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정세 전망

2026년 정세 전망

들어가며

우리는 이른바 ‘규칙 기반 질서’가 더 이상 존속하지 않을 것임을 체감 중이다. 미국 트럼프의 자유무역 해체와 서반구·중동 군사 개입, 이스라엘 극우 정권의 팔레스타인 학살 등 작년에 벌어진 여러 사건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립된 국제 질서가 허울로도 남아 있지 않음을 확인시켜준다. 우리는 지난해, 세계 자본주의 질서가 지난 40년의 추세와는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불로소득 추구에 맞선 전선을 정세적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1년 사이 흐름은 더 뚜렷해졌다. 각국의 보호주의, 블록화는 제1~2차 대전 전간기와 흡사하다. 다른 점은 헤게모니 국가가 블록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과 체제 저항 세력의 국제적 연결이 100년 전에 비해 턱없이 왜소해졌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제1야당이 윤어게인을 외치는 와중에 코스피는 6,000을 넘어섰다. 사회 분열의 심화와 금융 시장의 팽창은 무관한 일이 아닐 것이다. 부동산이냐, 주식이냐는 올바른 쟁점이 아니다.

조변석개하는 세계의 변화는 1년 단위의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국제기구의 경제 성장률 예측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를 이해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앞으로의 세계는 지금까지의 세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변증법과 유물론의 견지를 놓치지 않는 신중한 자세가 중요할 때다.

미국 주도 블록화는 중장기적 시간대에서 그 추세를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전간기와는 달리 미국을 배제한 나머지 세계의 블록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예상하는 논자가 많지만 중국은 자국 이외 국가와 인민이 받아들일 만한 질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부상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수출 의존이라는 구조적 취약점에 묶여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내수 감소는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의제가 여전히 양극화, 이중화임을 보여준다.

세계

2025 미 GDP 성장률은 2.2%였다. 실업률은 4.1~4.6% 범위에서 등락했으나 상승하는 추세였다. 음식,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 물가지수(core PCE)는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포함한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4월 2.3%에서 9월 3.0%까지 상승했다. 미국 물가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이민자 단속 정책에 기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 대에서 등락했다. 트럼프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연준은 세 차례 0.75% 인하하는 데 그쳤다. 연준은 금리 인하와 동시에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을 병행했다. 연준 부채 중 역레포 잔고는 2025년 1월 5,700억 달러에서 12월 3,200억 달러로 줄어들어 2020년 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중국은 지난해 GDP 5.0% 성장을 기록했고, 대미 수출은 급감했음에도 전체 수출은 5.5% 증가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실효관세율은 40% 아래에서 점차 안정화되었고 미 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로 미-중 무역협상에서 오히려 중국이 여유를 가진 상황이 되었다. 중국의 공식 청년실업률은 16.9%(`25.11.)로 실업률 통계에 신뢰성 논란이 있음을 고려할 때 실제 청년실업률은 이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청년 실업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편 2026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세력이 군 고위 인사 숙청을 단행했다. 자세한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쿠데타 혹은 반쿠데타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미 당국이 공개한 관세결정식은 관세 부과를 통해 수입을 억제시키고 무역수지 적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국민계정 항등식에서 경상수지 적자(순수출<0)는 자본수지 흑자(투자-저축>0)를 의미한다. 미국 시민은 미국 내에서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고 그 소비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자본 투자로 지탱된다. 미국은 기축통화 발권 국가로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특권을 누려왔다. 어쨌든 미국의 무역적자가 누적되는 만큼 대외 순부채는 2020년 14조 7천억 달러에서 2025년 27조 6천억 달러로 빠르게 증가했다. 트럼프 정부는 각국에 관세 인상 뿐만 아니라 설비 투자를 강요하고 있는데 단순히 대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라면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 순부채는 더욱 커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때문에 관세 협상의 결과 이루어지는 각국의 투자금을 소유·통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는 축소하지 않으면서 그에 따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투자금을 강탈하는, 문자 그대로 약탈 행위다.

이 약탈의 대상은 기존의 동맹·우방 도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명목상으로는 중국을 겨냥하지만 지난 시기 ‘세계화’가 만들어 놓은 글로벌 가치사슬은 일국에 국한한 장벽 쌓기는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서반구 장벽 쌓기(와 이에 병행하는 패권주의)는 지난 시기 다자주의 규범의 종언과 동시에 ‘힘에 의한 질서’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성립된 다자주의 질서는 내용과 형식에 있어 결함이 있었을지언정 세계가 나름의 공통 규범과 규칙을 공유하는 인류 역사의 진보였다. 이 질서를 주도한 전후 세계자본주의 헤게모니 국가 미국은 자유주의를 지배 이데올로기로 정착시켰지만 다자주의 국제제도가 형성되는 과정에 국제 사회주의 운동이 미친 영향이 대단히 컸다는 사실도 빠트릴 수 없다1. 그렇게 80년을 이어 온 자유주의 – 자유무역 – 다자 질서 체제를 미국이 스스로 무너트리고 있다. 트럼프는 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다자 질서와 집단안보 보장체제의 상징인 UN의 무력화를 꾀하는 중이다.

