에 속한 개인들의 근면성, 합리성, 지성 등의 속성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제래드 다이아몬드는 단호히 아니라고 답한다. 그 문명이 위치한 지리적 특성, 기후, 자원 등 종합적인 요인에 따라 문명의 흥망성쇠가 갈렸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훌륭한 지도자, 혹은 훌륭한 전략이 문명의 성패를 결정짓지 못했다. 그래서 제래드 다이아몬드는 출발점을 개인으로 두지 않고, 오히려 인간 외부의 요인들에 시선을 둔다. 미국과 북한 두 국가가 서로 같은 조건으로 게임에 참가할 수는 없다. 미국과 북한의 격차를 미국 국민들의 근면, 성실, 합리성과 북한 지도자의 비합리성, 잔혹함 식의 도식으로 설명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남한이 짧은 기간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 역시 새마을운동, 근면한 국민성이 때문이 아니라 냉전구도라는 세계질서와 중국 · 러시아 · 북한을 맞대고 있는 지정학적인 요소로 인한 것이다.

사실, 정치학 전공인 저자가 이 책에서 인용한 생물학자들 역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이들은 아니다. 저자는 윌리엄 D.해밀턴과 함께 저술한 4장에서 ‘한 종이나 집단 수준에서 일어나는 자연선택은 미약하고, 다윈이 원래 강조하였듯이 개체 수준에서 자연선택이 일어난다는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못 박는다. 진화론의 역사에서 대단히 논쟁적이었고, 정치이념에 따라 입장이 나뉘는 주제이다. 윌리엄 해밀턴, 조지 윌리엄즈, 로버트 트리버즈, 존 메이너드 스미스는 진화에서 자연선택의 단위가 ‘개체’이고 이를 추동하는 것이 ‘유전자’라는 관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이들이다. 이 관점을 종합한 것이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론이다. 이 책의 논의 전개가 자유주의 논법에 기초했고, 리처드 도킨스가 미국을 대표하는 자유주의 선봉장이라는 점 등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진화론 계에서 개체선택과 집단선택 사이의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엄밀하게는 개체선택론에서 문제 삼는 것은 종선택이 아닌 1960년대의 집단선택론이다. 당시의 집단선택론은 생태계를 의인화시키는 측면이 있었고, 목적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집단선택론이 1960년대 이론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에드워드 윌슨은 2000년대에 집단선택론을 다시 꺼내며 “집단 내에서는 이기주의가 이타주의를 이긴다. 이타적인 집단이 이기적인 집단을 이긴다.”고 설명한다.

개체선택론과 집단선택론 사이의 쟁점보다는 종선택 대신 개체선택에 주목하는 문제에 대해 할 이야기가 더 많다. 저자는 다윈이 개체 수준에서 자연선택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고 말하지만, 실상 다윈은 이 문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오히려 진화 과정에서 종선택이 이루어진다는 데에 대해서는 개체선택론자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종 간 경쟁에 밀려서 개체수가 줄어들어 멸종하기도 하고,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적응에 실패한 종이 멸종하기도 한다. 개체선택론은 개체의 형질에 주목하는데, 개체가 가진 대부분의 형질을 적응의 결과로 설명한다. 반면 스티븐 제이 굴드와 같은 진화학자는 개체의 형질이 적응의 결과가 아닌, 그저 진화 과정의 ‘부산물’일 수 있음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삼각소간 같은 것이다. 삼각소간은 건축학 용어로 아치들 사이의 삼각형 구조를 얘기하는데, 그 자체는 미적인 용도로 자주 활용되었지만 실제로는 아치를 늘어세우다 보니 만들어진 부수적인 공간에 불과하다. 생물도 마찬가지로 어떤 기관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 반드시 자연 선택을 통해 선정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조가비들은 일생 동안 진흙 속에 파묻혀 사는데도 선명한 색조를 띤다. 이 경우 선명한 색조는 중립적인 특질로 볼 수 있다.

