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가 정말 여성의 삶을 낫게 해줄까?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와 30, 40대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와 취업을 목표로 2017년까지 93만 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한다. 또한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들을 위한 정책이고, 이 일자리가 가정에 추가적인 수입을 얻음과 동시에 여성들의 육아와 가사노동도 가능하게 해줄 거라고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한국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란 불가능하다.
1) 시간당 임금이 낮다.
한국의 시간당 임금 수준은 매우 낮기 때문에 적게 일할 수밖에 없는 시간제 일자리는 저임금에 시달리게 됩니다. 대부분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들은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될 텐데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OECD 가입국 21개국 중 18위에 불과합니다. 한국에서 대부분 노동자들은 시간당 임금이 낮아 장시간 노동으로 임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들이 빈곤에 허덕이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2)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의 예를 드는 네덜란드의 경우 연금으로 소득이 최대 70%를 대체할 수 있지만, 한국은 40% 대에 불과하며 앞으로 국민연금을 통한 소득대체는 더욱 낮아질 것입니다. 사회보장제도의 변화 없이 시간제 일자리만 늘린다면 많은 노동자들은 빈곤에 내몰릴 것입니다.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을 위한 일자리가 될 수 없다.
1)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의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기혼 여성이 시간제 일자리에 취업을 한다면 가정의 소득을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남성이 온전한 소득을 벌어오지 못 하거나 남성의 소득이 없는 경우 여성은 생계 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큽니다. 결국 여성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여성 빈곤을 해결할 수 없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더 낮추게 될 것입니다.
2)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에게 가사노동도 하면서 일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도 여성은 가사노동을 전담하면서, 가계를 위해 돈도 벌어야 하는 이중부담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지금까지처럼 여성의 일과 가사의 양립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여성에게 반쪽자리 임금을 받으면서, 집 안에서의 양육과 가사노동도 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복지 정책으로 여성의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아닌 개별 여성들에게 이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것이고, 결국 여성의 가사와 일의 이중부담에 따른 고통은 가중될 것입니다.
여성들이 나서서 시간제 일자리를 반대하자!
시간제 일자리의 허상은 여성들이 스스로 나서야 깨지게 될 것입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불가능하다는 것, 여성들이 일과 가사의 이중부담으로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직접 얘기해야만 여성을 이중, 삼중의 억압에 휩싸이게 할 시간제 일자리를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성’을 넘어서 여성의 이름으로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을 얘기해야 합니다. 시간제 일자리와 같은 유연화된 일자리 정책은 여성에게 더 큰 차별적 효과를 일으키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을 위한다고 미화시켜 여성을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빠트리는 정책에 반대하고, 여성들의 노동권을 요구해야 합니다!