UN헌장은 민족자결권과 국가간 무력사용금지원칙을 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위반하고 베네수엘라를 침공했고, 2월 28일에는 이란을 침공하며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목표로 내세웠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명분 삼아 UN을 대체하려는 국제 기구로서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를 출범시켰다.

트럼프는 미국이 동의에 의한 지배로서 헤게모니 권력을 갖기를 포기했지만, 당장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규범과 국가 간 연합이 등장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UN에서 발을 뺀다 해도 미국이 거부권을 갖고 있는 이상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가 UN을 중심으로 다자주의 질서를 구축할 방도는 없다. 포용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주변국과 다수 시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중국이 다자질서의 규범과 규칙을 새로이 주도할 가능성도 낮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견제·적대하면서 동시에 서로를 닮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내부로 시선을 돌려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준 계엄, 이민자 단속을 빙자한 폭력, 이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파시즘은 이미 도래했다. 트럼프는 군대를 시위 진압에 동원했다. 위헌이다. 시위 진압을 위해 내란법을 발동하겠다는 협박도 반복했다. 여러 시민의 목숨을 빼앗은 ICE(이민세관단속국)는 요원의 신원, 선발 방법도 투명하지 않고, 소속 요원들이 민간 군사 기업에게 전술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사실상 트럼프의 사병화된 국가 기구다. 트럼프는 이미 2020년 12월에 군사력을 동원해 재선거를 실시하는 방안을 언급한 적 있다. 당시 군대가 트럼프의 위헌적 태도에 반대하면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2025년 2월에 트럼프는 군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때문에 약해졌다며 합참의장을 해임했다. 9월에는 국방부의 명칭을 전쟁부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가 올해 11월에 예정된 중간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군사적 방법을 동원해 중간선거 자체를 치르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간과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트럼프의 독재적 움직임은 트럼프 핵심 지지 세력인 MAGA의 활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스티븐 배넌, 로라 루머, 앨릭스 브루세위츠 등 MAGA의 핵심 인사들은 국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MAGA 세력은 한국의 극우 대중운동과도 접점이 많다. 한국의 극우 대중운동은 MAGA 세력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고, MAGA의 주요 인사들은 윤어게인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전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 JD밴스 부통령이 한국의 국무총리에게 극우 인사 손현보의 석방을 요구했고, 손현보의 석방 이후 미 국무부 고문이 그와 오찬을 갖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세협상이 진행되던 작년 8월, 트럼프가 SNS에 “한국에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적으며 한국 내정에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한국

한국은 반도체, 조선업 업사이클과 자동차, 방위산업 수출 증가로 2025년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했다. 대외금융자산이 벌어들인 수익도 상당하다. 경상수지는 1,230억 5천만 달러 흑자였고 투자소득수지 역시 294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다.

그러나 GDP 성장률은 1.0%에 그쳤다. 반도체 산업 수요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광공업산업생산지수는 2024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산업 간, 기업 규모 간 경기 격차가 상당히 컸음을 짐작케 한다. 현재 경제 구조로는 향후 반도체, 조선업이 다운사이클로 접어들었을 때 큰 충격이 예견된다.

내수는 부진했다. 민간소비는 1.3% 증가했지만 <2025년 연간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가구당 실질 지출은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연간 노동자 1인당 명목임금은 2024년 48,958천원에서 2025년 50,468천원으로 3.1% 증가했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0.9%에 그쳤다. 소매판매액(경상가격)은 2024년에 비해서는 증가했으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으로는 2023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승용차 판매액을 제외한 실질 소매판매액은 2024년에 비해서도 감소했다. 정부는 작년 두 차례 추경으로 국고채 발행규모를 32.2조 원 증액했고 이 중 13.9조 원을 내수 진작책인 민생 회복 지원금으로 집행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2020~2025 소매판매액(경상가격) 추이
실질 소매판매지수(승용차 제외)

고용률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청년 고용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따라서 고용률이 유지된 것은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2025년 구인배수2는 0.36으로 2008-09년, 2020년 위기보다 낮은 수준이다.

낮은 성장률과 내수 부진의 한 축은 건설경기 침체다. 국민계정에서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9.9% 감소했고 건설업산업생산지수도 줄곧 하향세다. 건설경기의 대표 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이 작년에도 10.9% 감소하여 올해 건설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
 

건설업 산업생산지수
건축허가면적

지난해 정부 총세출은 591조, 국세 수입은 373.9조원였다. 2023, 2024년 2년 간 87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있었으나 작년에는 본예산 대비 0.5조원이 덜 걷히는 수준으로 회복했다. 다만 본예산 대비 소득세는 2.5조원이 더 걷혔고 법인세는 3.9조원이 덜 걷혔다.