굴드는 진화를 복잡성의 증가로 설명하는 것에도 경계했다. 오히려 진화는 다양성의 증가인데, 진화가 복잡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복잡성에는 감소할 수 없는 한쪽 벽이 있기 때문이다. 진화를 진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을 비판하며 단순하게 정리한 설명이 지구를 대표할 수 있는 생명체는 인류가 아니라 박테리아라는 언급이다. 박테리아는 현존 지구 생명체 중 가장 오랜 기간 생존했고, 가장 개체부피가 크고, 가장 개체수가 많고, 가장 변이가 다양하다.(굴드, 2002;2009)

진화를 바라보는 이런 입장 차이는 유전자형과 표현형 사이의 관계에서도 불거진다. 각 형질을 적응의 결과로 인식하는 입장에서는 각 유전자형이 하나의 표현형과 상응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들은 이러한 전제가 틀렸음을 보여준다. 모든 종에는 숨겨진 유전자형의 변이가 많이 있는데, 이런 ‘침묵하는’ 유전자들은 특정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에만 표현형의 변이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한 사례로 사막메뚜기(Schistocerca gregaria)는 이용할 수 있는 먹이가 풍부하면 한 지역에 머무르고, 개체군의 밀도가 높고 먹이가 풍부하지 않으면 이주형이 된다. 이주형은 단서형과 서로 다른 종으로 보일만큼 겉모습이 매우 다르다. 이런 표현형 선택에 영향을 주는 신호는 발생과정에서 어미로부터 온다. 어미는 알을 둘러싸고 있는 점액질 차단막에 개체군 밀도에 관한 화학 신호를 분비하고, 메뚜기들은 다른 메뚜기들이 보내는 화학 신호와 촉각 신호에도 영향을 받는다. 두 가지 표현형은 모두 유전체의 유전 정보 안에 들어있지만, 먹이 공급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 (글루크먼&핸선, 2012;글루크먼 등, 2014)

저자의 접근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비판했지만, 사실 저자는 이 책에서 팃포탯 전략의 현실가능성을 위한 여건에 대해 몇 가지를 덧붙인다. 협력을 유지하는 데 시간 전망이 필수적이라는 것, 협력에 기초가 되는 것은 사실 신뢰가 아니라 관계의 지속성이라는 것 등이다. 인류 사회에 적용하는 데에도 대단히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이 원리가 다른 종 사이의 관계, 심지어 박테리아에게까지 무매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은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책 곳곳에 밝히듯 저자 역시 팃포탯 전략이 현실에 접목되려면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가능하리라는 낙관이 이 책을 관통하는 데(리처드 도킨스는 추천사 첫문장에 ‘이 책은 낙관론 그 자체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더 나쁜 상황만을 보여주며 공포를 조장하는 태도에 견주면 긍정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대체로 보수주의가 비관적 세계관을 견지한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낙관에 대한 비판으로 비극적 휴머니즘을 언급하고 싶다. 테리 이글턴의 입장을 빌자면, 현대 사회의 주요한 갈등은 진보·보수가 아닌 ‘비극적 휴머니즘’과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의 대립에 있다.

“비극적 휴머니즘에서 ‘비극’은 슬프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상태를 부숴야만 새로운 삶, 인류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 반면 자유주의는 미래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자유주의 이념 역시 위기에 봉착했다. 현대 자유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도 보수주의(공화당), 민주적 사회주의(민주당 좌파) 등에 밀려 자유주의(민주당 우파)세력은 그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비관보다는 낙관이 낫지만, 위기 속에서는 낙관보다도 비극적 세계관이 더욱 절실한 게 아닐까. 팃포탯 전략이 협력의 진화로 이어지려면 팃포탯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 조건이 갖추어지는 게 우선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호혜주의에 바탕을 둔 협력이 자리 잡은 인류 사회를 꿈꿔본다. 그 한걸음을 내딛기 위해 현실적 조건의 모색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스티븐 제이 굴드. (2002). 풀하우스. (이명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원서출판 1996.
  • 스티븐 제이 굴드. (2009). 다윈 이후. (홍욱희, 홍동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원서출판 1977.
  • 피터 글루크먼, 마크 핸선. (2012). 문명이 낯선 인간. (김명주 옮김). 공존. 원서출판 2005.
  • 피터 글루크먼, 앨런 비들, 마크 핸선. (2014). 진화의학의 이해. (김인수, 김종재, 남석현 옮김). 허원미디어. 원서출판 2009.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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