이상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듯이 한국 경제 현황은 저성장이란 조건 아래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대기업 이익 증가와 노동자 소득 정체 및 내수 침체로 특징 지워진다. 아래에서는 한국 사회운동이 마주한 쟁점을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한국 사회운동이 마주한 쟁점

주주환원 자본주의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진단하며 그 이유로 주주환원 정책의 미흡을 꼽았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을 제도화하고, 법인의 이사가 ‘회사 및 주주’에게 충실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처리 했다. 부동산과 주식을 대립시키는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KOSPI는 2025년 5월 2,600 선에서 2026년 2월 6,000 선으로 큰 폭 상승했다3. 기업의 투자(자본의 축적)는 기본적으로 이윤에서 나온다. 주주환원율이 높아지면 기업의 투자 여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주주(소유자)의 이익을 최우선시할 때 기업은 주가를 떨어트리는 유상증자 대신 신규 투자를 포기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자기자본이익율(ROE)을 증가시키면서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만 동시에 부채비율도 증가시킨다. 이는 기업의 투자를 위한 차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주주환원 자본주의는 소유자의 이익에는 충실할지 모르나 실물경제의 성장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삼성전자의 HBM 지연이 2015년 전후 전환된 ‘재무 중시’ 경영의 결과라는 지적을 눈여겨 봐야 한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은 이재명 정부가 제기하는 부동산:주식의 전선이다. 이재명 정부는 주식 시장 활성화를 촉진하며 동시에 부동산 불로소득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부동산 매매 차익은 비정상적 수익이지만 주식 매매 차익은 기업의 경영실적을 반영하는 정상 수익이라는 관점이다. 그러나 부동산 불로소득과 주식 불로소득을 질적으로 구분할 방법은 없다. 게다가 이른바 테크 기업의 높은 주가를 뒷받침하는 높은 수익률은 글로벌 가치사슬 전반에서 이루어진 수탈에 기인한다. 애플,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등은 자기 소유 설비를 건설하는 대신 하청과 외주화로 대체한다. 테크 기업의 혁신 기술은 글로벌 공급망을 지배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금융거래세, 자산 과세 등 불로소득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는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AI 기술혁신은 우리의 일자리와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4

최근 현대자동차가 피지컬 AI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라인에 투입하려다 노조의 반발에 부딪힌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AI 기술혁신에 따른 일자리 변화에 사회적 관심이 일었다. 많은 사람들이 AI기술혁신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래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각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같은 AI 기술혁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체로 공유하는 관점은 1) AI기술이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2) 생산성 향상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가정이다.

먼저 1)의 가정이 현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의 실증연구를 참고해보자. 김덕민(2025)의 추계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한국의 노동생산성 성장률은 줄곧 하향세였고 2013년 이후에 자본생산성이 양의 성장세로 돌아서지만 자본-노동 비율의 성장은 낮은 수준이다. 정구현(2025)은 한국에서 2011년 이후 자본의 가치구성이 가파르게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일본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의 가치구성 둔화가 관찰된다. 2010년대 이후 4차 산업혁명이 회자 되던 시기, 한국 자본주의에서는 급격한 생산성 향상도, 자본 축적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직 기술혁신의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확실히 해둘 것은 199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역사와 구별되는 생산성 혁신 기술이 채택된다면 이윤율 상승과 자본축적 증가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 그런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2)와 관련해서는 자본주의에 특징적인 자본소비 노동절약 기술혁신이 일자리의 총량을 감소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총고용을 증대시켜왔음을 봐야 한다. 대형마트에서 캐셔 감축과 함께 배송 직원 증원이 있었고 아마존에서 풀필먼트센터 직원 감축과 배송센터 직원 증원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혁신은 정확하게는 일자리의 소멸이 아닌 일자리의 이동을 유발한다. 일자리 이동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면 노동기준의 최저한도가 후퇴할 것이다.

기술의 채택과 그로 인한 일자리 이동에 사회적 차원에서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지난하고 자본은 그 노력 대신 해고와 신규채용을 택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서 일자리가 소멸한다는 공포 담론은 그 의도를 막론하고 자본이 해고를 관철하기 쉽게 만드는 효과를 갖는다.

지방통합과 권한 분산은 진보적 개혁일까?

우리는 지방 분권이 신자유주의적 국가 재구조화 기획의 일환임을 줄곧 지적해왔다. 지역의 지식, 기술, 자원을 활용한 자생적 성장 전략 수립은 ‘편평한 시장’이 전제될 때만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 시장은 효율적이지도, 편평하지도 않다. 여기에 조정자로서 기능하던 중앙정부의 역할마저 축소되면 저발전 상태에 놓인 지역의 전략은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유치 밖에 남지 않는다. 행정통합 특별법 조문 대부분이 규제 특례라는 사실은 이를 분명하게 확인시켜 준다.

분권, 자치가 탈권위주의 담론의 일부로 수용된 1980년대의 정치·사회적 맥락이 있으나 지난 40년 간 이어온 신자유주의 통치 속에서 두 개념의 공보다 과가 더 컸다. 지방분권과 자치가 지역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었다면 전북을 포함한 저발전 지방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역외유출을 설명할 방도가 없다. 이곳들은 수도권의 식량·에너지 생산과 폐기물 처리를 담당하고 노동력 저수지 역할도 맡고 있다. 전형적인 식민지의 모습이다. 이를 자치·분권의 부족 때문으로 왜곡해서는 안된다. 규범 설정자로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동감독 권한 지방정부 이양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ILO 협약 제80조에서 노동감독 권한을 중앙정부가 배타적으로 갖도록 정한 것은 지역 간 바닥을 향한 경주가 벌어질 우려 때문이다. ILO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노동감독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시도를 행정대통합이라는 명목의 신자유주의적 재구조화와 떨어트려 이해할 수 없다.

2026년 과제

이 순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반전과 국제연대다. 미국 · 이스라엘 극우 정권의 학살과 전쟁을 규탄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올해 초 미니애폴리스와 여러 주의 시민들은 대중파업으로 트럼프에 맞선 항쟁을 전개했다. 앞으로도 미국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질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정권과 극우세력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에도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힘에 의한 질서’를 막아내지 못하는 한 한국을 포함 각국의 핵무장 확대 시도는 도미노처럼 확산될 것이다.

우리는 2025년 정세전망에서 당면한 과제로 개헌을 제안했다.

극단적 폭력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개헌의 주요 방향은 (1) 대통령 권한 약화(혹은 폐지), (2) 의회 권한 강화와 비례성 확대, 소환제다. 많은 의제를 나열하여 헌법에 기입하려는 방식의 개헌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당면 과제로는 대통령제자체를 손보는 개헌에 초점을 맞추고, 더 나아가 7공화국을 명문화하는 개헌 운동을 장기 과제로 가져가자.”

한국 윤어게인 세력의 대중적 기반은 주춤하고 있으나, 미국의 극우 대중운동과 트럼프 행정부의 파시즘 행보는 대통령제의 위험과 문제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트럼프는 입법부를 우회한 행정명령만으로도 전세계에 파급하는 무역·경제 정책을 심각하게 비틀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민자 단속, 군대 재편 역시 입법을 우회한 극우적 공격이다. 작년 우리가 제기한 대통령의 권한 축소, 의회 권한 강화 개헌 과제는 여전히 시급하고 타당하다.

우리 지역에서는 올해에도 새만금이 주요 전장이다. 현대자동차가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수소 생산, 재생에너지 발전 등 사업에 약 9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토호세력은 이런 투자계획에 맞물려 새만금신공항 등 SoC 사업 추진을 더 거세게 요구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했듯 새만금 사업은 종합계획대로 매립은 불가능하고, 종합계획 자체가 수시로 바뀌며 무엇을 위한 매립인지 방향도 상실했다. 산업연구용지 계획면적 47.8㎢중 매립이 완료된 면적은 8.3㎢에 불과하다. 게다가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조성이 완료된 산업단지 중 97%가 분양 완료되었다. 매립도 하지 않은 부지에 잼버리대회를 유치했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일이 오래 지나지 않았다. 땅에 발 딛지 않은 허황한 말과 계획으로 전북의 미래를 잠식하는 일을 끝내야 한다. 지금 새만금에 필요한 일은 매립 중단과 계획 전면 재검토다.

  1. 예를 들어 국제노동기구(ILO)의 출범(1919)은 러시아 혁명(1917) 이후 국제 사회주의 운동의 파급을 막으려는 반공산주의 진영의 대응이었다. ↩︎
  2. 구인자수 / 구직자수 ↩︎
  3. 가파른 KOSPI 상승이 거품인지 여부는 쉽게 말하기 어렵다. KOSPI 주가이익비율(PER)은 2025년 6월 이후 빠르게 상승하기는 했으나 아직 2024년 여름 수준에 머무르고 2020~2021년에 비해서는 낮다. KOSPI 주가순자산비율은 2025년에 빠르게 상승했다. 이전 시기와의 차이는 PER, PBR이 상승하는 동안 KOSPI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상승세라는 점이다. 기업의 수익 증가가 있다는 뜻이다.

    ↩︎
  4. 이 주제에 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별도의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

Post Author: 전북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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